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진주의료원 폐쇄, 2015년 메르스 사태 등을 겪으면서 공공의료 필요성과 확충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급물살을 탔다. 특히, 공공의료 기반 확충은 COVID-19 대확산을 계기로 그 중요성을 재확인했다. 그러나 의료민영화의 첫걸음이 될 영리병원 불씨가 제주도를 넘어 강원도까지 번지는 상황. 이에 제주투데이와 의료연대본부 제주지부는 지역 차원에서 의료공공성을 강화할 수 있는 정책 방향성과 대안을 10차례에 걸쳐 모색한다. 절박함. 잠잘 시간도 부족할 만큼 많은 업무에 시달리는 간호사들이 천금 같은 휴일을 반납하고
4월은 잔인한 달. 시인 T.S. 엘리엇의 ‘황무지’라는 시에 나오는 표현이다. 시인은 어찌하여 계절 중 으뜸이라는 봄의 4월을 잔인하다 했을까? 까닭을 찾아보니 제1차 세계대전 후 정신적으로 황폐한 유럽의 모습을 빗대어 표현한 것이라고 한다. 누군가에게 봄은 축복과 소생의 기쁨을 만끽하는 계절이겠지만 누군가에겐 잔인한 봄의 역설로 인해 아파할 수도 있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도 4월은 여러가지 이유로 잔인했다. ‘잔인한 4월’의 아픔을 치유해 줄 특효의 약이 필요했다.다행히도 4월의 마지막 토요일 제주시청 인근에 있는 라이브클럽 ‘인
창밖 너머로 오래된 성당이 보인다. 그 창문과 성당 사이에는 파란 하늘과 초록 나뭇잎이 펼쳐져 있다. 늘 푸른 5월 같은 풍경. 보는 것만으로도 코끝에 상쾌함이 밀려들고 마음이 정화되는 기분. 이 책방을 알게 된 요인이다. SNS를 통해서 책방 정보를 얻는 편인데 이 한 장의 사진에 마음이 요동쳤다. 하지만, 바로 이곳을 취재하지는 못했다. 반년 정도 마음에 품고 있던 때, 취재에 나서게 됐다. 때는 바야흐로 동장군이 떠나지 않고 질척이던 3월. 제주중앙로상가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약 5분. 오래된 건물들 사이의 좁은 도로를 걷는다
노동자역사 한내 제주위원회는 지난달 21일부터 24일까지 재일제주인 최대 밀집 지역 오사카시 이쿠노구(生野區)를 다녀왔다. 답사를 통해 일본에서 살아가고 있는 수많은 재일동포(자이니치 코리안), 특히 재일제주인의 삶을 살펴보고자 했다. 아울러 일본 내에서의 제주4·3 진상규명 및 명예회복 운동 현황과 우경화되고 있는 일본 사회를 4차례에 걸쳐 짚어본다. “'조선시장'이라면, 양준오가 일제강점기부터 청년다은 열정으로 반일 감정을 키워가면서 찬양한 곳이었다. 양준오는 남승지가 고베에서 오사카로 찾아올 때면 함께 '이카이노'의
뉴밀레니엄을 맞아 전 세계가 떠들썩하던 1999년이었다. 10여년을 함께 했던 메탈 밴드의 드러머가 갑작스런 탈퇴를 선언했다. 밤을 새워가며 새로운 경향의 메탈 음악들을 연구하고 녹음하던 중이었다. 충격이 컸다. 도저히 납득이 안돼 이유를 물었다.- 음...이제는 재즈가 하고 싶어서.뭐? 재즈? 저녁이 되고 나는 용두암 근처의 음악전문 감상실 '파블로'로 향했다. 새우깡에 맥주 두어 병을 마시고는 사장님을 향해 외쳤다."가장 유명한 재즈 뮤지션 영상 좀 틀어주세요!"멋드러진 백발을 자랑하는 사장님은 빙그레 웃으며 당시로선 희귀한 L
제주투데이는 '시민들의 목소리를 직접 전한다'는 취지로, 시민이 만드는 뉴스 제주순정TV의 콘텐츠를 소개한다. 제주순정TV는 주체적 참여 시민의 입장에 서서 지역 현안에 대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제주도민 부순정씨가 리포터를 맡은 제주순정TV는 제2공항 건설 사업, 비자림로 공사 문제 등 제주 지역 현안에 대해 참여 시민의 관점에서 분석, 비평하고 있다.
2021년에 나온 그림책이다. 권정생 쓴 시와 김규정의 그림을 담았다. 시 전문을 보자.“이 세상 그 어느 나라에도/ 애국 애족자가 없다면/ 세상은 평화로울 것이다// 젊은이들은 나라를 위해/ 동족을 위해/ 총을 메고 전쟁터로 가지 않을 테고/ 대포도 안 만들 테고/ 탱크도 안 만들 테고/ 핵무기도 안 만들 테고// 국방의 의무란 것도/ 군대훈련소 같은 데도 없을 테고/ 그래서/ 어머니들은 자식을 전쟁으로/ 잃지 않아도 될 테고// 젊은이들은 꽃을 사랑하고/ 연인을 사랑하고/ 자연을 사랑하고/ 무지개를 사랑하고// 이 세상 모든 젊
밤새 어금니가 심하게 흔들리는 꿈을 꾸었다. 물론 꿈이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힘들 바에야 차라리 속 시원히 빠져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을 정도로 고통스러웠다. 서울에서 고3 담임을 연속으로 내리 맡으면서 스트레스로 생니가 빠지는 걸 불쌍히 여기신 부인님의 결단으로 제주에 내려오게 된 나에겐 ‘군대에 다시 끌려가는 꿈’에 버금가는 악몽 중 하나이다.제작년 봄에 한 업체에서 마을회로 연락이 왔었다. 우리마을에서 사업을 하려고 하는데 제주시 담당부서에서 리사무소로 한 번 가보라고 권해서 연락했단다. 며칠 후 음료박스를 들고
세상 어떤 음악이든 쉽다, 어렵다를 논할 수 있으랴마는 악기를 연주하고 배우는 이들에게 끝판왕 같은 장르의 존재가 있고 그 끝판왕의 존재는 바로 재즈 아닐까.여기서 예전 영화 한 편을 소환하여 이야기해볼까? 워쇼스키 자매 감독, 키아누 리브스 주연의 매트릭스 1편. 영화의 후반부, 클라이맥스에서 주인공 네오는 적과의 대치 상황 속에서 문뜩 세상의 진실을 목도하게 된다. 우리 눈에 투영되는 세상은 ‘0’과 ‘1’로 만들어진 세상이라는 것을, 호흡하는 공기와 사물과 인간 군체 모두가 ‘0’과 ‘1’의 집합체라는 것을 말이다.하필 여기서
. 이진씨가 그림책 작가 양성 과정을 수료하며 세상에 펴낸 책이다. 아이에게 섬의 풍경을 전하는 내용인데 그 섬이 어찌나 아름답고 평화로운지 글과 그림을 따라가다 보면 날섰던 마음이 차분해진다. 이씨의 이야기를 담은 자전적 성격의 그림책인데 이씨의 고향은 남해의 섬 나로도다. 이 섬에서 태어나 11살까지 살았다. 이 진씨는 고향이 좋았지만 부모님 손에 이끌려 뭍으로 이주해야 했다. 나로도가 그에게 이상을 품게 한 곳이었다면, 제주는 이상을 실현하는 곳이다. 그림책을 펴내는 작가가 됐고, 뛰어난 바느질 솜씨로 작품을 만들
제주 제2공항 건설 추진계획이 발표된 지 벌써 8년이 흘렀다. 하지만 지금도 여전히 계획에 대해 도민사회가 찬반양론으로 분열되고 있다. 최근의 논쟁과 갈등은 도민사회 안으로 더욱 더 깊이 파고들고 있다.찬성과 반대라는 논리 싸움도 모자라, 도민 개개인에 대한 인신공격으로 번지고 있다는 점이 뼈아프다. 토론은 사라지고 욕설과 야유, 고성을 넘어 인신공격의 비난과 몸싸움까지 펼쳐졌다. 지난 6일 서귀포청소년수련관에서 열린 도민경청회 플로어 토론에 나선 고창권 제주제2공항건설촉구범도민연대 위원장은 정모 군의 발언을 두고 반대 주민들에게‘
소비자들의 요구에 토마토가 있었다.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이 대부분이다 보니 선호품목은 당근·감자·브로콜리·양배추 등이다. 몇 년 전부터 참외와 수박을 판매하다 보니 토마토 문의도 제법 많아 재배를 해볼까 고민 중이던 참에 비닐하우스를 얻게 되었다. 작년에 노지에 옥발토마토를 심어보았는데 비와 습한 날씨가 이어져 맛보기는커녕 씨앗 한 알도 건지지 못하였다. 비닐하우스 시설을 하여 적어도 비가림을 한다면 가능할 텐데 하는 생각을 줄곧 가지고 있었다. 자연재배 농민임을 자부하면서 비닐하우스 농사는 어림없는 일이라고 혼자 뿌듯해하고 있었건
노동자역사 한내 제주위원회는 지난달 21일부터 24일까지 재일제주인 최대 밀집 지역 오사카시 이쿠노구(生野區)를 다녀왔다. 답사를 통해 일본에서 살아가고 있는 수많은 재일동포(자이니치 코리안), 특히 재일제주인의 삶을 살펴보고자 했다. 아울러 일본 내에서의 제주4·3 진상규명 및 명예회복 운동 현황과 우경화되고 있는 일본 사회를 4차례에 걸쳐 짚어본다. 올해로 75주년을 맞이하고 있는 제주 4·3. 그 역사의 또 다른 ‘현장’이 일본 오사카였음을 아는 한국인들은 얼마나 될까? 제주와 오사카의 인연은 오래되고 깊다. 오사카
우리 집은 10년이 넘게 부부가 모두 일을 하며 살아가는 맞벌이 생활을 하고 있다. 하루 내내 바쁘게 활동하다 집으로 돌아가 저녁 준비하고 아이들이랑 먹고 나면 세상 모든 일이 귀찮게 느껴지기만 한다. 빨래는 수북이 쌓여가고 빈 그릇으로 싱크대가 넘쳐나기 일쑤다.거기다 하루가 다르게 훌쩍 커가는 아이들까지 돌보려면 숨이 턱까지 차오른다. 우리 집만 그런 건 아닐테고 많은 부부들이 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으리라. 특히 제주는 10가구 중 6가구가 맞벌이로 전국 최고 수준이라고 한다.지난 달 지인들과 대화하다가 아는 사람이 종종 가사도우
조천과 함덕 사이에 자리한 신흥리에는 ‘도둑개’라는 석방렴이 있습니다.(석방렴은 갯가에 돌을 쌓아 물고기를 가두어 잡는 어로시설입니다.) 원래 이름은 ‘마농개’였는데 ‘도둑개’라는 별칭이 생긴 사연이 재미있습니다. 오래전, ‘마농개’에 멸치 떼가 가득 몰려들었습니다. 이른 아침, 멸치걸이의 기대를 품고 ‘마농개’로 나갔던 신흥리 사람들은 깜짝 놀랐습니다. ‘마농개’에 가득 차 있어야 할 멸치가 한 마리도 보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간밤에 누군가 와서 멸치를 싹쓸이하고 만 것입니다. 그 후부터 ‘마농개’가 ‘도둑개’라 불리게 된 것입
들굽낭이라하면 두릅나무과 잎지는 작은교목 두릅나무를 이르는 제주말이다. 4월에 고사리를 꺾으러 야산을 돌아다니다 보면 초원과 숲의 경계지점에 가시덤불 얽어진 사이로 간간이 볼수있는 나무다.어랑 어랑 하다는 말은 여리디 여리다는 제주말이다. 날카로운 가시가 나무줄기와 잎자루에 돋아 맨손으로는 접근하기 어려운 나무가 들굽낭이지만 그 어랑진 새순을 끓는 물에 데쳤을 때 가시채 부드럽게 넘어가는 향기로운 맛은 거칠다고 표현할 수 없는 언랑진 맛 그 자체라 할 수가 있다.산신령을 어머니 아버지로 두지 않고는 맛보기도 점점 어려워져 가는 귀한
2013년 진주의료원 폐쇄, 2015년 메르스 사태 등을 겪으면서 공공의료 필요성과 확충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급물살을 탔다. 특히, 공공의료 기반 확충은 COVID-19 대확산을 계기로 그 중요성을 재확인했다. 그러나 의료민영화의 첫걸음이 될 영리병원 불씨가 제주도를 넘어 강원도까지 번지는 상황. 이에 제주투데이와 의료연대본부 제주지부는 지역 차원에서 의료공공성을 강화할 수 있는 정책 방향성과 대안을 10차례에 걸쳐 모색한다. 퇴근 후 집에 돌아와 보니 현관 앞에 채소가 한가득 담긴 박스가 있었습니다. 지난 코로나 펜데
공기가 습하다. 비는 오지 않았는데 비가 온 것 같은 기분이다. 자리에 일어나서 책장을 서성인다. 다분히 의도를 담아 그림책 한 권을 꺼낸다. 책의 앞장을 펼쳐 QR코드를 찍는다. 14개의 피아노곡 목록이 펼쳐진다. 한 곡씩 차례로 듣다 맨 마지막 전곡 재생을 몇 차례 다시 듣는다. 음악을 들으면서 책장을 한 장씩 넘긴다. 위에서 아래로 내려 본 구도엔 활짝 펼쳐진 노란색 우산이 보인다. 다음 장에는 파란색 우산이 등장하고 그렇게 둘은 어딘가로 향한다. 다음 페이지. 이번엔 초록 우산과 빨간 우산이 추가로 등장한다. 빨간 우산과 노
지난 4월 11일 정부가 내놓은 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라 600㎿나 되는 신규 가스발전이 제주도에 신설되는 문제를 다루기 위해 긴급하게 토론회가 개최되었다. 토론회 제목은 ‘탄소중립 시대, 제주 가스발전이 나아갈 길’이었다. 제주도에 새롭게 화석연료 기반의 가스발전시설을 갖춰지면 그 자체로 탄소중립을 달성할 수 없다는 점을 알리기 위한 토론회였다.토론회에는 정부 입장을 대변하기 위해 제주 전력거래소와 한전이 참여했다. 급격한 기후위기 시대에 IPCC가 6차 종합보고서를 통해 급진적인 변화 없이 인류의 미래도 없다는 것을 확인시
제주 제2공항을 둘러싼 일련의 현상들은 15년 전 해군기지 건설 문제를 떠오르게 한다. 당시 시민단체 활동가였던 필자는 지역 언론매체에 이에 대한 반대 기고를 쓴 적이 있는데, 기사에 딸린 한 줄 댓글에 큰 상처를 입은 기억이 있다.‘빨갱이’라는 세 글자. 해군기지 건설에 반대하고 사람과 자연이 어울려 사는 사회가 중요하다고 한 이유로 빨갱이가 되고 말았다. 빨갱이의 정의가 그러하다면 필자는 빨갱이가 맞다. 어릴 적부터 평생 달고 있는 ‘안면홍조’ 증상으로 ‘얼굴 빨갱이’라는 별명은 있었지만, 이는 아주 다른 차원의 것이었다. 무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