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제주의 다양한 이슈에 대해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대안적인 사회를 만들어 나가고 싶은 마음에 언젠가는 어떠한 방법으로라도 그런 기회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마침 그러한 기회가 찾아왔다. 아니, 기회를 만들었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 것이다. 스스로 글을 통해 소통해보겠다고 제안했으니...(이럴 때 나는 참 행동파이다!!)오랫동안 변방에서 살아온 제주도민들은 자신이 누구인지, 자신에게 중요한 문제가 무엇인지와 같은 자신의 언어를 만들어가는 기회를 갖지 못했다. 나도 모르게 외부의 시선이 내면화되었다. 때문에 우
“동물보호단체에서 하는 봉사 활동인데, 왜 견주 집 청소를 도와주나요?”사무실에서 꼬박 한 시간을 달려가야 하는 하도리 '꼭지네'. 어느 주말 아침, 꼭지네를 향하는 차 안에서 동승한 봉사자가 물었다. 이런 의문이 드는 것도 당연했다. 꼭지네 집 청소가 이날 봉사활동의 주요 목적이었다. 동물보호단체에서 진행하는 봉사활동에 참여했는데 집 청소를 도와준다니. 봉사자로서는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 법도 하다.꼭지네는 조용한 동쪽 바닷가 마을 하도리에 혼자 사는 어르신이 40여 마리의 개들과 함께 거주하는 집이다. 어르신은 10여년 전부터 마
조몽구는 1908년 풍양조씨 조동권의 아들로 표선면 성읍리 872번지에서 태어났다. 이 집은 제주도 중요민속자료 제68호로 지정된 집이다. 형은 광복 후 초대 표선면장을 지낸 조범구(趙範九)다. 집안 족보(풍양조씨 세보)를 보면 14세 ‘몽구’ 이외에는 기록이 없다.성읍에서 정의공립보통학교(4년제)를 졸업 후 제주공립보통학교(6년제)에 편입하여 졸업을 하고, 경성공립제1고등보통학교에 진학하였으나, 4학년 때에 반일투쟁 동맹휴학을 주동한 혐의로 퇴학을 당했다. #항일운동을 위해 사회주의를 배우다1928년 8월 일본으로 건너가 와세다대
제주시 구좌읍 종달리. 제주사람들은 이곳을 제주 섬의 끝 마을이라 부르고, 종달리의 상징인 지미봉을 ‘땅의 끝’이라고 한다. 이런 이야기를 하는 근거가 있다. 제주특별자치도가 태종 16년(1416년)에 산남(山南; 제주에선 한라산 남쪽을 가리키는 표현으로 쓰임) 지방 인구가 증가되고 처리 사무가 정의(旌義; 지금의 성읍지역)와 대정(大靜)의 2현(縣)을 신설할 때 종달리는 ‘제주목의 끝 마을, 즉 마지막 마을’로 ‘종달’이라 명명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출처 제주 본섬에서 ‘땅의 끝’을 상징
지난 2월 9일 열린 '공공주도 2.0 풍력개발정책 2차 공개 토론회'는 그야말로 난장판이었다. 10년 넘게 환경운동을 해오면서 각종 토론회와 공청회에 토론자로 참석해 봤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이었다. 도민의 의견을 듣는다며 마련된 2차 공개 토론회는 촌극을 빚다 파행으로 끝이 났다. 생산적인 토론은 부족했고, 감정 섞인 고성과 막말만이 남았다.#제주도, 공공주도 2.0 풍력개발계획 수정안 들고 나왔지만각종 논란과 비판에 못 이겨 제주도는 공공주도 2.0 풍력개발계획을 수정했다. 그런데 그 수정안이 나온 것이 불과 토론회가 있기 사흘
제주투데이는 '시민들의 목소리를 직접 전한다'는 취지로, 시민이 만드는 뉴스 제주순정TV의 콘텐츠를 소개한다. 제주순정TV는 주체적 참여 시민의 입장에 서서 지역 현안에 대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제주도민 부순정씨가 리포터를 맡은 제주순정TV는 제2공항 건설 사업, 비자림로 공사 문제 등 제주 지역 현안에 대해 참여 시민의 관점에서 분석, 비평하고 있다.
사람 냄새 나는 글도 써달라에 시평을 쓴 게 이제 1년이다. 주변의 다양한 평가를 듣는다. 나를 성찰케 하는 조언도 여럿 있었다. 가장 뜨끔했던 것은 ‘따뜻함 부족’이다. 내 글에서 ‘사람 냄새’가 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심정적 저항이 일었다. ‘오늘날 한국 사회가, 제주 사회가 어디 정상적인 구석이 있어야 말이지요’라는. 사실이 그렇다. 우리 사회 기득권층은 부끄러움을 모른다. 천박한 모습으로 오로지 자신들의 이권 추구에만 몰두한다. 그걸 지적하고 비판해야 할 언론 역시 기득권층으로 편입되어 파렴치를 부추긴다. 그런
진숙씨에게 사진 찍는 일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물어봤다. “짐 자무쉬 감독의 ‘패터슨’이라는 영화가 있어요. 미국 뉴저지의 소도시인 패터슨에 사는 ‘패터슨’이라는 버스 운전사에 관한 영화인데요. 패터슨의 일상은 단조로워요. 출근하고 퇴근하고, 아내와 저녁을 먹고 반려견을 산책시키면서 동네 바에 들러 맥주를 한 잔 마시면서 하루를 마무리하죠. 그런 패터슨에게 한 가지 특별한 점은 매일 시를 쓴다는 거예요.단조로운 삶에서 의미를 가지는 한 가지죠. 반복되는 삶이 무의미한 것은 아니지만 이를 더 가치 있고 풍요롭게 해 주는 것이 패터슨에겐
버렸다. 책을. 아내가.모두 62박스. 한 박스 당 20권씩 담았으니 1240권을 버렸다. 더러 중고서점에 팔았다고는 하나 기껏해야 어떤 것은 한 권 당 1000원 남짓, 어떤 것들은 300~500원이니, 그것들도 버린 것과 별다를 바 없는 노릇이다. 집안의 어떤 공간이나 물건을 정리하고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내는 아내의 노동은 도발적이다. 충동적이다. 자발적이고 집요하다. 그리고 나름대로 자신만의 주기를 갖고 있다. 이번에는 그 대상이 책이었다.“다락방에 있는 책을 정리하겠어!”아내의 선언은 어느 날 밤 갑작스럽게 이뤄졌다. 다른
섶섬과 제지기 오름의 마을, 서귀포시 보목리. 파아란 바다를 사이에 두고 섬과 섬이 마주한 곳으로 햇살이 쏟아지는 날엔 윤슬이 눈부시게 펼쳐진다. 봄부터 여름이면 자리돔이 마을에 활력을 더한다. 일년내내 푸른 빛을 뽐내는 제지기오름은 특히, 한여름에 오르면 동화 속 신비한 숲으로 초대받은 듯 매력이 상당하다.마음에 근심이 가득해서 몸마저 무거울 때 나는 종종 보목리로 향했다. 다리를 바삐 움직여 오름에 올랐다 내려오면 섶섬과 바다가 ‘난 늘 여기 있을거야. 언제든 기대.’라고 하는 것처럼 서 있었기 때문이다. 이제 나에게 보목리는
2023년 1월29일. 하늘의 별과 달과 해는 일직선상에 놓이질 않았다.다만 며칠의 낮과 밤을 돌돌 떨게 했던 동장군의 심술이 한술 풀린 날씨였다. 낮에 잠깐 내린 함박눈. 독기 가득했던 겨울바람과 싸라기눈 대신에 반가운 함박눈을 내려 주시다니 혹 하늘 날씨께서 내가 오늘 제주투데이와 약속했던 첫 미션 수행을 흐뭇이 여겨 동장군의 심술보를 잠시 내려놓으신 듯하다.사설이 길었다. 그만큼 긴장이 된다는 말이다. 지금까지는 지극히 개인적인 공연문화 탐방이었지만 오늘부터는 공적(!)인 의무를 다해야 한다. 여느 때와 다르게 스마트폰 카메라
내가 밴드 공연을 처음 본 건 1992년 봄이었다. 제주시 원도심에 위치한 중앙성당에서였다. 친구가 기타리스트로 있던 밴드 의 단독공연이었다.장미꽃 한 송이를 사들고 아카데미 극장 옆 붉은 벽돌담을 지나 성당 지하로 내려갔다. 어두컴컴한 소극장에는 철제의자가 줄을 맞춰 촘촘히 놓여 있고 잠자는 듯 숨죽인 무대를 노란색 조명이 아스라히 비추고 있었다. 조명사이로 드럼, 기타, 베이스와 커다란 스피커들이 어렴풋이 보였다 . 아! 정말이지 눈이 부셨다. 가슴이 쿵쾅거리기 시작했다.맨 앞자리에 앉아 눈을 감고 앞으로 펼쳐질 음악들
참외농사는 재밌었다. 직파재배를 고집하다가 처음으로 모종을 내서 정식(定植)한 참외는 의외로 잘 자라주었고, 수확도 재미있었다. 토종 먹골참외는 많은 양을 생산하였고, 작황도 좋았다. 토종 사과참외에 이어 토종 먹골참외까지 소비자 반응도 좋았다. 토종 먹골참외와 토종 사과참외, 그리고 노랑참외까지 세 종의 참외를 재배하고 판매하면서 다음 참외농사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 감도 잡았다. 수박은 양도 적었고 늦게 정식하여 수확을 할 수 있을까 나름 걱정하였지만 작년보다는 많은 수확량에 감사한다. 관리가 부실하고 시기가 늦어져 크기가 대
‘선흘2리’를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검색하면 ‘제주동물테마파크’ 관련 기사가 수 백개가 검색되지만, 사실 마을 주변에는 제주동물테마파크 이외에도 크고 작은 관광 시설들이 많이 있다. 지가가 저렴한 중산간에 일찍부터 자리 잡았던 시설들인데, L업체도 그 중 하나였다. L업체는 10여년 전부터 녹차밭을 테마로 운영하다가 최근 새롭게 농어촌관광휴양단지로 탈바꿈하려고 시도하고 있다.오늘은 선흘2리 마을회와 L업체가 2021년 초부터 협의를 진행해 지난해 12월에 상생협약 체결을 하게 된 2년여의 과정을 ‘전지적마을회시점’에서 돌아보려고 한
이보 모슬리가 2013년에 쓴 책이다. 2022년 한국말로 옮긴 이 책에 딸린 소제목은 ‘가짜 민주주의, 세계를 망쳐놓다’이다. 지구에 있는 모든 나라들은 민주주의를 이룬다고 말을 한다. 그 민주주의는 거의 대의민주주의다. 다시 말하면 대리민주주의다. 민중이 스스로 정치를 하는 것이 아니라 민중들이 뽑은 사람들이 대신 정치를 한다.민중이 스스로 하는 직접민주주의를 하는 나라도 있다. 스위스가 그렇다. 그 나라에서는 백성들이 바라면 헌법도 고칠 수 있고, 장관도 대통령도 자리에서 물러나게 할 수 있다. 나라에서 이루어진 중요한 정책을
6. 추사의 세한도는 조선 문인화 중 최고의 그림으로 상찬 받고 있습니다. 세한도는 문인화적 가치와 더불어 고증학적 가치도 높습니다. 뿐만 아니라 타고난 운 또한 범상치 않습니다. 당대 청나라 문사 16인으로부터 찬사의 글을 받았다는 점, 일제 말기 세한도 소장자의 집이 동경 폭격으로 불타기 직전 세한도가 손재형에 의해 무사히 한국으로 귀환했다는 점. 이러한 우여곡절이 세한도의 본래 가치에 덧대어져 세한도를 더욱 보배롭게 만들고 있습니다. 난대성의 관점에서 세한도에 대한 저의 안타까움은 세한도에 제주가 없다는 점입니다. 송백(松柏)
대한민국 수도 서울에서 제주시까지 직선거리 455km,김포공항에서 비행기 타고 제주로 올 때 약 590km의 하늘길을 태워야만도착할 수 있는 물리적 거리가 존재합니다. 먼 거리라는 핸디캡으로 인해 제주도는 육지부에 비해 공연문화의 혜택이상대적으로 부족하다라는 인정하긴 싫은 사실이 있습니다. 공연무대 직관의 아쉬움을 16:9 화면으로 보이는 원격지의 녹화 또는 라이브 화면을 통해대리 만족하기도 하죠. 하지만 제주에도 잘하고, 잘 부르고, 출중한 연주 실력을 가진몇몇 용자들의 라이브 공연무대가 존재하고 있다는사실을 아시나요? 지금 제주
3. “요 네 상착 부러지면 선흘곶디 곧은 남이 없을쏘냐” ‘해녀 노 젓는 소리’의 가사 중 일부입니다. ‘네’는 ‘노’, ‘상착’은 노의 상단 부분, ‘곧은 남’의 ‘남’은 ‘나무’를 말합니다.‘서거미오름’(거문오름)에서 분출한 용암은 동쪽으로 흘러 ‘거문오름 용암동굴계’를 만들었고, 서쪽으로 흘러 ‘선흘곶’의 기반이 되었습니다. 선흘곶은 현재 동백나무로 유명하지만, 과거 선흘곶의 우점종은 ‘곧은 남’, 난대성 교목이었습니다. 그중 가시낭(가시나무)은 오래 전부터 선흘곶의 터줏대감이었습니다. 다음은 고광민 선생께서 들려주신 선흘곶
1. 조선은 ‘마적오통(馬籍五通)’이라 하여 제주마(齊州馬) 관리를 5개 부처(감목관, 제주목사, 전라도관찰사, 사복시, 병조)로 분산하여 감독하였습니다. 이는 조선의 첫 임금, 태조 때의 일입니다. 임금에게 바치는 공마(貢馬)는 매년 200여 필입니다. 식년(3년)에 한 번 300여 필을 추가하여 총 500여 필을 바칩니다. 물론 500필을 넘기는 해도 적지 않습니다. 탐라순력도의 공마봉진은 식년이 아닌데도 공마의 수가 433필이라고 기록하고 있습니다.제주목사 이형상은 『병와전서』에 다음의 기록을 남겼습니다. “제주에서 마정(馬政
주민자치위원이 되다나는 제주시 한림읍에 사는 주민이다. 지역의 주민자치위원을 뽑는다기에 이름에 끌려 주민자치위원에 지원했다. 평소에 민주주의가 제대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주민자치가 제대로 서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지원하기에 앞서 주민자치위원은 무엇을 하기 위해 만들어졌는지 내 생각과 부합하는 일을 하는지 먼저 개념을 찾아봤다. 이런 설명을 찾아 읽었다.[지역문제를 스스로 해결하고자 하는 구체적인 움직임은 1991년 지방 의원선거 실시와 1995년 지방자치단체장 선거 실시를 계기로 본격화되었다. 주민들이 지역사회의 주인공이라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