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라는 개념이 사라질 수 있다고 한다. 전통적인 장마의 특징과 형성이 깨지고 여름 내내 잦은 집중호우가 발생됨에 따라 한국형 '우기'라는 개념의 도입을 검토하는 듯하다. 앞으로의 여름엔 수백 년 한국의 여름 기후를 상징해왔던 '장마'보다는 호우나 우기 같은 개념이 보편적으로 사용될지도 모른다고 한다.시간이 흘러 새로운 세대에게 '장마'란 경험을 통해 취득한 단어가 아니게 될지도 모른다. 학창 시절 교과서에 나왔던 '윤흥길'의 소설 나 가수 정인의 가 이름 지어진 배경도 낯설게 받아들일 것이다.요즘 10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됐다. 더 빠르고 더 강력하게 다가온 무더위를 몸소 느낀다. 절정에 다다른 무더위와 이를 견뎌내야 하는 이 계절이 두렵다.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내리쬐는 햇볕, 이로 뚝배기처럼 달궈진 아스팔트에서 올라오는 푹푹한 열기 그러다가 지겹도록 매섭게 쏟아지는 폭우들과 습도 등은 이미 지구가 아프고 병들었다는 것을 증명한다. 매년 겪어야 하는 이 여름은 더 무서운 모습으로 다가온다는 것에 더 두려울 뿐이다.2년 전이었을까. 개인 중고거래 플랫폼을 통해 LP 를 구매했다. 말 그대로 92년 발매
얼마 전 차귀도를 방문했다. 이번이 세 번째였다. 섬 속의 섬이자 사람의 손이 오랜 기간 닿지 않은 무인도이기에 너른 초원과 탁 트인 바다를 구경할 수 있다는 점이 참 매력적이었다. 아직까지는 관광객들이 많이 찾지 않는 곳이기에 더욱 좋다.이번에 그곳을 방문하면서 처음 알게 된 사실은 한국 영화 역사상 가장 독창적인 세계관을 가진 기인이자 괴인 故김기영 감독의 작품 가 차귀도를 배경으로 제작되었다는 사실이었다.2021년 배우 윤여정이 아카데미 시상식 여우조연상을 수상했을 때, 수상소감으로 故 김기영 영화감독에게
올해도 어김없이 시간은 빠르게 흘렀다. 또다시 겨울을 맞이한다. 이미 무척이나 차가운 공기로 인해 옷장 속에 묵혀두었던 두꺼운 패딩을 꺼내고, 온수 매트와 히터를 구매해 미리 월동 준비를 마쳤다. 카페나 가게에는 크리스마스 트리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고 그 공간에는 캐롤이 흘러나온다. 조만간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의 차트에 머라이어 캐리의 'All I Want For Chrismas Is You'는 당연하듯이 상위권에 자리를 할 것이다. 그러면 비로소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는 겨울의 절정이 왔음을 음악으로 느낄 수 있을 것이다.계절에
국내 여행을 가게 되면 그 지역의 재래시장을 꼭 한번 들러본다. 그 지역에서만 볼 수 있는 특산물(특히 해산물)을 구경하는 재미는 물론 그 지역의 색깔이 여실히 드러나기 때문이다. 그 주변 식당 안의 손님들을 쓱 훑어보면 나이 든 어르신들이 소주와 막걸리를 마시고 있는 곳을 하나둘 발견할 수 있다.오래되어 보이는 간판과 얼굴이 벌겋게 되어 대화를 나누는 어르신들을 보고 있으면 '내공이 대단한 곳'이라는 생각이 자연스레 난다. 오랜 시간 그 공간에서 동네 단골손님들에게 맛있는 음식을 내어주는 곳, 그곳을 우린 보통 (정확히는 대대로
여름이 끝났다. 몸에 열이 많고 땀이 한번 쏟아지면 멈출 줄 모르는 체질 때문에 싫어하는 계절이다. 정말 힘든 기간이었다. 괴로운 여름날 속에서 기다렸던 것은 그래도 결국에는 다가올 가을의 시원한 바람과 청량하고 맑은 공기다.비로소 그것들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 되었고 바야흐로 운동과 나들이, 등산을 뽀송뽀송한 마음과 몸으로 할 수 있는 시기가 도래했다.몇 년 전부터 MZ 세대 사이에서도 등산이 유행처럼 번지기 시작했다. 코로나 시국에 할 수 있는 활동의 범위 자체가 줄어든 영향도 물론 있었겠지만, 멋진 풍광이 펼쳐진 정상에서 사진
지금의 서울 을지로 노가리 골목의 터줏대감이자 시초라고 할 수 있는 40년 역사의 '을지OB베어'는 특정 호프집의 끝없는 욕심으로 비롯된 만행으로 인해 지난 4월 강제집행으로 철거 '당했다'. 그곳에서 멀지 않은 평양냉면의 강자 '을지면옥' 역시 재개발로 인해 37년의 역사를 뒤로하고 지난 6월 영업을 끝냈다.자본논리에 휘둘려 그 역사를 더더욱 지속할 수 없다는 것에 마음이 아프고 불편하다. 두 곳 모두 내가 좋아하는 음식과 술을 마시며 많은 추억을 남겼던 곳이었기에 더욱 그렇다. 그리고 최근 을지OB베어 자리에 새롭게 달린 간판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가 연일 화제다. 압도적인 캐스팅은 물론 ‘사람이 전부다’라는 인생철학을 바탕으로 20년 넘게 독보적이며 풍성한 휴머니즘을 보여준 노희경 작가의 극본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특히나 제주도를 배경으로 한다는 점이 대중에게 더 매력적인 요소로 어필하고 있다. 아직 모든 회차를 본 것은 아니지만 제주의 재래시장과 바다를 잘 담아냈으며 거기에 뛰어난 배우들의 ‘제주어’ 연기는 고향에 대한 향수를 자극한다. 물론 제주도민이 보기에는 어색한 부분이 있겠지만, 이전 다른 드라마나 영화의 제주어 연기와 비교했을 때 훨씬
지금으로부터 8년 전인 2014년 나에게 굉장히 흥미롭고 감사한 옴니버스 음반이 발매되었다. 은 제주MBC에서 제작하고 4·3을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 에 수록된 곡들로 이루어진 앨범이다. 8년이 지난 음반이지만 지금까지 발매된 4·3 관련 앨범 중 나에게 가장 의미 있는 음반으로 남아있다. 참고로 중심이 되는 다큐멘터리는 현재 유튜브에도 이름으로 약 50분가량의 영상으로 업로드되
바야흐로 봄이 도래했다. 제주에는 올봄에도 샛노란 유채꽃이 흐드러지게 피고, 흩날리는 벚꽃 잎 사이로 많은 사람들이 낭만을 만끽할 것이다. 생각해 보면 봄을 노래하는 음악이 유독 한국에 많은데, 청춘을 상징하는 계절이기도 하며 사랑을 상징하는 꽃이 피고 낭만을 누리기에 적합한 온도가 형성되어 있기 때문일까. 올봄도 제주를 찾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고, 그 속에서 봄을 대표하는 음악들이 감상될 것이다. 곧 다가올 따뜻한 공기 속을 가득 채우는 만개한 꽃들의 향기를 올해 유독 기다리는 이유는 그만큼 지난겨울이 추웠고 고되었기 때문이다.국
신구간(新舊間). 지상에 내려와 인간사를 돌보던 1만 8천 토속신들이 1년간의 임무를 마치고 옥황상제에게 업무 보고를 올리고 새로운 곳으로 발령받는 기간, 그러니까 이때는 이사를 해도 신들이 알아채지 못해 화가 없다는 기간이다.육지에는 ‘손 없는 날’을 정해 이사하는 풍습이 있었지만 지금은 이를 고려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제주 역시 이런 무속신앙을 믿는 게 많이 사라졌지만, 이미 오래전부터 신구간에 집중적으로 이사를 해버렸고, 사글세(죽을세)라는 제주에서 흔히 보이는 계약 방식으로 인해 신구간은 여전히 유효한 셈이다. 이맘때
금세 이번 가을은 추워졌고, 그만큼 사람들의 외투 역시 두꺼워지고 있다. 그리고 슬슬 길거리에 귤 한 봉을 파는 트럭이 심심치 않게 보인다. 찬바람과 함께 귤이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제주도민이라면 돈을 주고 귤을 사 먹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한 다리만 건너면 귤 농사를 짓는 사람은 꼭 하나는 있으니, 미처 상품으로 나가지 못한(흔히 ‘파치’라고 부르며, 이게 더 맛있다) 귤을 공짜로 구해 콘테나(노란 컨테이너 박스)에 쌓아두며 손톱이 노래질 때까지 먹는다. 육지 사람이라면 부러워할 만한 제주도민의 흔한 겨울 생활이다. 식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