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들의 요구에 토마토가 있었다.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이 대부분이다 보니 선호품목은 당근·감자·브로콜리·양배추 등이다. 몇 년 전부터 참외와 수박을 판매하다 보니 토마토 문의도 제법 많아 재배를 해볼까 고민 중이던 참에 비닐하우스를 얻게 되었다. 작년에 노지에 옥발토마토를 심어보았는데 비와 습한 날씨가 이어져 맛보기는커녕 씨앗 한 알도 건지지 못하였다. 비닐하우스 시설을 하여 적어도 비가림을 한다면 가능할 텐데 하는 생각을 줄곧 가지고 있었다. 자연재배 농민임을 자부하면서 비닐하우스 농사는 어림없는 일이라고 혼자 뿌듯해하고 있었건
우리 집은 10년이 넘게 부부가 모두 일을 하며 살아가는 맞벌이 생활을 하고 있다. 하루 내내 바쁘게 활동하다 집으로 돌아가 저녁 준비하고 아이들이랑 먹고 나면 세상 모든 일이 귀찮게 느껴지기만 한다. 빨래는 수북이 쌓여가고 빈 그릇으로 싱크대가 넘쳐나기 일쑤다.거기다 하루가 다르게 훌쩍 커가는 아이들까지 돌보려면 숨이 턱까지 차오른다. 우리 집만 그런 건 아닐테고 많은 부부들이 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으리라. 특히 제주는 10가구 중 6가구가 맞벌이로 전국 최고 수준이라고 한다.지난 달 지인들과 대화하다가 아는 사람이 종종 가사도우
조천과 함덕 사이에 자리한 신흥리에는 ‘도둑개’라는 석방렴이 있습니다.(석방렴은 갯가에 돌을 쌓아 물고기를 가두어 잡는 어로시설입니다.) 원래 이름은 ‘마농개’였는데 ‘도둑개’라는 별칭이 생긴 사연이 재미있습니다. 오래전, ‘마농개’에 멸치 떼가 가득 몰려들었습니다. 이른 아침, 멸치걸이의 기대를 품고 ‘마농개’로 나갔던 신흥리 사람들은 깜짝 놀랐습니다. ‘마농개’에 가득 차 있어야 할 멸치가 한 마리도 보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간밤에 누군가 와서 멸치를 싹쓸이하고 만 것입니다. 그 후부터 ‘마농개’가 ‘도둑개’라 불리게 된 것입
들굽낭이라하면 두릅나무과 잎지는 작은교목 두릅나무를 이르는 제주말이다. 4월에 고사리를 꺾으러 야산을 돌아다니다 보면 초원과 숲의 경계지점에 가시덤불 얽어진 사이로 간간이 볼수있는 나무다.어랑 어랑 하다는 말은 여리디 여리다는 제주말이다. 날카로운 가시가 나무줄기와 잎자루에 돋아 맨손으로는 접근하기 어려운 나무가 들굽낭이지만 그 어랑진 새순을 끓는 물에 데쳤을 때 가시채 부드럽게 넘어가는 향기로운 맛은 거칠다고 표현할 수 없는 언랑진 맛 그 자체라 할 수가 있다.산신령을 어머니 아버지로 두지 않고는 맛보기도 점점 어려워져 가는 귀한
공기가 습하다. 비는 오지 않았는데 비가 온 것 같은 기분이다. 자리에 일어나서 책장을 서성인다. 다분히 의도를 담아 그림책 한 권을 꺼낸다. 책의 앞장을 펼쳐 QR코드를 찍는다. 14개의 피아노곡 목록이 펼쳐진다. 한 곡씩 차례로 듣다 맨 마지막 전곡 재생을 몇 차례 다시 듣는다. 음악을 들으면서 책장을 한 장씩 넘긴다. 위에서 아래로 내려 본 구도엔 활짝 펼쳐진 노란색 우산이 보인다. 다음 장에는 파란색 우산이 등장하고 그렇게 둘은 어딘가로 향한다. 다음 페이지. 이번엔 초록 우산과 빨간 우산이 추가로 등장한다. 빨간 우산과 노
지난 4월 11일 정부가 내놓은 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라 600㎿나 되는 신규 가스발전이 제주도에 신설되는 문제를 다루기 위해 긴급하게 토론회가 개최되었다. 토론회 제목은 ‘탄소중립 시대, 제주 가스발전이 나아갈 길’이었다. 제주도에 새롭게 화석연료 기반의 가스발전시설을 갖춰지면 그 자체로 탄소중립을 달성할 수 없다는 점을 알리기 위한 토론회였다.토론회에는 정부 입장을 대변하기 위해 제주 전력거래소와 한전이 참여했다. 급격한 기후위기 시대에 IPCC가 6차 종합보고서를 통해 급진적인 변화 없이 인류의 미래도 없다는 것을 확인시
제주 제2공항을 둘러싼 일련의 현상들은 15년 전 해군기지 건설 문제를 떠오르게 한다. 당시 시민단체 활동가였던 필자는 지역 언론매체에 이에 대한 반대 기고를 쓴 적이 있는데, 기사에 딸린 한 줄 댓글에 큰 상처를 입은 기억이 있다.‘빨갱이’라는 세 글자. 해군기지 건설에 반대하고 사람과 자연이 어울려 사는 사회가 중요하다고 한 이유로 빨갱이가 되고 말았다. 빨갱이의 정의가 그러하다면 필자는 빨갱이가 맞다. 어릴 적부터 평생 달고 있는 ‘안면홍조’ 증상으로 ‘얼굴 빨갱이’라는 별명은 있었지만, 이는 아주 다른 차원의 것이었다. 무엇
※리뷰에 앞서 3월의 “도시+락(Rock, 樂)”을 휴재한 데 대해 사과를 드립니다. 예기치 못한 건강 이상이 있었던 까닭입니다. 너그러운 이해를 부탁드리겠습니다.제주의 3월과 4월, 산과 들은 벚꽃과 유채꽃으로 점령해 버린 바야흐로 계절의 여왕 봄이 왕좌를 튼 형세이다. 길고도 잔인했던 COVID-19 팬데믹의 시간이 어느덧 엔데믹의 시간으로 향하는 것에 대한 봄으로의 계절 바뀜은 아주 절묘한 타이밍이 아닐까 싶다.그러나 미디어를 통해 연일 호외 되는 뉴스들을 보면 봄 계절의 느낌과 거리감이 있다. 쏟아져 나오는 뉴스들의 타이틀,
1267년 1월 26일. 원나라 대도(베이징)는 정초라 세계 각국에서 오는 수많은 사절단들로 붐볐다. 그 가운데 탐라국 사람 양호가 있었다. 양호는 원나라 세조를 만났다.원나라 세조는 역사상 가장 넓은 지역을 정복한 나라 쿠빌라이 칸이다. 이날의 일을 원나라 역사인 는 이렇게 적고 있다.백제가 그 신하 양호를 보내서 입조하니, 수놓은 비단을 차등 있게 하사했다.양호는 탐라국을 떠난 후 먼저 강화도에 들어가서 왕을 알현했다. 그리고 다시 50일간의 여행 끝에 대도에 도착한 것이다. 이 일에 대해 고려사는 이렇게 썼다.1266년
유서 깊은 중산간 마을 '신풍리' '새롭고 풍요로운 마을을 지향한다'는 뜻을 가진 신풍리(新豊里)는 고인돌과 선사시대 유적이 산재해 있는 역사가 깊고 전통 있는 마을이다. 중산간에서부터 천미천을 끼고 해안까지 이어져 있어 중산간 마을과 해안 마을의 특성을 다 지니고 있는 독특한 마을로 본동과 큰개동 등 2개의 자연마을로 이루어져 있다. 신풍리의 옛 이름은 '내깍, 내끼' 또는 '웃내깍, 웃내끼'로 하천 주변에 형성된 마을이라는 뜻으로 내깍마을 중에서도 위쪽에 있는 마을이다. '내끼'는 내(川)의 끄트머리라는 뜻이다. 성산읍과 표선면
제주왕벚꽃이 꽃비를 쏟아내고 나니 겹벚꽃이 만개했다. 연둣빛 새순을 틔운 가로수와 짙은 분홍의 겹벚꽃이 복잡한 현실엔 무관심한 듯 생명력을 뽐낸다. 시선을 조금만 올리면 다른 세상이다. 불과 몇 주 전까지만 해도 겹벚꽃은 전혀 필 것 같지 않았고, 가로수의 가지는 앙상했다. 하지만, 살아 있는 모든 것은 변화하며 움직이는 것이라고 계절은 또다시 우리를 일깨운다. 타고난 물성 자체는 생명력이 없으나 사람을 만나 무한의 생명을 얻는 것이 있으니 바로, 책이다. 어떤 사람을 만나느냐, 어디서 만나느냐, 언제 만나느냐에 따라서 이것은 숱한
코로나19로 닫혀 있던 크루즈관광이 3년 만에 재개됐다.지난 3월16일 2만9000톤급 크루즈 아마데아호의 제주항 입항을 시작으로, 개점 휴업 상태였던 강정항에 11만5000톤급 크루즈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가 3월19일 기항했다. 이어 3월에만 5척의 크루주선이 입항했고 6,200여명의 관광객이 제주를 찾았다.올해 51척의 크루즈 선박이 제주를 찾을 것으로 알려진다. 이와 더불어 방문하는 관광객은 10만명이 넘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크루즈 관광의 재개로 제주도 지역경제 활성화 기대감이 커졌으며, 제주도정은 이러한 기대를 충족시키
제주도 핫플레이스 평대리...구좌읍의 중심지이면서 교통의 요지이기도 한 평대리는 반농반어의 마을로 해안선은 단조로운 편이지만 해안 경관이 수려하고 수산자원이 풍부하다.평대리는 해안에서부터 중산간까지 넓은 평원지대를 이루고 마을 안에는 드넓은 해안사구가 자리 잡고 있다.마을에는 삼림욕을 즐기며 산책하기 좋은 세계 최대의 비자나무 군락지인 비자림(비지곶자왈에 속한 평지에 만들어진 숲)이 있으며 당근마을로 더 알려져 있다.'머들이와 함께 하는 제주밭담 이야기' 아름다운 벵듸마을(평대) '감수굴 밭담길'은 2016년 지역행복생활권 선도사업
속은 국화과의 다년생 식물 쑥의 제주말이다. 키는 50cm ~100cm 전후로 자란다. 맛은 쓰고 매우나 독특한 향이 있다. 양지바른 길가나 들판. 농경지라면 토양을 가리지 않고 자라는 강인한 야생식물이다. 쑥은 겨울 한설이 퇴장하는 이른 봄 땅속 뿌리에서 어린잎이 나와 땅바닥에 바짝 붙어 있다가 조금씩 조금씩 쑥쑥 자란다 하여 그 이름이 쑥이라 하였다. 세상이 난장판이 되도록 짓밟혀진 상황을 우리는 쑥밭이 되었다 하는데 이 말은 쑥이 땅바닥을 뒤덮은 모습에 비유한 말이다.우리 민족의 신화에도 등장하는 호랑이와 곰의 전설에도 쑥과
“아, 이번 달 영화는 뭐보지.” 설렘 반 걱정 반으로 내뱉는 말이다. 그러다 공교롭게 두 사람에게서 한 영화를 적극 추천받았다. 2014년 일본 영화 이다.포털창에 영화를 검색하면 이라는 제목도 함께 소개된다. 영화 제목에서 드러나는 것과 같이, 이 영화는 ‘임업'을 다룬다. 임업이라는 생소한 세계를 보여주는 은 일단 분위기, 유머코드, 가족과 스승, 그리고 마을을 대하는 태도 등 지독히 일본적인 영화라고 할 수 있다.을 만든 감독은 우리에겐 2004년 작품인 ,
오랜만이다. 오랫동안 바라왔던 비가 촉촉하게 전국을 적시고 있다. 이 귀한 단비는 전국을 두려움에 떨게 했던 산불을 껐고, 제한급수 중이던 남부지역의 가뭄을 해결했다. 다만, 바람이 거세게 불면서 제주와 뭍을 오가는 항공편이 무더기로 결항되고 있다. 기상 악화는 인간이 막을 수 없기에 어쩔 도리가 없는 일이다. 하지만 갑자기 발이 묶인 입장에선 유쾌한 일이 아니다. 제주에선 모든 도민의 발이 묶이고 자유가 억압받던 때가 있었다. 기상 탓이 아니었다. 사람이 사람에게 그랬다. 너무나 가혹했던 시간들. ‘제주4·3’으로 정의되는 7년
“언제까지 성평등 이야기 할 거야? 우리집은 이미 남녀가 평등한데?”소소한 모임 자리에서 ‘성평등’이 주제로 떠오르면 심심찮게 듣는 얘기다. 목소리에는 불만이 섞여 있다. 어떤 근거로 말하는지도 모르겠고, 어디서부터 따져가며 말을 해야할 지 난감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설거지‧쓰레기 분리수거 몇 번 하고, 월급 통장을 아내에게 맡기는 것을 성평등이라 생각하는 걸까? 사회적 약자에 대한 생각이 그 사회의 인권지수를 보여주는 바로미터라고 한다면, 혹시 여성은 사회적 약자가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는 건 아닌지 하는 의문이 들 정도다. #
아내는 의외로(?) 말이 많은 편이다. 누군가 1을 말하면 그 1에 2, 3을 보탠다. 그래서 지인들과의 대화할 때 늘 적극적이고, 주도적이다. 만약 아내가 누군가의 말에 추임새만 넣고 있다면, 필경 마주하고 있는 상대방과의 대화가 불편하다는 신호임이 분명하다.아내의 다변은 아침 식사에서 빈번하게 확인된다. 우리의 아침 식사는 다섯 식구가 오붓이 모여앉는 경우는 드물다. 넷 혹은 셋이 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셋일 경우는 아내와 장모님 그리고 나다. 식사 자리에서 아내가 어머니의 말에 단답형으로 끝내는 일은 결코 없다. 꼬박꼬박 대꾸
힐링의 섬 '제주' 찬바람을 밀어내며 봄빛이 대지를 적시면제주의 3월은 들녘을 노란 유채꽃으로 물들인다.눈부시게 하는 푸른 물빛과 검은 돌담 아래 이국적으로 펼쳐지는 제주다움 짧은 봄, 2월부터 일찍 피기 시작하는 유채꽃은4월까지 찬란한 봄꽃 여행을 마무리한다.코로나19가 남긴 사라진 제주의 봄 축제 하지만 다시 시작되는 봄을 부르는 생명의 속삭임, 봄 풍경은 여전하다.언 땅을 뚫고 나왔던 봄의 전령사들은 봄바람 타고 사라져 버리지만 제주의 봄은 가는 길마다 샛노란 유채꽃이 발걸음을 사로잡는다.문득 깨닫게 하는 여행의 힘! 유채꽃밭
2008년에 나온 책이다. 15년 전이다. 김종철 선생이 2020년이 돌아가셨으니, 선생이 돌아가시기 12년 전에 나왔다. 선생이 1947년에 태어났으니 당신 나이 61살 때 나왔다. 선생은 녹색평론사 대표였다.《땅의 옹호》는 책은 2009년에 2쇄까지 찍었다. 그것으로 끝이다. 책이 팔리지 않아서다. 슬픈 일이다. 15년이 지난 책이지만 지금도 빛이 나는 책이다. 이런 책은 100쇄 넘게 찍고 10만 부 넘게 팔려야 한다. 김종철 선생은 이 책에서 크게 세 가지를 말한다.첫째, 경제성장주의를 멈춰라.경제가 성장한다고 가난한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