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걷고 싶은 가로수길’ 제주시 사진 공모전에서 최우수작으로 선정된 정실마을 ‘월정사 가는 길’의 구실잣밤나무들이 잘려 나갈 운명에 처했다. 행정당국은 이미 ‘전국 가장 아름다운 도로’로 선정된 비자림로의 삼나무 900여 그루와 설촌 때부터 주민들과 애환을 같이해온 제성마을의 벚나무 12그루를 무참히 베어냈다. 그런 제주특별자치도가 지난 5일 ‘도민이 행복한 제주숲 만들기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제주도는 2026년까지 663억원을 투입하여 도시바람길숲, 장기미집행 도시공원 등을 조성하고, 도로변과 중앙분리대 등 자투리 공간을 녹
구 한말 제주에 유배 와서 이재수의 난을 직접 목격한 김윤식은 제주 읍성을 포위한 난군에게 문을 열어주는 일에 앞장서는 제주 여성들을 보면서 남자들 저리가라하는 드센 여자들에 대해 한마디 말을 남기기도 했다.‘본디 악하고 사나워 싸우기를 좋아하여 남자들도 두들겨 패는 사람들이었다.’제주 여성이 전부 사나울 리는 없지만 강인한 쎈언니로 살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있었다.유교적 가치관에서 남성중심의 가부장제를 유지하는 근간인 군대, 노동, 세금을 담당하고 관직을 독점하는 일이 제주에선 불가능 했다. 물론 관직에선 소외되었지만 군대, 노
2018년 12월. 서귀포에 볼 일이 있어서 차를 몰고 한라산을 넘어가던 중이었다. 라디오에서 사고 소식이 흘러나왔다. 태안에 있는 화력발전소에서 한 노동자가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다는 것이었다.아나운서는 덤덤한 목소리로 사망한 노동자가 신체가 분리된 채 발견되었다고 전했다. 순간 온몸이 서늘해졌다. 작업현장에서 사망사고가 숱하게 일어나고 때때로 방송을 통해 알려지지만, 죽음의 모습을 직접적으로 언급한 뉴스는 거의 처음 들었기 때문이었다.서귀포에 도착할 때까지 머릿속에는 사망한 노동자가 어떤 상황이었을지, 왜 사고를 피할 수 없
기후위기는 재난이 되어 매년 막대한 피해를 안기고 있다. 올해도 변함없이 제주 땅에는 혹독한 가뭄과 무더위가 찾아왔다. 메마른 땅 위에 빗물 대신 농민들의 피눈물만이 가득했다. 반면 한라산에는 많은 비로 인해 흙이 씻겨 내려가며 식생이 뿌리내릴 땅조차 사라지고 있다. 제주인의 삶터가 그리고 생태계가 점점 무너져 가고 있다.뿐만 아니라 해수면은 나날이 상승하며 태풍에 의한 해일 피해를 매해 걱정해야만 하는 상황이고, 저지대 침수구역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이러는 사이 기후재난은 가난한 사람과 취약한 계층, 약자와 소외된 사람들의 안전
모녀 손님이 책방을 찾았다. 혼자서 책 구경을 하는 딸과 달리 어머니는 공간에도 책에도 크게 흥미를 갖지 않았다. 그런데 잠시 후, 어떤 책을 보면서 눈물을 훔치는 것이 아닌가. 그 책의 제목이 자신에게 하는 말 같았다고 했다. 책의 제목은 . 조금 냉소적이었던 어머니 손님은 책방을 나설 때 다른 이가 돼 있었다. 촉촉한 눈가에는 어떤 희망의 빛이 보였고, 떠나는 발걸음은 보다 더 경쾌해졌다. 이런 일도 있었다. 머리칼이 희끗한 할머니 한 분이 책방을 찾았다. 도보로 20분
살며시 찾아온 가을 하늘의 하얀 뭉게구름이 쉬어가는 참 아름다운 계절~정동진으로 가는 길에 나미나라 공화국 '남이섬'의 추억을 떠올리며 배에 올라탔다.하늘까지 뻗어오르는 상록과 낙엽수들이 만들어낸 아름다운 길, 가는 길마다 소박하게 피어난 들꽃들은 눈 마주쳐 잠시 쉬어가게 하고 강물로 에워싸인 신비로움을 간직한 채 다람쥐와 청설모가 함께 살아가는 숨 쉬는 정원 남이섬 스물여섯..사나이의 용맹이 꺾인 남이장군이 유배를 당해 기거했던 곳이면서남이장군묘가 있어서 '남이섬'이라 부르기 시작했다.서울에서 한강을 따라 동쪽으로 63km 지점에
BB팩토리, 몬드라곤 팀 아카데미(MTA) 현장에 가다!BB팩토리(Bilbao Berrikuntza Faktoria). 스페인 빌바오시에서 몬드라곤 팀 아카데미(Mondraon Team Academy)를 운영 중인 대안교육기관이다. 몇 년 전 국제사회적경제포럼(Gsef) 해외연수 때 방문했던 기억이 새삼스럽다.네르비온 강변 3층 주상복합건물. 입구에 들어서자 ‘Talk, Drink, Connect’란 슬로건에 눈길이 머문다. 몬드라곤 대학 로고만 아니라면 어디서나 마주칠 법한 고즈넉한 까페 아닐까 싶다. 2013년 몬드라곤 대학이
10월이다. 며칠째 비가 내리고 바람이 분다. 스산하다. 내게 가을은 늘 못마땅하다. 겨울이라는 정해진 끝을 예감케 하고, 또 예비를 강요하는 시간! 이런 가을의 시간을 견딜 요량으로 몇 년 전까지는 쟈크 프레베르의 시를 노래로 만든 Les feuilles mortes(Autumn leaves)을 듣곤 했다. 목소리가 실린 노래로는 이브 몽땅의 것만 들었고, 여러 재즈 연주자들의 버전들을 플레이 리스트에 함께 모아 내리 듣곤 했다.내 귀에는 마일스 데이비스의 트럼펫이 최고였다. 이브 몽땅의 목소리가 쟈크 프레베르의 시를 가장
죽은듸는 다래나무과 덩굴성 목본식물 야생 참다래를 이르는 제주말이다. 참다래의 껍질은 원숭이털 색깔의 갈색 털이 복숭아털처럼 돋아있다. 그래서 중국에서는 원숭이를 뜻하는 미후와 복숭아 도를 합성하여 미후도라 하였다.우리 동의학에서도 뿌리와 잎을 미후리라 하고 열매를 연조자라 하였다. 매의 속살이 부드럽고 연하다는 뜻이다. 원산지로서의 주 자생지는 우리나라와 중국이다. 특히 우리나라 제주도 에는 곶자왈 지대에 지천으로 자생했으나 현재 멸종 직전의 식물이다.지금 세계 과일 시장에서 최고의 건강 과일로 각광을 받고 있는 그린키위, 레드키
머리가 작동을 멈췄다. 아무리 애를 써도 글은 진도가 나가지 않았고 ,어느새 손과 이마에 땀이 나기 시작했다. 마감시간이 가까워질수록 가슴이 마구 뛰었다. 이건 아니지 이렇게 쫓기듯 내달린다고 글이 나올 리 없다. 멈춰야 했다. 지난주는 숨 고르기를 하느라 연재를 한 주 쉬었다. 쉬는 마음이 편치는 않았으나 일상에서 조금 비켜나서 나 자신과 요즘의 생활을 객관적으로 볼 필요가 있었다. 작은 숨구멍이 하나 필요했다.그렇게 발견한 곳이 ‘책방작은숲’이다. 도심 속 상가와 주택이 밀집한 곳에 다소 이질적인 간판 하나가 멀리서부터 눈에 띄
‘사람과 자연이 공존하는 세계 환경중심도시 제주실현’이라는 올해 제주특별자치도의 도정 목표에 삐딱이 후배가 딴죽을 걸었다. 도시는 자연 파괴를 전제로 하는데 환경중심 도시라는 어휘가 성립하느냐는 물음이었다. 후배에게 이런 근본적인 질문을 받을 때마다 필자는 논리적 오류를 인정하면서도 나름의 당위를 역설하는 비굴한 개량주의자 신세로 전락한다.사르트르의 희곡 에 나오는 “타인은 지옥이다”라는 대사처럼 ‘지구를 죽음으로 내몰고 있는 주범은 너와 나를 포함한 인류 자체다’라는 언설은 얼마나 명쾌한가? 그렇다고 인류를 지구에서 사
지금쯤이면 피어있겠지....물을 머금은 초록초록으로 물든 계곡의 절경 숲 속 고목에 숨죽여 계곡의 물 흐르는 소리 들으며 조용히 살아가는 작은 키에 고개는 치켜세우고 얼굴에는 연분홍 칠을 하고 나무 틈새로 숲 속 요정이 불을 환히 밝힌다.요란한 천둥과 번개가 지나가고 소나기처럼 퍼부어대는 여름 비는 잠시 그쳤다.쉼 없이 쏟아지는 우레와 같은 굉음은 귀를 활짝 열어주고 불어난 계곡물은 작은 폭포를 만들어 돌다리는 겨우 건널 수 있게 해 준다.바람 한점 없는 숲 속은덥고 습한 공기가 뒤덮고 있어 등을 적시는 땀 내음으로 꽉 찼지만 한여
한라산에서 아홉 형제가 솟았으니 이들을 ‘하로산또’라 부른다. 아홉 형제는 아홉 마을의 모심을 받고 각 마을의 본향신이 된다. ‘화순곶자왈’을 끼고 있는 안덕면 상창리에 좌정한 여덟 번째 ‘하로산또’는 다소 긴 이름을 갖고 있다. ‘남판돌판 고남상태자 하로산또’... ‘고남상태자’는 ‘꽃나무 상태자(上太子)’를 말하는 것이고, ‘남판돌판’은 ‘나무판 돌판’이란 말이다. 그럼 ‘나무판 돌판’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제주에는 마을 이름이 ‘세화’인 곳이 두 군데 있다. ‘구좌읍 세화리’와 ‘표선면 세화리’. 두 ‘세화’는 한자 표기
가을이 오자마자 가장 먼저 계획한 건 차박(캠핑)이었다. 겨울과 여름엔 이것저것 준비할 것이 많지만 선선한 바람이 부는 이 맘때는 얇은 이불 하나에 미니 테이블, 랜턴만 있으면 가능하기 때문. 거기에 음식과 술 그리고 영화 한 편과 한 권의 책을 더하면 금상첨화다.집 근처 한적한 바닷가 포구 주변에 차를 세우고 실내에서만 지내는 일명 '스텔스 차박’을 할 예정이다. 밖에서 보면 좁디 좁은 공간에서 뭔 궁상을 떠나 싶기도 하겠지만 다락방처럼 자그마한 공간이 주는 안락함과 편안함이 좋다. 그래서 나는 이 캠핑을 “다락방 캠(핑)"이라
글쓴이가 캄보디아 이주노동자들과 4년 넘게 생활을 하면서 쓴 책이다. 한국은 지금 다른 나라에서 온 젊은 일꾼들이 없으면 농사를 지을 수 없다. 농사뿐 아니라 공장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우리나라 정부와 농장, 공장 주인들은 다른 나라 사람들을 우리나라 사람들과 다르게 대한다. 정부에서는 일을 하는 기간을 엄격히 제한한다.공장, 농장 주인들은 10시간 일을 시키고 8시간만 일한 것으로 돈을 주기도 한다. 어떤 사업주는 몇 해 동안 일한 월급을 주지 않는다. 특히 농장에서 일을 하는 여성 노동자에겐 성폭력도 일삼는다. 그것을 고발해도
국내 여행을 가게 되면 그 지역의 재래시장을 꼭 한번 들러본다. 그 지역에서만 볼 수 있는 특산물(특히 해산물)을 구경하는 재미는 물론 그 지역의 색깔이 여실히 드러나기 때문이다. 그 주변 식당 안의 손님들을 쓱 훑어보면 나이 든 어르신들이 소주와 막걸리를 마시고 있는 곳을 하나둘 발견할 수 있다.오래되어 보이는 간판과 얼굴이 벌겋게 되어 대화를 나누는 어르신들을 보고 있으면 '내공이 대단한 곳'이라는 생각이 자연스레 난다. 오랜 시간 그 공간에서 동네 단골손님들에게 맛있는 음식을 내어주는 곳, 그곳을 우린 보통 (정확히는 대대로
신화와 전설의 고장 '송당리'는 구좌읍의 중산간 마을로 약 900여 년 전에 설촌 되었다.제주도 무형문화재 제5호인 본향당(금백조신당) 당굿이 계승되고 있는 문화와 민속이 살아있는 마을이다.송당리 지경은 구좌읍의 등성마루를 이루고 있어 마을 주변으로 당오름 등 크고 작은 18개의 아름다운 오름들과 오름과 오름 사이에 광활한 초원지대를 형성하여 천혜의 목장지를 가진 마을이다.주소득 작물은 콩, 더덕, 감자, 축산, 경주마이다.초가을 문턱에 들어선 걷기 좋은 살랑이는 작은 바람 새털구름이 가득 찬 한층 높아진 파란 하늘 마을로 들어서자
온 가족이 함께 수영하러 다니면 좋겠다는 로망이 있었다. 누가 보더라도 건강한, 화목한 로망 아닌가. 대학시절에 이미 수영을 배웠던 나는, 남편과 아들, 딸에게 강습을 받도록 했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였다. 가장 어린 여덟 살 딸아이는 수영장에 갈 때마다 신이나 들썩들썩 했다. 하지만 남편과 아들은…, 한라산만한 귀찮음을 등에 짊어진 듯했다. 나는 모른 척했다.몇 개월 지나 딸아이는 거침없이 물살을 헤치며 빠르게 월반 했고, 남편과 아들은 여전히 수영장 물을 과음하면서 서로를 의지하고 있었다. 하루는 아이들을 픽업하러 온 엄마들이
가끔 토종 씨앗 나눔을 한다. 일 년에 한번 혹은 두 번. 약간의 시간적 여유가 생기거나 나눔하기 적당한 씨앗을 적당량 채종한 경우에 진행한다. 공지글을 작성하고 신청을 받고 취합된 주소를 봉투에 일일이 적어둔다. 우편번호를 적어달라 요청하지만 없는 경우에는 검색창에 입력하여 우편번호를 찾아 적어 넣는다. 우체국에 가서 우편물을 부치고 돌아오는 길에는 반드시 다음부터는 하지 말아야겠단 생각을 한다. 하지만 적당한 때가 오면 다시 나눔글을 작성하고 나눔할 씨앗을 갈무리한다. 나의 토종씨앗들도 애초에 그들에게서 왔듯이 그들에게 나의 토
이애자 시인의 네 번째 시집은 단시조가 주를 이룬다. 몇 해 전에 이애자 시인을 인터뷰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단시조(평시조)에 대한 그의 생각을 들을 수 있었다. 단시조야말로 시조 형식의 정수이기에 단시조로 시조의 멋을 나타낼 수 있어야 한다는 것. 이 책에 수록된 단시조 「입」, 「초승달」, 「단호박」, 「제주 사람」 등을 읽으면 그의 시론을 짐작할 수 있다.나는 시조를 잘 모른다. 시조는 글자 수를 지켜야 하는 정형시 정도로만 생각했다. 시조인지 확인하려면 음수율과 음보율을 따지는 게 우선이었다. 시조가 고려 말엽에 시작된 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