겨울이 돌아왔다. 또 다른 코로나바이러스의 변이가 발견되어 영국을 포함 유럽의 국가들은 다시 방역 단계를 높이기 시작했다. 마스크 착용에 대한 지침을 강화하고 다시 재택근무를 권고했다. 영국은 이미 국민의 대다수가 백신 접종을 2차까지 완료한 상황이지만,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경계는 늦추지 않고 추가 접종을 장려하는 중이다. 하지만 12월이 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된 크리스마스 감성은 가게들과 거리 곳곳을 화려하게 장식하고 있다. 그만큼 사람들 또한 크리스마스의 분위기를 한껏 누리며 거리를 활보하는 중이다.본래도 이 시기의 런던은 전
지난 10월, 희망이라는 뜻의 이름을 지닌 ‘아말’이라는 친구가 영국 도버항에 도착했다. 난민인 아말은 얼마 전 영국에서 10살 생일을 맞이했다. 사실 아말은 3.5m의 커다란 인형이다. 속에 사람이 들어가야 움직일 수 있는 퍼펫인데, 인형의 본체에 1명, 왼손과 오른손에 각각 1명, 총 3명의 사람이 필요하다. 아말은 시리아의 국경 터키에서 영국까지 실제로 난민들이 탈출하는 경로를 포함해 약 8000㎞를 걸어왔다. 나 또한 실제로 아말을 보고 싶은 마음에 지난달 23일 아침 세인트 폴 대성당 앞으로 향했다. 예정된 시간이 되기도
넷플릭스의 지원을 받아 탄생한 한국드라마 ‘오징어게임’이 아주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런던에서는 버스를 타고 가다가도 이 드라마를 보고 있는 사람을 봤다는 얘기가 들릴 정도였다.드라마의 유명세와 함께 불거진 문제가 있었다. 바로 드라마와는 전혀 관련 없는 일반인들의 전화번호가 드라마에 그대로 유출된 사건이었다. 극 중 등장인물들이 게임에 참가하기 위해 명함에 적힌 번호로 전화를 하는 장면들이 나온다. 명함 위의 번호는 쉽게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크고 뚜렷하게 나오는데, 나는 당연히 가상의 번호이거나 드라마와 관련된 이벤트 및
8월 중순 즈음 아래층에서 불이 났다. 옆 건물도 아니고 바로 아래층에서 불이 났으니 보통은 꽤나 심각한 장면들을 떠올릴지도 모르겠다. 뭔가가 활활 타오르는 상황, 시커먼 연기가 자욱한 복도, 귓가를 시끄럽게 때리는 화재경보기 소리, 혼비백산하여 탈출하는 사람들 등등.하지만 현실은 정 반대의 상황이었다. 사실 창문 밖으로 간간히 피어오르는 하얀 연기가 아니었다면 나 또한 불이 났는지 전혀 몰랐을 것이다. 처음에는 이웃이 담배를 피우는 줄 알았다. 하지만 어느 집인지 확인하려 창문을 열자마자 맡은 냄새가 예사롭지 않았다. 그래서 현관
나는 최근 2주간 열렸던 올림픽을 통해 잊고 있었던 어떤 감각에 대해 떠올렸다. 여성 선수들이 최선을 다해 경기에 임하며 몸을 움직이는 모습을 보며 ‘운동을 하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확히는 이전에 운동 경험을 통해 얻었던 감각을 아주 오랜만에 도로 떠올린 것이었다. 이것은 나에게 있어 꽤 중요한 일이다. 왜냐하면 나는 건강한 생활의 필수요소인 ‘규칙적인 운동’을 습관적으로 등한시하기 때문이다. 애써 운동의 중요성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봐야 하는데, 아마도 그 저변에는 하루 24시간이라는 한정된 시간 동안 공부가 아닌 운동에
요즘 영국은 유로2020 축구 경기로 한창 후끈하다. 야외와 펍에서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자국의 팀들을 응원하고 있다. 잉글랜드가 덴마크와의 경기에서 이겨 결승전 진출이 결정되던 날은 흥분의 도가니였다. 영국인들의 축구에 대한 열정과 사랑은 꽤 대단하다. 런던의 트라팔가 광장에는 월드컵의 서울 시청광장처럼 축구 팬들을 위해 대형 스크린을 설치해 길거리 응원을 할 수 있도록 해 두었다. 팬데믹인 상황에 왜 굳이 경기장, 길거리 응원 광장 및 펍 등에서 몰려 축구를 봐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 이 칼럼이 발행될 즈음에는 이탈리아와의 결승전
요즘 아침에 눈을 뜨면 가장 먼저 유튜브를 켠다. 유튜브 속 트레이너 선생님의 동작을 따라 스트레칭을 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일을 시작하면 유튜브에서 카페 분위기가 날 법한 음악이나 잔잔한 피아노 음악을 제공하는 채널을 틀어 둔다. 식사 중에도 유튜브를 시청한다. 잠에 들기 전에는 유튜브로 이것저것 시청하다 모닥불 소리나 빗소리를 재생해둔 채 잠을 청한다. 하루의 시작부터 끝까지 유튜브를 틀어 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에게 유튜브는 생활밀착형 서비스가 된 지 오래다.그런 유튜브가 언제부터인가 특정 아이돌 그룹 영상들을
내가 항상 지나다니는 길목에는 검은색의 전기함이 있다. 누구도 관심을 주지 않을 법 하지만 의외로 그 전기함은 꽤 화려하게 꾸며져 있다. 전류 위험을 경고하는 표시 위로 낙서들과 스티커들이 지저분하게 붙어있다. 낙서들이 무엇을 뜻하는지, 그리고 스티커들은 무엇을 광고하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 별로 궁금하지도 않아서 그 옆을 지나가면서도 시선이 머물렀던 적은 없었다. 그래서 그날도 아무 생각 없이 지나가려 했다. 하지만 그때 평소와는 다른 스티커 하나가 눈에 띄었다. ‘FREE HONG KONG(광복 홍콩)'이라고 하얀 글씨로 파란
어김없이 4월이 돌아왔다. 4·3을 알기 전까지 나에게 있어 4월은 3월 다음에 오는 달일 뿐이었지만, 이제는 1년 중 가장 바쁜 달이 되었다. 4월의 제주도는 사람들이 흔히 떠올리는 관광지의 모습과는 사뭇 다른 모습을 하는 날이 많다. 내가 처음 4월의 제주도를 목도했을 때, 육지(제주에서는 주로 한반도 지역을 육지라 일컫는다)와는 너무도 다른 분위기에 놀랐다. 제주도에서는 4월 내내 제주 4·3과 관련된 행사들이 열린다. 4월 3일 당일에 4·3 평화공원에서는 추념식이 열린다. 마을마다 자체적인 위령제나 굿이 진행하기도 한다.
한국에서의 짧은 휴가를 마치고 영국으로 돌아왔다. 한국에 입국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영국에서도 자가격리를 시작했다. 여전히 재택근무를 한다. 아침에 일어나 책상 앞에 앉고 컴퓨터를 켜서 일한다. 한국에서의 생활과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다만 한 가지, 삼시 세끼를 먹는 시간이 조용하다. 혼자 먹는 식사는 이미 익숙하고 편하기도 하다. 하지만 귀찮기도 하고 끼니를 잘 챙기지 않게 되는 경우가 없지 않다. 어째 혼자 있으면 배가 고프지 않은 것 같기도 하다. 1인 가구가 끼니를 챙기는 것은 생각보다 품이 많이 드는 일이다. 정확하게 무
한국으로 잠시 돌아가기 위해 런던 히드로 공항으로 가는 택시 안에서였다. 크리스마스 시즌이라 런던 시내의 건물과 나무들은 일루미네이션 불빛으로 환하게 장식되어 있었다. 거리는 아무 일도 없다는 듯 붐볐다. 택시 창문 밖으로 요맘때만 볼 수 있는 모습을 쳐다만 보고 있었는데 택시 기사님이 말했다. “내일부터 런던 4단계로 격상이래요.” 창밖을 보고 있는 사이 라디오에서 발표된 모양이었다. 방역 4단계는 흔히들 알고 있는 봉쇄령(lockdown)으로 하루에 한 번 식량 조달을 포함한 일부 허락된 목적을 제외하고 집을 나갈 수 없다. 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