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요행입니다. 지난해 5월 이 첫인사를 드렸는데요. 와우! 어느덧 10개월이 흘렀습니다. 봄이 절정일 때 출발해 여름, 가을과 겨울까지 얼추 4계절을 함께했네요. 늘 잊지 않고 제 칼럼을 찾아 읽어주신 독자 여러분! 너무너무 감사합니다! 격려와 응원의 댓글도 하나도 빠짐없이 읽고 있어요. (사실 아주 여러번 읽고 또 읽었답니다. 댓글이 참 큰 힘이 돼요. 감사합니다!) 그런데요. 돌이켜보니 제가 여름, 겨울방학도 없이 달려왔더라고요. 그래서 봄방학을 가져보려고 합니다. 3월 한 달 재충전의 시간을 가지고 벚
남편은 손님이 떠난 자리에 남겨진 음료잔과 음식 접시를 서둘러 치운다. 그는 종종 내가 마시던 커피잔도 가져가서 홀랑 씻어 버린다. 설거지할 것들을 찾는 하이에나처럼 기민하다. 가게로 찾아온 친구들과 함께 와인이나 맥주를 마시는 경우에도, 그는 설거지를 자신의 몫으로 여긴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그가 설거지를 미루는 일은 없다. 좋은 습관을 가진 남자다. '인간식기세척기'이라는 별명도 붙였다. 종종 친구들이 부러워 한다. 다들 자기 남편 얘기를 꺼내며 한 마디씩 보탠다. “세상에. 저런 남편이 어디 있어?”하지만 악마는 디테일
한경면 저지리는 전형적인 중산간 마을로 한경면에 있는 마을 중 가장 고지대에 위치한 한라산에 제일 가까운 곳이다.황무지를 개척해 지리적 악조건 속에서도 농경문화가 발달했고 한경면에서 유서 깊은 마을 중 하나이다.윗쪽 들녘이라는 뜻의 제주방언 '웃뜨르'는 중산간마을로 제주의 오지이며 척박한 땅 청수, 낙천, 산양, 저지 4개의 마을을 일컫는다.오름과 숲, 그리고 마을이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저지마을 마을 한복판에 수호신처럼 자리한 저지오름 주위로 작은 마을들이 모여 있다.옛날 생활모습을 그대로 간직하면서 숲의 주는 초록의 생명력 한경
버드낭은 버드나무과 버드나무를 이르는 제주도 방언이다. 버드나무류는 능수버들, 수양버들, 왕버들, 호랑버들, 갯버들, 버드나무 등의 다양한 종류가 있다.남태평양에서 밀어 올라오는 춘삼월의 드센 봄바람 앞에 북풍 한설도 머나먼 북쪽으로 떠나가고 개울과 늪지마다 긴 머리 풀어 봄바람에 찰랑찰랑 쓸어내리는 버들낭자의 여유로운 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버드나무는 생명력이 강하고 귀신에게도 지지 않는 나무다. 버드나무 가지를 지팡이 길이로 잘라다가 거꾸로 아무렇게나 박아놓아도 거기서 싹이 나오고 뿌리내려 자라는 걸 볼 수가 있다.제주도에서는
지난 2월 4일 폭설로 한차례 연기되었던 정기총회가 무사히 끝났다. 총회를 끝내고 한동안 맥이 풀려버렸지만, 바야흐로 봄은 시작하는 기운을 지니지 않았던가? 잔디가 쏙쏙 올라온다. 이제 이장도 새로운 업무를 시작해야 한다.올해 마을회는 마을 자체 돌봄사업을 한 번 추진해보기로 했다. 마을이 이장이 되고 이렇게 저렇게 주민들을 만나다 보니 어려운 형편을 외면하기 힘든 주민들이 꽤 있었다. 가난은 나라도 구제 못한다고 하지만 마을은 그래도 이웃을 돌아봐야하지 않을까? 부자들이 선심처럼 내놓는 시혜적인 돈보다 가난한 사람들이 가난한 사람
영등할망 신화마을 '귀덕1리' 한림읍의 가장 동북쪽에 자리한 해안마을로 사동, 하동, 중동, 성로동, 신서동 등 5개의 자연마을로 이루어져 있다.1300년(고려 충렬왕 26년) 제주도에 14현을 설치할 때이 지역에서 학자와 무인들이 많이 배출되었다 하여 귀덕현이 되었다.귀덕1리의 옛 이름은 '돌여', 또는 '돌덕'으로 마을 북쪽 바다에 썰물 때만 드러나는 돌섬인 큰여와 작은여가 있어 붙은 이름이다.해안에는 예로부터 귀덕포로 표기된 '모살개'와 복덕포로 표기된 '복덕개'가 있다.귀덕1리는 제주문화의 특징인 반농반어의 생활과 문화가 뚜
록 기타 역사상 가장 위대한 기타리스트로 꼽히는 지미 핸드릭스Jimi Hedrix는 몬트레이 팝페스티벌에서 자신의 기타를 불태우며 화려하게 등장한다. 블루스를 기본으로 피드백과 드라이브 등 갖가지 효과를 이용한 거친 싸이키델릭 사운드로 기타씬에 일대 혁명을 일으켰다. 그보다 몇 년 전인 1966년 에릭 클랩튼은 슈퍼 락밴드 크림Cream을 결성한다. 10여분이 넘는 현란하고 변화무쌍한 즉흥연에 관중은 열광했다.마초적인 아메리칸 하드록의 전형을 모여줬던 모터헤드Motorhead나 'Smells Like Teen Spirit" 으로 새
언제 쉬웠던 적이 있었으랴만 올겨울은 유독 힘들었다. 12월 말에나 한번 눈발이 날릴까 말까 하는 이곳 제주에 12월 중순에 때 이른 한파에 눈보라가 휘날렸다. 한번 쌓인 눈은 낮은 기온 탓에 이틀 동안 녹지 않았다. 1월에도 한파가 왔다하면 2~3일 내리 낮은 기온에 당근과 무 잎이 동해(凍害)를 입었다. 가을 가뭄으로 늦게 파종한 당근이 미처 자라지 않아 애를 먹고 있었는데 더 자라야 할 당근의 잎을 상하게 했으니 당근 성장을 기대하기는 이제 끝이다. 마지막 한파에는 무를 고사 시켜버리는 결정적인 한파였다. 해안가 가까운 마을의
5. 제주해녀들은 자신의 일터를 바다밭으로 생각합니다. 땅의 밭과는 달리 바다밭에서는 공동어로가 행해졌습니다. 그것은 바다밭이 공유지이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목숨을 위협하는 바다의 상황이 해녀들에게 강한 결속을 요구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검석속립에 붙여진 이름은 다양한 해녀들의 우정과 만나 새로운 이름을 낳았습니다. 기존 이름에 새로운 이름이 쌓이면서 ‘강한 결속’은 ‘부드러운 공존’으로 발돋움했습니다. 제주해녀들은 이러한 공존의 정신으로 서로를 살리고 바다를 살렸습니다. ◼괭이밥북촌의 ‘무승기 바다’는 물살이 가장 쎈 곳입니다.
3. 검석속립은 화산활동의 결과입니다. 하지만 화산은 바다의 성격을 결정하기 전에 땅의 성격을 먼저 결정했습니다. 화산이 만들어 낸 제주의 토양은 대부분 박토(薄土)입니다. 제주 경작지의 0.5%만이 논이고, 나머지는 밭입니다. 논농사는 물로 하고 밭농사는 거름으로 한다고 합니다. 밭에 의지하여 살아야 했던 제주백성에게 거름은 죽고 사는 문제였습니다. 필생의 거름을 생산해 낸 것은 소와 돼지의 똥이었습니다. 하지만 소와 돼지의 힘만으로는 부족했습니다. 바다에서 듬북을 건져 올려 모자란 거름을 충당해야 했습니다. 듬북과 함께 미역도
“제주도의 밭은 땅에 있는 만큼 바닷가와 바닷속에도 있다. 어부들의 바다밭이 있고, 해녀들의 바다밭이 있다. 같은 지점의 바다밭이라도 해녀집단들의 이름과 어부들의 이름이 다를 수도 있다. 바다밭마다 이름이 있다. 이름이 없는 것은 바다밭이 아니다.” (고광민, 제주도의 생산기술과 민속, 2004) 1. 제주 목사 이형상은 자신의 책 『남환박물』에 검석속립(劍石束立)이라는 문장을 남겼습니다. 제주해안을 둘러싼 검은 현무암을 보고 ‘검처럼 날카로운 돌들이 묶어놓은 듯 서 있다’라고 표현한 것입니다. 제주는 화산섬입니다. 여기저기에서 분
전쟁은 왜 일어나는 것일까. 군대가 없고 총과 대포와 미사일이 없다면 세상이 얼마나 평화로울까. 군대가 없는 나라도 있다. 아이슬란드, 코스타리카, 파나마 외에 30개 나라다. 다른 나라들은 모두 지금도 스스로 나라를 지키겠다며 첨단무기를 사들이고 만들고, 만들어서 팔고 있다.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이제는 핵무기를 갖고 싶어서 안달이다. 한반도 북녘에 핵무기가 있으니 우리도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사람들은 전쟁을 할 때 '좋은' 무기를 쓰려 한다. 좋은 무기라는 것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사람들을 겁주는 무기가 있으면 이길 수 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