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롭던 제주 섬에 불어닥친 4·3의 광풍이 제주 전역을 휩쓴 지 75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그간 4·3의 정의로운 해결을 위한 다양한 움직임이 있었다. 진상규명에 이어 국가 보상금 지급, 재심 재판을 통해 현재까지 1191명이 무죄를 선고받고 명예를 회복했다. 이제 제주4·3은 화해와 상생으로 국가폭력을 극복, 전 세계 과거사 중 모범적인 해결 사례로 꼽히고 있다. 그럼에도 ‘완전한 해결’까지는 갈 길이 멀다. 아직도 의도를 알 수 없는 명예훼손과 역사왜곡 발언이 무분별하게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에 75년 통한의 세월을 관통하
제주4·3, 75주년을 앞둔 최근 참으로 황당하고 어처구니없는 일이 발생했다. 극우를 표방하는 우리공화당, 자유당, 자유민주당, 자유통일당과 자유논객연합이라는 정당과 단체가 4·3에 대해 북한 김일성과 남로당이 저지른 폭동이라 규정한 현수막을 곳곳에 내걸었다. 나아가 그 무시무시했던 서북청년단의 맹신을 잇는다는 불명의 단체는 4·3추념 일에 제주로 내려와서 4·3을 폄훼하는 집회를 열겠다고 전한다.이 나라에 저러한 극우정당과 단체들이 있었는지도 처음 경험하는 일이다. 대체 백주대낮에 어떻게 제주4·3을 폄훼하는 작태를 벌일 수 있는
얼마 전 차귀도를 방문했다. 이번이 세 번째였다. 섬 속의 섬이자 사람의 손이 오랜 기간 닿지 않은 무인도이기에 너른 초원과 탁 트인 바다를 구경할 수 있다는 점이 참 매력적이었다. 아직까지는 관광객들이 많이 찾지 않는 곳이기에 더욱 좋다.이번에 그곳을 방문하면서 처음 알게 된 사실은 한국 영화 역사상 가장 독창적인 세계관을 가진 기인이자 괴인 故김기영 감독의 작품 가 차귀도를 배경으로 제작되었다는 사실이었다.2021년 배우 윤여정이 아카데미 시상식 여우조연상을 수상했을 때, 수상소감으로 故 김기영 영화감독에게
토종씨앗 나눔행사가 지난 토요일에 있었다. 봄이 되기도 하였거니와 마스크해제로 이제 완연히 일상 활동이 회복되어서 여기저기서 행사소식이 많았다. 여성농민회는 윤석열 심판의 날 전국대회에 참여하였고, 꾸준히 참여하고 있는 자연그대로 농민장터는 200회를 맞아 뜻 깊은 행사가 치러졌다. 봄이 되면 들썩들썩 어딘가로 가고 싶은데 맞춤하게 벚꽃이 만개하여 춘상객들의 눈을 호강시켜주기까지 하였다. 우리는 토종씨앗을 가지고 여러분을 만나는 행사를 작은 동네 종달리에서 가졌다. 준비과정에 종달리사무소를 찾았더니 이장님이 흔쾌히 허락해주셨다. 우
지난 2022년 4월 26일 전면 개정된 동물보호법 개정안이 올해 4월 27일 시행 예정으로 시행령과 시행규칙 마련에 분주하다. 그간 법의 테두리 밖에 있었던 속칭 '사설 유기동물 보호소'를 제도권 안으로 편입시키는 민간동물보호시설 신고제가 도입되는 점이 눈에 띈다.개정령안에 따르면 보호동물의 마릿수가 개·고양이 기준 20마리 이상인 시설은 보호시설의 명칭 및 주소, 운영자 성명, 보호시설 면적 및 수용가능 마릿수 등을 관할 시군구에 신고해야 한다. 또한 보호실, 격리실, 사료보관실, CCTV를 설치해야 하며 외부 시설의 경우 직사
2013년 진주의료원 폐쇄, 2015년 메르스 사태 등을 겪으면서 공공의료 필요성과 확충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급물살을 탔다. 특히, 공공의료 기반 확충은 COVID-19 대확산을 계기로 그 중요성을 재확인했다. 그러나 의료민영화의 첫걸음이 될 영리병원 불씨가 제주도를 넘어 강원도까지 번지는 상황. 이에 제주투데이와 의료연대본부 제주지부는 지역 차원에서 의료공공성을 강화할 수 있는 정책 방향성과 대안을 10차례에 걸쳐 모색한다. 얼마 전 제주지방법원에서는 녹지국제병원에 대한 두 번째 개설 허가 취소와 관련한 소송이 열렸다
풍경1. 뿔쇠오리와 마라도 고양이요즘 우리 마을 핫이슈는 섬에서 섬으로 이주(?)해서 세계자연유산본부에 주소가 생긴 ‘마라도 고냉이’들이 아닐까한다. 최근 문화재청과 제주세계유산본부가 마라도에 살던 고양이 마흔 일곱 마리를 제주세계자연유산본부 뒷 마당으로 데리고 왔기 때문이다. 세 고양이들의 충성스런 집사이자, 마을 곶자왈에 멸종위기조류 생태조사 뿐 아니라 그걸 찍어서 세계자연유산센터에서 “거문오름마을의 산새들”이라는 엽서북까지 판매하고 있는 아마추어 조류 사진가로서 이 사건에 대한 입장을 조심히 밝혀 본다.언뜻 믿기 힘들겠지만 마
생강나무는 녹나무과의 낙엽관목으로 키는 3미터 내외로 자라는 암·수 다른 그루의 나무다. 노랑 매화꽃이 피는 나무라 하여 ‘황매목’이라 하며 일본에서는 향내가 나는 매화라 하여 ‘다꼬우바이(단향매)’라는 이름을 가졌다.생강나무는 우리나라 따뜻한 서귀포의 계곡 주변부터 한라산 해발 1100고지 습지까지 자라는 식물이다. 한반도 자생지의 북방한계선은 개마고원까지니 백두산이 한반도의 머리 부분이라면 남쪽섬 발등에서 부터 한반도의 어깨높이까지 남과 북으로 매우 광범위 하게 자라는 식물이다. 이렇게 남북으로 길게 뻗은 산맥을 타고 한반도에
“햇살이 포근한 걸 보니 봄은 봄인가 보네”라고 자판기 커피를 뽑으며 입사동기인 동석이가 인사를 건넨다. 나는 “봄이면 뭐하냐. 피곤해 죽겠는데”라고 쏘아붙였다. 계속되는 야근으로 몸이 천근만근인지라 기분 좋게 답할 여유가 없다.동석이도 사정을 뻔히 아는지라 조금 미안했는지 “그래도 다음 주면 저축해둔 휴가 몰아서 쓸 수 있으니 제수씨랑 어디 놀러라도 다녀와. 나도 가족들이랑 며칠 여행 가기로 했어. 애들이 엄청 좋아하더라고”라며 위로를 건넨다. 나도 ‘그래 이번 주만 지나면 제대로 쉴 수 있겠지. 동석이 말대로 오랜만에 휴가나 가
2018년 12월 17일 뉴욕에서 열린 제73차 유엔총회에서 ‘농민과 농촌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권리선언(유엔농민권리선언)’이 채택됐다.이 선언은 2001년 전 세계 소농들의 국제연합조직 비아캄페시나(La Via Campesina, 1993년 창립) 국제농민운동조직으로부터 제안됐다.비아캄페시나는 신자유주의 경제체제가 확립되면서, 우루과이 라운드 협상(UR), 세계무역기구(WTO) 중심으로 농업이 국제무역 대상이 되고 기업이 농자재 및 농업과 먹거리의 통제가 강화되는 것을 비판했다.이에 농민의 권리는 물론이고 농업개혁과 농민의 생존권
치유 받지 못한 상처는 과거가 아닌 현재가 된다. 4·3 생존자들은 4·3과 유사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4·3의 트라우마가 되살아나고, 이것이 다시 자아를 상처 입히는 방식으로 재현, 반복된다. 한 4·3 생존자는 지금도 차 소리와 호루라기 소리가 나면, 4·3 당시 군인들이 호루라기를 불며 사람들을 운동장에 집합시키고 차에 올라타서 호송되었던 기억(학살로 이어지는)이 떠올라 갑자기 구토증세가 나타나고 몸이 바들바들 떨린다고 호소하였다. 이러한 트라우마의 기억은 집단적 기억에도 영향을 미친다. 몇 해 전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과정에
제주의 앞바다에 거대한 위기가 드리워지고 있다. 후쿠시마 핵오염수가 ‘해양투기’될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지금으로부터 12년 전, 2011년 3월 11일 일본 동부에 9.0의 대지진이 벌어졌다. 쓰나미의 여파로 후쿠시마현의 원자로 1·3·4호기가 폭발했다. 폭발한 핵발전소를 냉각하기 위해 일본은 바닷물을 가져다가 원전을 냉각시켰다. 이제 방사능에 오염된 핵오염수를 바다에 투기하겠다고 한다.문제는 일본의 초동대응이 미흡하게 진행되면서 멜트다운 즉, 원자로의 노심부가 녹게 되고 1200℃의 통제불능(스테이션블랙아웃) 상태에 빠지면서 1
지난 3월 6일 환경부가 제주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에 대해 ‘조건부 협의(동의)’를 국토부에 통보했다. 바로 이틀 후 국토부가 기본계획(안) 보고서를 제주도에 송부하면서 제2공항관련 논란이 다시금 제기되고 있다.환경부의 ‘조건부 동의’와 협의 내용에 대해서는 ‘제주도 패싱’이란 말까지 나올 만큼, 반민주적이고 제주도를 철저히 배제하는 과정이었으며, 기본계획(안)을 제출한 이후엔 ‘속도전’이란 말까지 동원됐다.이어지는 기본계획의 고시, 환경영향평가절차 등의 과정에 대해서는 ‘제주도의 시간’이 될 것이란 분석과 전망이 나오고 있다.
“행안부에서는 산불재난 국가위기경보가 발령되었다고 문자가 오고, 제주시청에선 오름에 불을 지르겠다 카톡이 오고…. 이게 무슨 정신분열 행태냐 했거든요. 가뜩이나 미세먼지로 한라산도 안 보이는데 도민들 울화통 터지기 전에 행사가 취소돼서 정말 다행이에요.”새별오름 들불축제 취소 서명에 참여했던 한 시민이 보낸 글입니다. 새별오름에서 예정되었던 2023년 제주 들불축제 일정 중 오름 불 놓기를 비롯한 불 관련 행사가 취소되어 다행입니다. 정부가 산불재난 국가 위기 경보를 ‘경계’ 단계로 발령하는 등 최근 계속되는 건조한 날씨에 따른 산
신뢰지수 꼴찌인 한국 언론‘가짜 뉴스’라는 말이 낯설지 않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메이저 언론의 뉴스라면 일단 믿는다. 게다가 반복 보도는 확신으로 이어진다. 이 경우 주입된 정보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견해’라고 착각까지 하게 된다. 이런 위험성은 언론의 본성 안에 이미 내포돼 있다. “매체를 통해 어떤 사실을 밝혀 알리거나 어떤 문제에 대해 여론을 형성하는 활동을 가리키는 일반용어”라는 게 언론의 일반적인 정의다. 여기에 등장하는 ‘여론 형성 활동’에서 문제는 발생한다.‘여론’은 자연발생적으로 나타나지 않는다. 누군가는 ‘형성’활
제주들불축제가 대면행사로 4년만에 진행되면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오랫동안 진행되지 못한 탓에 축제를 기다리는 사람도 분명히 많을 것이라 짐작된다. 다만 들불축제를 바라보는 불편한 시각도 이번 축제가 다가올수록 커지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그렇다면 왜 들불축제가 불편하게 느껴지는 것일까?#목축문화 전통을 계승한다는 거짓말가장 먼저 불편한 점은 들불축제가 모티브인 전통목축문화를 전혀 계승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제주시는 들불축제에 대해 새봄이 찾아올 무렵 소와 말의 방목지에 불을 놓아 진드기 등 해충을 없애 가축에게 먹이기 좋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