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6월부터 은여울학교 친구들이 볍씨 제주학사를 경험하기 위해 매달 오고 있다. 올 10월까지 9명의 은여울 학생들이 왔다 갔고 이 시간 동안 많은 일이 있었다.다녀간 은여울 학생들의 나이는 대부분 고등학생이었지만 그중 두 번째로 온 친구들은 나와 동갑이었다. 매달 은여울 학생들이 오는데 오는 사람에 따라서 우리 학사의 분위기가 바뀐다.처음 왔던 형 누나는 조용한 편이고 말이 거의 없어서 학사의 분위기도 평소와 다를 것 없었지만 두 번째로 온 친구들이 왔을 때는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었다. 말도 많았고 분위기가 더 활기찼다. 나는
나는 저학년 때부터 볍씨 청소년 언니들이 하는 연극을 보았다. 연극을 하는 언니들이 정말 대단해 보였고, 재미있어 보였다. ‘나도 저 역할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면서 배우라는 꿈도 생겼다. 그래서 엄마에게 연기 학원에 가고 싶다고 했고, 조그만 연극 학원에 다니기도 했다. 그렇게 7학년이 되었고, 드디어 학교에서 연극을 할 수 있는 나이가 되었다. 연극은 청소년 과정에서 필수이기 때문에 7학년, 8학년을 지내는 2년 중 한번은 해야 했다. 나는 연극을 하고 싶었고, 빨리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 7학년 연극을 시작 하
내가 2학기때 기획을 맡은 행사가 몇 가지가 있다. 그중 제일 마음에 두고 있는 것은 바로 공모전에 출품 준비중인 마임공연 '우리의 4·3은 푸르다'이다.매주 진행되는 마임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수업이기 때문에 그만큼 하고 싶은 이야기와 내용을 만들기 위한 아이디어를 쏟고 싶었다. 또 이번 공연은 민찬, 창학 이렇게 1년차 받침반 친구들과 함께하는 기획이기에 더 주도적으로 나설 수 있는 기회였다. 우리 셋은 9월 초부터 공연내용을 만드는 작업에 들어갔다. 매주 월요일마다 마임을 가르쳐주시는 마임이스트 이경식 선생님도 도와주셨다. 처
올해 03월 02일 제주 학사에 도착했다.나는 이곳에서 너무 지내기가 싫었고 제주 학사라는 공간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내일이면 집에 갈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 편안하고 외부의 영향을 받지 않는 나의 피신처, 무언가 하지 않아도 내가 해야 할 일을 가족들이 대신해주는 나의 '집'으로 돌아가고 싶었다.그런데 졸업생 누나들과 영이 선생님은 이곳을 '집'이라고 부르고 있었다. 이해가 되지 않았고 나는 절대 '집'이라 말하기 싫었다. 내가 제주학사에 있기 싫다고 반항하거나 불평하는 말과 행동을 하면 '혼날 것'이라고 생각했고, 혼나기 싫어
모든 생명에게는 죽음이 있다. 그리고 죽음은 언제 어디서 올지 모른다. 지금 당장일 수도 있다. 죽음은 언제나 존재하고 있다. 우리는 이 사실을 잊고산다. 그저 자신이 살고 있음에도 감사함을 모른다. 걷는 것, 먹는 것, 말하는 것, 보는 것 모두 다 감사한 일이다. 나는 이 감사함을 2년 전 2019년 10월 1일에 일어난 교통사고 이후 깨달았다.사고 이후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다. 건강한 몸으로 아침을 맞이하고, 살아있는 것이 기쁜 일이고 달리기를 할 수 있는 것이 얼마나 상쾌한 일인지 알게 되었다. 새로운 지혜를 알았다
24일 비가 왔다. 태풍의 영향인 것 같다. 비가 왠지 씁쓸해 보였다.이날도 어김없이 우리는 돌집을 짓기 위해 돌하르방 미술관으로 향했다. 비는 계속해서 땅으로 떨어지고 있었고 창문을 뒤덮었다. 와이퍼가 아무리 창문을 닦아대도 다른 빗물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그렇게 차에 가만히 앉아 비를 보고 있으니 오랜만에 아빠 생각이 났다. 제주에서 나름 하루하루를 바쁘고 치열하게 살다 보니 부모님을 그리워할 시간이 없었다. 작업복에 스민 흙, 먼지, 땀 냄새가 차 안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가끔 땀 냄새를 맡으면 아빠
1학기 때부터 우리 학사에는 아주 부끄러운 일이 일어나고 있다.우리 학사에서 밥먹는 공간인 흙집 한쪽 구석에는 간식들이 모여 있다. 주로 주변 삼촌들이 주시거나 우리가 직접 만든 간식들이 보관되어 있다. 그 간식들은 우리가 일을 하며 쉬는 시간에 새참으로 먹기도 하고 밥을 먹은 후에 후식으로 조금씩 나눠 먹기도 한다. 그런데 이렇게 학사에 비치되어있는 간식을 누군가 몰래 훔쳐먹고 그 쓰레기를 여기저기 버려두고 있는 것이다.누군가 버려진 쓰레기를 발견해 하루나눔에 가져와 누가 몰래 먹었는지 물어보면 스스로 먹었다고 고백하는 사람은 아
제주학사에는 새로운 친구들이 자주 찾아온다. 충북 은여울 학교에서 두 세명의 친구들이 한달동안 같이 지내고 있고 지난 주에는 금산간디학교에서 두 명의 친구들이 일주일 동안 지내다 갔다. 제주학사에 새로운 친구들이 찾아오게 되었고 덕분에 많은 사람과 관계를 맺게 되었다. 그렇게 계속 새로운 사람을 만나며 내가 힘들어하는 지점들을 찾을 수 있었다.나는 사람을 처음 만났을 때 낯을 많이 가리고 눈치를 계속 본다. 친한 사람과 있을 때는 말도 많이 하고 텐션도 높아지며 내 모습들을 감추지 않고 보여준다. 하지만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는 말을
요즘 나의 대해 고민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제주학사에서 지내면서 내적갈등과 여러 고민들을 하고 있다. 요즘 들어 이 생각이 많이 들었지만 특히 지난주 토요일, 나를 돌아본 시간이 기억에 남는다.요즘 나는 실수를 너무 많이 하고 있다. 식당알바, 그리고 제주학사에서 밥지기를 하며 많은 실수를 했다. 실수를 반복할 때마다 나를 자책했다. 이런 생각을 하니 부정적인 마음이 계속 마음속에 쌓였고, 책읽기 시간에 갑자기 눈물이 나왔다.요즘 힘든 마음과 집에 가고 싶다는 마음이 가끔씩 들었다. 나에게는 많은 고민들이 있지만 내 일상 안에서 힘
나는 어릴 적에 매우 활동적인 아이였다. 오빠가 있어서 그런지 밖에서 뛰어노는 것을 좋아했다. 그래서 항상 오빠랑 같이 나가 놀기 일쑤였다.물론 노는 것만 좋아하는 것은 아니었다. 오빠랑 거의 같은 것을 하며 지냈고 오빠가 컴퓨터를 많이 쓰게 되면서 나는 어릴 적부터 미디어를 접하게 되었다. 그렇게 나는 처음 만난 사람에게는 소심한 모습을 보였지만, 서로 친해지게 되면 매우 활동적으로 놀았다.어릴 때는 오빠랑 자주 싸우며 지내기도 했다. 그러나 언제나 금방 화해 아닌 화해를 하고 긍정적인 생각들이 내 머릿속을 채우고 있었다.침대를
제주 학사에서는 매일 아침 요가를 한다. 하루의 일정을 책임지는 하루지기가 그 날의 요가 진행을 맡는다. 내가 하루지기였던 날 요가 진행을 했고 그날은 평상시와 다르게 다른 학교에서 오신 선생님과 같이 요가를 하게 되었다.나는 손님과 같이 요가를 하는 것이 긴장되었다. 손님께 요가 동작을 알려드려야 하는데 더 완벽하게, 더 깔끔하게 진행해야 한다는 부담을 가졌다. 그래서 동작을 알려드릴 때 동작 하나를 빼먹거나, 숫자를 세는데 틀렸나 싶어서 멈췄다가 다시 세기도 했다. 긴장해서 평소와 다르게 말을 더듬거리기도 했다. 또 나의 몸은
제주학사에서는 '가족사'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부모님을 엄마, 아빠가 아닌 한 사람으로 이해하도록 돕는 프로그램이다. 그 과정에서 지금까지 이해할 수 없었던 것들을 이해하게 된다. 그 사람의 과거를 알고 이해하게 되면 그 사람의 말과 행동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이렇게 이해하고 나면 관계가 더 좋아지는 것 같다. 나는 올해 가족사를 하면서 아빠와 나의 관계에 대해서 알게 되었다.1학기 말 가족사를 시작한 우리 받침반은 먼저 부모님께 할 질문을 같이 뽑았다. 부모님의 어릴 때 이야기나, 가족 간 관계, 인생의 터닝포인트 등
우리 받침반은 1학기 동안 녹색평론선집을 읽었다. 책을 읽고 요약하고, 문제의식을 서로 나누며 정리를 하였다. 이 책은 환경에 대한 다양한 주제들을 챕터별로 깊이 다룰 수 있었던 점이 좋았다. 나는 이 녹색평론 선집을 읽으며 토착 민족에 대해서, 의료기술에 대해서도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그렇지만 내가 가장 와닿았던 것은 식문화 문제였다.음식은 우리의 삶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우리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환경이나 먹거리에 큰 지식이 없어도 현재 우리가 먹고 있는 음식이 대부분 건강하지 못한 먹거리라는 것
7월 12일 여름방학을 앞둔 지난 2주 동안 우리는 모두 각자의 목표를 정했고 노력했다.첫 번째 나의 목표는 차분하게 행동하고 말하는 것이었다. 작년부터 성격이 급하다는 것은 알았지만 잘 고쳐지지는 않았고 매 순간 의식하는 것이 어려웠다. 하지만 이번 방학을 앞두고 목표를 정하면서 내가 어려워하는 지점을 의식할 수 있었다. 특히 내가 다른 친구들에게 코멘트를 할때면 감정이 실리는 경우가 많았다. 코멘트하는 상황에서 더 차분하게 얘기하는 것이 어려웠다.그렇지만 나 스스로도 내 문제를 알고 있었다. 내가 산만하고 정신없는 상태라는 것을
현대사회에서는 고독이 필요하다. 자신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사색할 고독의 시간이 있어야 하지만 지금 우리에게 그럴 시간이 없다. 지금 우리 나이에는 혼자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 제주학사에서는 24시간 공동체로 생활을 하므로 우리에게 고독의 시간은 필요하다.지금 제주학사의 받침반에는 남자친구들이 많다. 남자가 많은 받침반이지만 그만큼의 담력이나 기운이 없고 오히려 남자들이 더 챙기고 힘써야 하는 역할이 있지만 미루고 있었다. 이러한 배경으로 영이선생님께서는 우리 받침반에게 하나의 제안을 하셨다. 선생님은 우리에게 혼자서 동백동산에서
지난주 월요일, 갑자기 문현이가 제주 학사를 떠났다. 문현이의 부모님이 문현이의 몸 상태가 걱정이 되셔서 데리고 가신 것이다. 나는 아직도 이 사실이 믿겨지지 않는다. 믿기지 않는 첫 번째 이유는 문현이의 의지로 나간 것이 아니라 부모님의 선택으로 나갔다는 점이 있다.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지금 문현이와 나의 관계가 한 번에 깨졌다는 것이다.볍씨에서 9년째 같이 지내고 있는 받침반은 지낸 시간 만큼 서로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아주 잘 알고 있지만 이것이 장점이자 단점이 된다. 우리는 지금까지 관계를 쌓아왔는데 그 관계를 깨고 싶어
볍씨학교에는 '지기'라는 역할이 있다. 지기는 우리가 함께 일상에 지내며 필요한 공동의 일들을 나눠 맡는 역할을 말한다. 안청소 지기, 화장실 지기, 하루 일정을 책임지고 조율하는 하루지기 등 여러 지기가 있다. 지기는 광명에 있는 본교 볍씨학교에서부터 해왔다. 그러나 우리 제주학사에만 있는 특별한 지기가 있다. 바로 밥지기 이다.본교에도 같은 이름의 밥지기가 있지만 학교에 있는 점심 한끼의 밥을 압력밥솥에다 밥을 짓는다. 제주학사 밥지기의 가장 큰 차이점은 전기밥솥, 압력밥솥이 아닌 가마솥 밥을 짓는 것이다.제주의 밥지기는 하루에
요즘 우리는 선흘분교에서 초등학교 6학년 아이들을 위해 주1회 수업을 진행 중이다. 우리가 배우는 입장이 아니라 선생님의 역할을 맡고 있다. 영어, 국어, 과학 등 지식 교과 위주의 수업이 아닌 우리가 아이들에게 잘 알려줄 수 있는 활동으로 진행한다. 매일 하는 농사, 어릴 때부터 재미있게 했던 마당놀이, 손 놀이, 바느질, 요리, 목공 등 아이들과 하고 싶은 것을 알려주고 있다. 아이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게 해주는 것과 농사, 요리, 바느질 등 앞으로 살아가며 필요한 경험을 아이들이 가져갈 수 있는 의미를 담아 열심히 준
목요일, 드로잉 수업이 있는 날이다. 원래 수요일 수업이지만, 일정 때문에 하루 미루어졌다. 드로잉 수업에서는 목탄 연필 색연필 등 여러 가지 도구를 써서 그림을 그린다.드로잉 수업에서는 이 도구들을 무기라고 말한다. 우리는 수업마다 이 무기를 들고 동네 삼춘(연장자를 부르는 제주어)들의 창고를 그리고 있다. 창고의 외부를 그리기도 하고 내부를 넓게 그리기도 하고 어떤 물건을 지정해서 그리기도 한다. 그린 그림으로 삼촌의 창고를 갤러리로 변신시키기도 하고 '우리 커뮤니티'라는 큰 건물에 전시하기도 했다.첫날에는 연필 한 자루와 A4
나는 올해 3월 2일부터 제주에 내려와 친구들과 선배들, 선생님 그리고 주변 마을 삼촌들과 함께 1년 동안 제주에서 살아가게 되었다. 각자 제주에 오는 이유와 목표는 다르겠지만 나는 건강해지기 위해서 제주를 선택했다. 육지에서는 불규칙한 생활로, 건강하지 못한 먹거리로, 미디어로 나태한 삶을 살았다. 육지에 있을 때는 학교 갔다 집에 오면 도착하자마자 가방 놓고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침대로 가 이불을 뒤집어쓰고 온종일 미디어만 했다. 육지 생활은 학교, 미디어, 학교, 미디어 무한 반복이었다.육지에서는 엄마 아빠가 바빠 우리를 챙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