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이 되면 고향인 제주를 배경으로 만들어진 넷플릭스 ‘우리들의 블루스’를 시청하며 아직도 정이 가득하고 오지랖 최고인 제주 삼촌들의 모습에 웃음 짓곤 한다. 아주 무거운 주제인 미성년자 임신에 대해 드라마 작가는 “6개월이 이미 다 됐어” 와 함께 부모 동의서를 요구하는 산부인과 의사의 대사를 통해 현재 낙태법에 대한 짧고 간결한 정리를 한 것 같다. 드라마상 미성년자인 현이와 영주는 냉혹한 현실에 당당히 맞서 애를 출산하기로 결정하고 나서 겪는 상황들이 현재까지 드라마의 내용 중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무게감이 짙은 주제를
4월이면 따뜻한 햇볕과 함께 불어오는 바람들은 움츠린 세상 안에 흩날리는 벚꽃처럼 찬란함을 선사한다. 이 찬란하고 눈부신 자연 안에 사는 인간 문명의 역사는 잠시 숨을 고를 시간도 없이 탐욕과 전쟁, 학살과 죽음으로 4월의 시간을 채우고 있다.70여 년 전 불었던 바람의 기억은 여지없이 남겨진 이들에게 눈물과 회한으로 다시금 제주로 닿았고, 그 바람 기억들이 70여 년을 돌아 드디어 미국에서 처음으로 제주 4·3희생자 추념식이 열렸다.장소는 세계대학교들의 수도라 일컬어지는 보스턴 시내, 미국과 세계 지성의 상징인 하버드 대학 패컬티
내 한의원 단골 환자중에 우크라이나 출신 유치원 선생님이 있다. 금발 머리에 파란 눈을 가진 전형적인 슬라브 민족의 특징을 가진 선생님이다. 그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 공격이 시작된 다음 날 한의원을 방문했다. 슬픈 얼굴의 선생님은 그동안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관계에 관해 꽤 많은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어서 앞으로 우크라이나의 미래가 어떨 것 같냐고 물어왔다. 나는 확실치는 않지만 한 달 이내에 러시아도 서방의 경제 제재에 결국 휴전을 하지 않겠냐고 안심을 시켜주려 대답을 건넸다. 하지만 그녀는 상당한 두려움에 싸여 러시아가 극
미국은 버지니아, 일리노이주를 비롯해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화를 해제하고 심지어 초·중·고등학교 교실에서도 마스크 착용 의무화를 해제하려는 움직임이 여러 주에서 나타나고 있다. 현재는 치솟는 물가 탓에 정부나 소비자들 그리고 자영업자들이 초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는 상태이다. 단순히 돈을 많이 풀어서 생긴 인플레이션이라고 진단하기보단 많은 노동인구의 갑작스러운 은퇴, 물류 수송 종사자들의 파업, 온난화로 인한 농작물 작황 악화 등등 여러 요인이 현재 미국의 경제가 먹구름 사이를 지나간다고 판단하고 있다.전 세계가 코로나의 기승 속에
연말연시에 코로나 확산과 가파른 물가 상승 등으로 눈 내리는 날씨와 같이 춥고 어수선한 시간을 미국은 맞이하고 있다. 연일 이 지역에서만 2만 명 가까이 코로나 확진 소식이 들려오고 지인들을 비롯해 주변 많은 분이 코로나 확진에 2시간 넘게 확진 테스트를 기다린다. 확진 후 큰 이상 증상이 없으면 집에서 열흘간 자가격리 조치로 이 시국을 헤쳐나가는 형국이다.한국에서도 코로나로 인해 힘든 나날들을 보내고 있지만 그래도 큰 이슈는 대선 관련 소식이 항상 앞자리를 차지하는 것 같다.한국의 거대 양당의 정책이나 정강들을 살펴보면 미국 민주
미국에서 한의사 생활을 하면서 누리는 기쁨중에 하나는 전 세계 다양한 국적을 가진 분들을 만날 수 있다는 점이다.그동안 내 한의원을 방문한 이들의 나라만 따져도 아마 40여 개국이 될 듯하다. 아시아의 필리핀, 베트남, 중국을 비롯한 인도, 파키스탄, 방글라데시아와 북한 출신 새터민에서부터 멀리 아프리카의 모로코, 남아공과 나이지리아를 비롯 변방 유럽의 슬로베니아까지 참으로 역동적인 삶의 현장 속에서 사람 구경 실컷 하는 팔자 좋은 한의사라고 환자분들이 부러워하는 경우가 많다.이민자들은 각자의 사연을 갖고 이 미국 땅에 도착을 했기
코비드 시간을 지나가면서 세계는 경제위기, 물류난, 인력난 등 여러 문제들에 직면해 있다고 연일 언론은 떠든다. 하지만 우리가 가장 눈여겨야 할 부분 중 하나는 새로운 삶의 패턴 속에 서서히 전세계적으로 번져가는 마약과 마약 카르텔이다. 이는 또 다른 코로나다. 2000년대 초반 볼티모어 시내에 조그마한 편의점을 운영한 적이 있었다. 한국에서 생각하는 일반적인 모습의 편의점을 상상해서는 안된다. 약 80년이 다 되어가는 나무로 지어진 연립성 타운하우스의 마지막 끝자락 부분이 보통 미국에서 얘기하는 코너스토어들이다. 쥐가 너무 많은데
2016년과 2018년 내가 사는 메릴랜드주 엘리콧시티(Ellicott city)에는 갑자기 하늘의 구멍이 뚫린 듯 미친 듯이 비를 쏟아냈고 삽시간에 불어난 물은 잔뜩 성이 난 채 도로, 상가, 주택들을 가리지도 않고 완전히 뒤덮여 큰 피해를 주는 일이 있었다. 이 홍수사태는 천년에 한 번 일어날 홍수가 2년사이 두 번 발생했다고 방송에서 크게 보도가 되었다.그 이후로도 잦은 폭풍우로 인한 정전 사태가 한동안 자주 일어났었고 우리 동네뿐만 아니라 전 미주지역에서 가뭄과 국지성 폭우, 강력한 허리케인 등 기후 변화로 인해 밀, 옥수수
결국 아프가니스탄 전쟁의 끝은 탈레반 승리로 끝났다. 소련을 비롯한 미국과의 20년 전쟁에서 최종 승자가 탈레반이 된 것이다.40년의 내전과 전쟁을 통해 아프가니스탄은 그야말로 초토화가 되었고 민간인 사망자 수만 대략 300만 명에 군인, 경찰 그리고 탈레반 사망자까지 합하면 대략 350만 명의 죽음과 수백만 명의 난민이 발생했다. 어찌보면 미군 철수는 더 이상의 희생을 막는 유일한 방법이 아니었을까 한다.탈레반은 아랍어로 '학생들'이라는 뜻이다. 소련과의 전쟁 당시 아프가니스탄의 든든한 후견인은 국경을 맞대고 있는 파키스탄이었고,
몇 년간 한의원 상담석 옆자리엔 항상 제주 4·3에 대해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소개한 “What is the Jeju April 3rd uprising and massacre?(4·3 항쟁과 학살이 무엇인가)” 영문 책자가 지키고 있다. 미국 환자들에게 책자를 읽어보라고 권유하면 대부분 다음 진료 때까지 성실히 읽어 온다.그들의 반응은 대체로 같다. 일단 3만 명 이상 희생된 사건이란 것에 충격을 받고, 자신을 치료하는 의사가 희생된 유족의 후손이라는 사실에 위로와 함께 굉장한 유대감과 공감을 보낸다. 그리고 딱 거기까지다.2
고향을 떠나 살아보면 고향의 정취가 그립고 고향 소식이 반가워진다.제주를 떠나 이민자로 살아온 지 21년이 넘었다. 같은 고향을 두고 있는 아내와 같이 제주 얘기를 할 때면 나이 들면 꼭 돌아가자는 다짐으로 대화를 마친다.제주, 내 고향을 그려보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게 어머니이다. 해 질 녘 노을이 진한 자두색으로 변할 즈음 밭일을 끝내고 돌아오던 모습. 흙으로 더럽혀진 몸빼와, 땀이 말라 하얀 소금기가 선명한 옷을 입은 모습. 지치지만 자식을 만나 기분 좋은 웃음으로 리어카를 끌던 어머니의 모습. 새벽과 밤에 항시 두시간씩 무릎을
5월 꽃 냄새가 향긋하고 14년 주기로 찾아온다는 매미떼의 떼창이 파아란 하늘로 퍼져가는 사이로 사람과 사람간에 대화가 들리고 웃음소리가 들리는 요즘이다.최근 문재인 대통령의 방문으로 한미 간 미사일 제한거리 폐지, 경제 파트너십 강화, 국제 기후 연대 동참, 북한문제, 백신 생산의 교두보 역할 등 많은 의제들이 뉴스를 장식하고 있는 와중에 유심히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공식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미국 기자들이 가장 많이 한 질문은 북핵문제가 아닌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에 대한 질문이었다. 인구 약 900만명에 경상남북도를 약간 상회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