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6일, 8월의 마지막 토요일 저녁 ‘제주 인디’ 공연장에서는 이곳의 10주년을 축하하는 헌정과 존경의 트리뷰트 콘서트가 열렸다.그날의 분위기는 한마디로 공포와 두려움이었다. 공연장에서 뿜어져 나오는 그 뜨거운 열기 때문에 혹시라도 화상을 입지 않을까 싶어서다. 물론 과장이다. 이토록 부풀려 말하는 이유는 이번 공연이 록 음악의 황금기였던 1980~1990년대의 대표 밴드들이 소환된 무대였기 때문.근래 봤었던 제주 인디 뮤지션들의 라이브 중 세 손가락 안에 꼽힐 정도였다. 이날 공연에 참가한 팀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그 시절
지난 26일 오후 2시, BeIN 블랙박스 공연장에서 행사가 있었다. ‘2023 제주뮤직위켄드’라는 타이틀의 행사다. ‘SEMINAR 1, 아시아권 음악산업 교류’, ‘SEMINAR 2, 송캠프와 아티스트 교류’라는 두가지 섹션의 세미나와 함께 제주음악창작소의 프로듀싱지원 프로그램의 결과로 만들어진 ‘제뮤테이프 VOL.2’ 참여 뮤지션들의 쇼케이스 무대가 진행됐다.나는 칼럼 연재를 통해 보석 같은 제주의 인디 뮤지션들과 공연문화를 도내는 물론 육지부에 알리고 싶었다. 이번 행사는 그보다 더 몇 걸음을 나아갔다. 제주의 인디 뮤지션들
내 유년의 필름들 속에는 관덕정이 자주 등장한다. 관덕정과 거리상으로 멀지 않은 곳의 초등‧중학교를 다닌 영향도 있을 것이다.관덕정은 세종 30년(1448년) 제주목사 신축청에 의해 건립된 군사 훈련을 목적으로 지어진 누정으로 과거부터 현재에 이르는 제주도 역사의 타임라인 속에서 중요한 위치에 있는 장소다. 관덕정이 목도한 제주의 역사는 주로 치유되지 않는 아픔의 역사였으니 가슴이 먹먹해진다.할아버지, 그리고 아버지 세대에서 도심의 중심과 번화가는 관덕정이었다. 관덕정 주변으로 식당, 찻집, 극장도 있었고 큰 책방도 있었다. 그대들
영화 의 주인공 '길 펜더'는 소설가를 꿈꾸고 예술의 도시 파리를 동경한다. 연인과의 파리 여행중 사소한 다툼 끝에 밤거리를 배회하게 된다. 자정이 되자 종소리가 울리며 오래된 클래식카가 나타난다. 그 차가 향한 곳 황금시대인 1920년.환상적인 시간 여행이 시작됐다. 처음 들른 카페에서 'Let's Fall in Love'가 흐른하. 고개를 돌려 무대를 보니 콜 포터가 노래하고 있다. 길은 놀라면서도 어느 순간 이런 상황들을 즐긴다. 그곳에서 헤밍웨이, 피카소, 피츠제랄드 등을 만나고 그들과 삶을 이야기하고 문
2020년에 나온 책이다. 책에 담긴 글은 권정생이 1970년 6월에 썼다. 올해가 2023년이니 53년 앞서 쓴 글이다. 1970년이면 하늘에서 내리는 빗물도 먹었다. 그땐 동네에서 축구를 하다가 목이 마르면 수돗물을 벌컥벌컥 들이켰다. 수돗물이 없으면 하늘에서 떨어지는 빗물도 마셨다. 글쓴이는 그때 벌써 지구가 더럽혀지는 것을 알았다. 한 여름에 눈이 내린다는 상상을 했다. 지금 세상에선 전혀 이상하지 않다.지구 곳곳에 여름에 눈이 내리고 겨울에 폭우가 쏟아진다. 사람들은 점점 지구가 더워지고 있다는 것을 안다. 지구 온도가 1
제주 마을에 전해 내려오는 신화들, 그 중 먼지에 쌓여 존재감이 희미해진 이야기들을 다시금 햇살 아래로 끌어내고자 하는 마음에서 [꼬닥꼬닥_마을신화]연재를 시작한다. 구술 채록된 제주 마을의 신화 가운데 서사를 갖춘 이야기를 중심으로 동료 연구자들과 토론도 하고 답사도 진행했다. 마을에 전해오는 신화를 공유하고 보전하는 것은 공동체의 정체성을 확보하고 자연의 신성성을 되찾는 작업이 될 것이라 믿는다. 옥황상제 셋째 딸 별공주아기씨가 부귀영화를 누리고 살면서 아랫사람을 제대로 챙길 줄 몰랐다. 많은 궁녀들의 시중을 받으면서도 물밥을
씨앗을 받아 농사를 짓는다는 것은 참 여러 가지로 번거로운 일이다. 우선 당근씨앗을 받으려면 2월이나 3월 당근수확을 할 때 한켠에 씨앗 받을 당근을 충분히 남겨둬야 한다. 밭을 갈아 정리할 때 트렉터를 운전하는 이들은 모조리 갈아엎기를 선호한다. 밭 가장자리라 하더라도 “요만큼은 남겨서 갈아주세요”라고 요구하면 화를 버럭 내지는 않았다하더라도 분명 표정은 좋지 않다. 언제적 구시대적인 농사를 하느냐고 핀잔도 들어야한다. 자신이 그리 농사 짓지 않는다고 나의 농사법은 순식간에 구시대적인 농법이 되고 특이한 농사법이 되고 손가락질을
A-Side(에이사이드), 웹웨이브, 빅대디까지. 20일 공연의 참가밴드들의 라인업은 상당히 흥미로웠다. 앞서 레드제플린에서 빅대디의 공연무대를 보고 내 심장을 그들에게 저당 잡혀 버렸기에 팬심으로 단연코 봐야 할 무대였다. A-Side와 웹웨이브는 처음 접하는 설렘의 무대이기도 했다.에이사이드가 가장 먼저 무대를 열었다. 음반의 앞면을 뜻하는 ‘A-Side’는 제주에서 활동하는 4인조 밴드다. 음악을 통해 우리의 삶을 밝은 면으로 바꾸려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려 한다고.흔히 좁은 인맥의 제주라고 말하곤 하는데 처음 만나는 A-S
[키워드뉴스]는 제주MBC 에서 제주투데이 기자들이 키워드로 정리한 한 주의 주요 뉴스를 전하는 코너로, 매주 화요일 오후 6시 5분부터 7시까지 생방송으로 진행된다. ‘보이는 라디오’로 제작한 '키워드 뉴스' 영상을 제주투데이에 함께 싣는다.
해방이 되자 오키나와에서 고향으로 돌아가려는 사람들에게 맥아더가 당신은 어느 쪽으로 갈 것이냐고 물었을 때 제주사람들은 “우린 제주도다” 대답했다. 남도 북도 아닌 제주도라고. 4·3도 오랫동안 남과 북 모두에게 외면당하며 긴 세월 강요된 침묵 속에 있었다.40여 년 전 중편소설 으로 그 침묵을 깬 현기영 소설가는 장편 (1-3권, 창비 펴냄)를 83세에 우리 앞에 내놓았다. 이 책은 당시 16세 소년으로 4·3을 겪은 안창세 할아버지가 열흘간 손녀부부에게 들려주는 액자소설로, 소설 내용은 7부로 구성되어
8월 20일 일요일, 오후 4시. 의외의 공연장에서 펼쳐진 작지만 뜨거운 인디밴드들의 라이브 무대를 목격했다. 칼럼을 연재하며 나름 도심과 외곽지의 공연장과 무대를 찾아 다녔는데 이번에 만난 무대는 ‘공존 예술창작스튜디오’라는 생소한 장소이다.예전 직장인 밴드 활동 시절 몇몇 지인들에게서 이곳에 대한 이야기를 건네 들은 적이 있다. 그들의 전언에 따르면 제주지방법원 근처에 꽤 양질의 음향시설과 장비를 갖춘 합주연습실이 새롭게 문을 열었다는 사실, 밴드동호회가 존재하며 비정기적으로 동호회끼리 공연도 펼쳐진다고 했다.슬기로운 밴드생활에
제주 마을에 전해 내려오는 신화들, 그 중 먼지에 쌓여 존재감이 희미해진 이야기들을 다시금 햇살 아래로 끌어내고자 하는 마음에서 [꼬닥꼬닥_마을신화]연재를 시작한다. 구술 채록된 제주 마을의 신화 가운데 서사를 갖춘 이야기를 중심으로 동료 연구자들과 토론도 하고 답사도 진행했다. 마을에 전해오는 신화를 공유하고 보전하는 것은 공동체의 정체성을 확보하고 자연의 신성성을 되찾는 작업이 될 것이라 믿는다. 중문이 하로산또가 진궁부인과 부부 연을 맺은 후 딸아이가 태어났다. 딸아이는 천하일색으로 얼굴이 고왔지만 행실이 궂어서 부모 속을 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