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4일 폭설로 한차례 연기되었던 정기총회가 무사히 끝났다. 총회를 끝내고 한동안 맥이 풀려버렸지만, 바야흐로 봄은 시작하는 기운을 지니지 않았던가? 잔디가 쏙쏙 올라온다. 이제 이장도 새로운 업무를 시작해야 한다.올해 마을회는 마을 자체 돌봄사업을 한 번 추진해보기로 했다. 마을이 이장이 되고 이렇게 저렇게 주민들을 만나다 보니 어려운 형편을 외면하기 힘든 주민들이 꽤 있었다. 가난은 나라도 구제 못한다고 하지만 마을은 그래도 이웃을 돌아봐야하지 않을까? 부자들이 선심처럼 내놓는 시혜적인 돈보다 가난한 사람들이 가난한 사람
록 기타 역사상 가장 위대한 기타리스트로 꼽히는 지미 핸드릭스Jimi Hedrix는 몬트레이 팝페스티벌에서 자신의 기타를 불태우며 화려하게 등장한다. 블루스를 기본으로 피드백과 드라이브 등 갖가지 효과를 이용한 거친 싸이키델릭 사운드로 기타씬에 일대 혁명을 일으켰다. 그보다 몇 년 전인 1966년 에릭 클랩튼은 슈퍼 락밴드 크림Cream을 결성한다. 10여분이 넘는 현란하고 변화무쌍한 즉흥연에 관중은 열광했다.마초적인 아메리칸 하드록의 전형을 모여줬던 모터헤드Motorhead나 'Smells Like Teen Spirit" 으로 새
언제 쉬웠던 적이 있었으랴만 올겨울은 유독 힘들었다. 12월 말에나 한번 눈발이 날릴까 말까 하는 이곳 제주에 12월 중순에 때 이른 한파에 눈보라가 휘날렸다. 한번 쌓인 눈은 낮은 기온 탓에 이틀 동안 녹지 않았다. 1월에도 한파가 왔다하면 2~3일 내리 낮은 기온에 당근과 무 잎이 동해(凍害)를 입었다. 가을 가뭄으로 늦게 파종한 당근이 미처 자라지 않아 애를 먹고 있었는데 더 자라야 할 당근의 잎을 상하게 했으니 당근 성장을 기대하기는 이제 끝이다. 마지막 한파에는 무를 고사 시켜버리는 결정적인 한파였다. 해안가 가까운 마을의
5. 제주해녀들은 자신의 일터를 바다밭으로 생각합니다. 땅의 밭과는 달리 바다밭에서는 공동어로가 행해졌습니다. 그것은 바다밭이 공유지이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목숨을 위협하는 바다의 상황이 해녀들에게 강한 결속을 요구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검석속립에 붙여진 이름은 다양한 해녀들의 우정과 만나 새로운 이름을 낳았습니다. 기존 이름에 새로운 이름이 쌓이면서 ‘강한 결속’은 ‘부드러운 공존’으로 발돋움했습니다. 제주해녀들은 이러한 공존의 정신으로 서로를 살리고 바다를 살렸습니다. ◼괭이밥북촌의 ‘무승기 바다’는 물살이 가장 쎈 곳입니다.
3. 검석속립은 화산활동의 결과입니다. 하지만 화산은 바다의 성격을 결정하기 전에 땅의 성격을 먼저 결정했습니다. 화산이 만들어 낸 제주의 토양은 대부분 박토(薄土)입니다. 제주 경작지의 0.5%만이 논이고, 나머지는 밭입니다. 논농사는 물로 하고 밭농사는 거름으로 한다고 합니다. 밭에 의지하여 살아야 했던 제주백성에게 거름은 죽고 사는 문제였습니다. 필생의 거름을 생산해 낸 것은 소와 돼지의 똥이었습니다. 하지만 소와 돼지의 힘만으로는 부족했습니다. 바다에서 듬북을 건져 올려 모자란 거름을 충당해야 했습니다. 듬북과 함께 미역도
“제주도의 밭은 땅에 있는 만큼 바닷가와 바닷속에도 있다. 어부들의 바다밭이 있고, 해녀들의 바다밭이 있다. 같은 지점의 바다밭이라도 해녀집단들의 이름과 어부들의 이름이 다를 수도 있다. 바다밭마다 이름이 있다. 이름이 없는 것은 바다밭이 아니다.” (고광민, 제주도의 생산기술과 민속, 2004) 1. 제주 목사 이형상은 자신의 책 『남환박물』에 검석속립(劍石束立)이라는 문장을 남겼습니다. 제주해안을 둘러싼 검은 현무암을 보고 ‘검처럼 날카로운 돌들이 묶어놓은 듯 서 있다’라고 표현한 것입니다. 제주는 화산섬입니다. 여기저기에서 분
전쟁은 왜 일어나는 것일까. 군대가 없고 총과 대포와 미사일이 없다면 세상이 얼마나 평화로울까. 군대가 없는 나라도 있다. 아이슬란드, 코스타리카, 파나마 외에 30개 나라다. 다른 나라들은 모두 지금도 스스로 나라를 지키겠다며 첨단무기를 사들이고 만들고, 만들어서 팔고 있다.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이제는 핵무기를 갖고 싶어서 안달이다. 한반도 북녘에 핵무기가 있으니 우리도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사람들은 전쟁을 할 때 '좋은' 무기를 쓰려 한다. 좋은 무기라는 것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사람들을 겁주는 무기가 있으면 이길 수 있다고
2월의 첫 번째 ‘도시+락(Rock, 樂)’ 시간은지난번과 같은 장소인 ‘낮과 밤’ 소극장에서의 공연 소식이다.2월 19일, 아직 겨울 계절과 헤어질 결심을 하지 않은 2월 하늘에서 제법 찬 부슬비를 내리는 쓸쓸한 토요일 저녁.이번 겨울 계절은 무슨 미련이 남았기에 2월 중순이 넘어서기까지 그 냉랭한 심술을 부리는 걸까? 정녕 그렇다면 나는 라이브 극장에서 밴드의 뜨겁고 생생한 기운과 온도를 온몸으로 체험하며 겨울 계절의 냉랭한 심술을 조롱하리라.공연장으로 향하는 길.주차의 스트레스를 멀리하고 싶어 차를 제법 먼 곳에 세우고간만 긴
칼럼을 쓰면서 나에겐 ‘우연한’ 일들이 참 많이 일어나고 있다. 이곳을 방문하기 2주 전, ‘어서오세요, 책 읽는 가게입니다’란 책을 도서관에서 만났다. 제목을 보고 호기심이 일어 읽어봤다.일본 도쿄에는 ‘후즈쿠에(fuzkue)’라는 가게가 있다. 오로지 책 읽는 것에 집중할 수 있도록 최적의 환경을 조성해 놓은 곳이다. 저자인 아크쓰 다카시가 이 가게를 만들었다. 특히 책에는 가게 이용 방법이 12페이지에 걸쳐서 아주 자세히 소개돼 있다. 입장료에 따라 달라지는 체류 시간, 독서에 집중할 수 있도록 이용자가 지켜야 할 수칙 등이다
2월의 어느 날, 아내에게 부고가 전해졌다. ‘피스 언니’가 죽었다. 지난 몇 년 동안의 힘겨운 투병과 이식수술 끝에 회복의 가능성을 점칠 무렵 폐렴으로 세상을 떠났다.그녀는 우리 집 여름 능소화를 좋아했다. 가을 금목서를 좋아했다. 그녀는 내 아내의 어리버리한 순진함을 좋아했다. 밝은 농담과 감각어린 취향을 좋아했다. 그리고 내가 만드는 크림치즈 파운드케이크와 에그 타르트를, 또 마르게리따 피자를 좋아했다. 아내와 피스 언니는 많이 다른 사람이었지만, 한 가지 통하는 것이 있었다. 죽음의 처리가 그랬다.십 수 년 전쯤의 이야기부터
조선시대에 제주에서 태어난다는 것은 형벌에 가까웠다. 제주는 섬이라 직접세인 토지세가 없는 대신에 진상이 있었기 때문이다.다른 공물은 국가재정이라 흉년이나 천재지변에는 깎아주기도 했고 대동법이 실시된 이후는 돈이나 쌀, 옷감으로 납부하면 되었다.하지만 진상은 왕실재정이라 꿈쩍도 안했다. 제주는 마치 점령지와 같았고 진상이 진상을 떠는 곳이 되었다.제주사람들이 왕실에 진상해야 할 품목은 귤, 해산물, 약재, 말, 흑우, 육포처럼 대부분 제주특산물들이어서 대체가 불가능한 것들이었다. 그러나 제주에서 한양까지 거리는 빨라야 한 달이 걸렸
비행체가 하늘로 발사되는 소리. 폭탄에 의해 땅에서 집기가 무너지는 소리. 전자는 출발을 의미하고, 후자는 끝을 의미하지만 영화 《가가린》에서 두 사건은 엇비슷한 소리를 낸다. 이 영화는 굉음으로 끊임없이 관객의 머리와 몸을 깨운다.영화 속 배경은 2019년에 철거된 프랑스 파리 남부의 ‘가가린 주택단지(Cité Gagarine)’다. 철거되기 직전 영화를 촬영한 것으로 알려졌다.‘가가린'은 1960년에 프랑스 공산당에 의해 지어진 아파트 단지로, 러시아 최초 우주비행사 ‘유리 가가린'의 이름을 붙였다. 그렇기에 영화는 종종 실제
얼마 전 어머님이 편찮으셔서 서울의 대형종합병원에 다녀왔다. 국내 유수의 병원답게 내원환자와 보호자, 직원들로 북새통이었다.다소 복잡한 절차와 기다림을 거쳐 마침내 의사와 마주 앉았다. 증세를 얘기하고 소견을 묻고, 다음 검사일자를 잡는 데 10분 정도가 걸렸다. 비행기까지 타고 왔는 데 좀 더 시간을 내서 자세하게 얘기해 주지 않는 의사가 살짝 원망스럽기도 했다. 하지만 하루 수십수백명의 환자를 봐야 하는 조건이라 어느 정도 이해하고 지나갈 수밖에 없었다.진료실을 나와 수납창구로 갔다. 다음에 할 검사비용까지 정산한다고 해서 지출
석창포는 우리나라에 제주도와 전라남도에서 자라는 천남성과의 늘푸른 다년생 풀이다. 물흐르는 계곡이나 물웅덩이가 있는 냇가의 바위 틈새에 단단히 뿌리를 뻗으며 살아가는 식물이다.물가에 반쯤 잠겨있는 냇바위의 갈라진 틈새가 촉촉이 젖어있을 정도면 아무것도 불평하지 않고 돌과 한덩어리가 되어 바위처럼 살아갈수 있는 늘푸른 식물이기에 그 삶의 애착이 강인함에 경의를 표하게 된다.손톱만 한 마디마디 뿌리줄기에서 마디마다 길고 납작한 진녹색의 잎줄기가 위를 향해 자란다. 얼핏 보아 맥문동 이파리나 난초의 이파리와 흡사하다. 큰비가 내리고 물살
평소 제주의 다양한 이슈에 대해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대안적인 사회를 만들어 나가고 싶은 마음에 언젠가는 어떠한 방법으로라도 그런 기회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마침 그러한 기회가 찾아왔다. 아니, 기회를 만들었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 것이다. 스스로 글을 통해 소통해보겠다고 제안했으니...(이럴 때 나는 참 행동파이다!!)오랫동안 변방에서 살아온 제주도민들은 자신이 누구인지, 자신에게 중요한 문제가 무엇인지와 같은 자신의 언어를 만들어가는 기회를 갖지 못했다. 나도 모르게 외부의 시선이 내면화되었다. 때문에 우
“동물보호단체에서 하는 봉사 활동인데, 왜 견주 집 청소를 도와주나요?”사무실에서 꼬박 한 시간을 달려가야 하는 하도리 '꼭지네'. 어느 주말 아침, 꼭지네를 향하는 차 안에서 동승한 봉사자가 물었다. 이런 의문이 드는 것도 당연했다. 꼭지네 집 청소가 이날 봉사활동의 주요 목적이었다. 동물보호단체에서 진행하는 봉사활동에 참여했는데 집 청소를 도와준다니. 봉사자로서는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 법도 하다.꼭지네는 조용한 동쪽 바닷가 마을 하도리에 혼자 사는 어르신이 40여 마리의 개들과 함께 거주하는 집이다. 어르신은 10여년 전부터 마
조몽구는 1908년 풍양조씨 조동권의 아들로 표선면 성읍리 872번지에서 태어났다. 이 집은 제주도 중요민속자료 제68호로 지정된 집이다. 형은 광복 후 초대 표선면장을 지낸 조범구(趙範九)다. 집안 족보(풍양조씨 세보)를 보면 14세 ‘몽구’ 이외에는 기록이 없다.성읍에서 정의공립보통학교(4년제)를 졸업 후 제주공립보통학교(6년제)에 편입하여 졸업을 하고, 경성공립제1고등보통학교에 진학하였으나, 4학년 때에 반일투쟁 동맹휴학을 주동한 혐의로 퇴학을 당했다. #항일운동을 위해 사회주의를 배우다1928년 8월 일본으로 건너가 와세다대
제주시 구좌읍 종달리. 제주사람들은 이곳을 제주 섬의 끝 마을이라 부르고, 종달리의 상징인 지미봉을 ‘땅의 끝’이라고 한다. 이런 이야기를 하는 근거가 있다. 제주특별자치도가 태종 16년(1416년)에 산남(山南; 제주에선 한라산 남쪽을 가리키는 표현으로 쓰임) 지방 인구가 증가되고 처리 사무가 정의(旌義; 지금의 성읍지역)와 대정(大靜)의 2현(縣)을 신설할 때 종달리는 ‘제주목의 끝 마을, 즉 마지막 마을’로 ‘종달’이라 명명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출처 제주 본섬에서 ‘땅의 끝’을 상징
지난 2월 9일 열린 '공공주도 2.0 풍력개발정책 2차 공개 토론회'는 그야말로 난장판이었다. 10년 넘게 환경운동을 해오면서 각종 토론회와 공청회에 토론자로 참석해 봤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이었다. 도민의 의견을 듣는다며 마련된 2차 공개 토론회는 촌극을 빚다 파행으로 끝이 났다. 생산적인 토론은 부족했고, 감정 섞인 고성과 막말만이 남았다.#제주도, 공공주도 2.0 풍력개발계획 수정안 들고 나왔지만각종 논란과 비판에 못 이겨 제주도는 공공주도 2.0 풍력개발계획을 수정했다. 그런데 그 수정안이 나온 것이 불과 토론회가 있기 사흘
제주투데이는 '시민들의 목소리를 직접 전한다'는 취지로, 시민이 만드는 뉴스 제주순정TV의 콘텐츠를 소개한다. 제주순정TV는 주체적 참여 시민의 입장에 서서 지역 현안에 대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제주도민 부순정씨가 리포터를 맡은 제주순정TV는 제2공항 건설 사업, 비자림로 공사 문제 등 제주 지역 현안에 대해 참여 시민의 관점에서 분석, 비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