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리자리라 하면 꿀풀과의 1년생 야생초 꽃향유와 좀향유를 이르는 제주도 방언이다. 노리는 노루를 가리키는 제주방언이며 노루가 노닐거나 푹신하게 깔고 앉는 자리를 가리키는 말일 것이다. 10월부터 11월에 걸쳐 제주도 내 해발 200~700고지 오름이나 자연 목초지의 키 작은 풀밭에서 자주색의 아름다운 꽃들이 이삭꽃차례로 흐드러지게 핀다.온 들판에 깊어가는 가을하늘 아래 눈부시도록 꽃방석을 깔아놓고 꿀벌의 노래 신나게 붕붕거리면 양봉농가에서는 양지바른 들판에 벌통들을 줄지어놓고 꿀 수확을 기다린다. 노리자리 꿀은 제주도에서 나오는 모
내가 섬에서 태어났다는 것을 인식한 것은 열세 살 무렵이었다. 별도봉에서 친구들과 놀다가 혼자 빠져나와 산지등대에 갔다. 그곳에 앉아 수평선을 바라보는데 처음 느껴보는 고독이 파도처럼 밀려왔다.제주도 주변의 섬들을 모두 돌아다닌 뒤 그 섬들에 관한 책을 내면 어떨까, 하고 생각한 적 있다. 하지만 나는 모험가가 될 수 없는 체질이다. 멀미를 심하게 한다. 마라도 가는 배에서도 속이 울렁거린다. 목포로 가는 배는 치과만큼 곤혹스러웠다. 친구가 해군에 함께 지원하고자 했을 때 멀미 때문에 손사래를 쳤다. 뱃고동 소리만 들려도 멀미가 난
지난 11월 3일 학생독립운동 기념일(학생의 날)을 맞아 중고등학생들이 시국선언을 발표했다는 뉴스를 접했다. 고교생이 그린 ‘윤석열차’ 카툰과 중고교생 촛불집회 탄압 논란에 대해 학생들이 집단적인 목소리를 내게 되었다고 한다.또 어느 중학교에서는 기후위기에 맞서 청소년들이 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토론회를 열어 채식급식을 주1회로 하자는 안을 결정하였다고 한다. 청소년들이 사회에 대한 관심 표명과 국민으로서 누려야 할 권리를 위해 직접 목소리를 높이는 것에 반갑기도 하고, 이런 청소년들을 지켜주지 못했다는 생각에 부끄럽기도 하다
최후통첩 게임, 협동의 유전자를 타고난 인간사람들은 과연 이기적일까? 이타적일까? 보통 경제학에서는 인간을 이기적이라 못박는다. 진화론은 이를 뒷받침해 왔던 대표적인 도그마. 진화론하면 누구나 적자생존(適者生存), 즉 경쟁과 도태를 떠올린다. 19세기 중반 당시 자본가들은 자유경쟁과 도태를 진화의 원리로 설명한 다윈을 구세주처럼 떠받들었다. 하지만 적자생존이란 용어를 맨 처음 사용한 사람은 사회학자 허버트 스펜서다. 경쟁만 강조한 줄 알았던 다윈마저도 “꿀벌과 같이 서로 협동하는 종이 있다. 협동하는 종은 경쟁하는 종보다 우월하다”
요즘 뉴스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로 천연가스(LNG), 연탄, 석유 등 원자재 수급 불안정 및 가격 상승을 연일 보도하고 있고, EU(유럽연합) 국가들은 가스 사용량을 15% 이상 줄이는 비상체제에 돌입하고 있다.이에 따라 국내 공공기관들도 다가오는 겨울철 전력난을 우려하며 에너지 다이어트를 추진하는 등 2022년 현재 전 세계가 에너지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이런 위기 속에서 에너지 취약계층이 조금이나마 따뜻한 겨울을 보낼 수 있도록, 전기, 도시가스, 지역난방, 등유, LPG, 연탄 등 구입을 지원하는 ‘에너지바우처’
학교 옆 문방구처럼 없는 것 빼고 있을 것이 다 있는 책방 책가방의 탄생으로 거슬러 가 보자. 때는 2018년도다. 이미 그 전부터 미화씨는 책방을 다니는 걸 좋아했다. 책을 좋아했고, 책방이 풍기는 분위기를 사랑했다. 어떤 책방은 소품을 같이 판매하기도 했다. 그런 것을 보던 그는 어느 날 갑자기 자신만의 책방을 운영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내가 책방을 운영하면 어떨까? 어떤 모습일까?’란 생각이 들었다. 1년여 동안의 깊은 고민 끝에 일단 문을 열기로 결심했다. 결심하기까지가 어렵지 그 후의 일은 일
내 일요일의 일과는 단순하다. 오전에 축구를 하고 돌아와 점심을 먹는다. 그리고는 푹 잔다. 평화롭고 안온하다. 이 일요일의 평온한 루틴에 균열을 내는 자가 있다. 물론 나의 아내다. “좀 이따 마트 가자! 두 시간 낮잠 자고 세 시에 가자.”아내의 말을 귓등으로 넘기고, 일단 잔다.“세 시야! 마트 가자!” 한참 깊은 수면의 동굴에 있는 나를 뒤흔들어 깨우는 성마른 아내의 목소리! 단잠에서 깨어나 차를 몰고 움직일 생각을 하니 지옥이 따로 없다. “내일 가자. 진짜 못 일어나겠어.”경험해본 바, 두려움 없이 진실을 고하려면 먼저
‘망발’들* “경찰이나 소방 인력을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될 수 있었던 문제는 아니었던 것으로 지금 파악을 하고 있다.” - 행정안전부 장관 이상민* "저희는 전략적인 준비를 다 해왔다. 구청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은 다 했다." - 박희영 용산구청장* “지금은 추궁의 시간이 아닌 추모의 시간” - 정진석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사고 책임은 경찰과 지방자치단체뿐 아니라 공적 기능을 담당해야 할 공영방송사에도 있다” -박성중 국민의힘 국회의원* “부모도 자기 자식이 이태원 가는 것을 막지 못해놓고” - 김성회 전 대통령실 종교다문화비서
1. 제주도, 학생 인권보장 체제의 선진지 되어야2. 일하는 청소년들을 놓치지 말자3. 학생과 학교는 대립 관계가 아니라 상생 관계다4. 반말이 사라진 학교를 꿈꾼다5. 학교내 갑을 구조를 깨야 한다6. 학교인권기구 담당자의 전문성 강화가 시급하다글 시작에 앞서: 국가는 무엇을 해야 할까?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에 이어 또다시 우리는 이태원 참사에 따른 집단 트라우마를 겪고 있다. 2022년 10월 29일 이태원 참사 소식을 접하고는 슬픔과 분노 때문에 도무지 이 글을 이어 쓸 수가 없었다. 수많은 사람의 희생이 왜 또
밤거리에 차가운 공기가 깔리기 시작한다. 옷장 깊숙이 넣어둔 갈색 가디건을 꺼내 입곤 바닷가 옆 작은 선술집을 향해 걷는다. 한 여름의 무더위가 시원한 맥주를 부르듯 '가을'이라는 말과 함께 오는 쓸쓸함은 막걸리와 와인을 부른다. 더군다나 이렇게 찬바람이 불어오는 절기엔 굴과 전어회, 꼬막과 과메기가 곳곳에서 술꾼들을 유혹한다. 계절에 따라 제철음식이 있듯이 이맘 때 역시 듣기 좋은 '제철 음악'들이 있다.이 계절의 제철 음악으로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음반은 Gerry Mulligan Sextet의 63년도 앨범
11월에 미국 금리가 또 7.5% 인상된다고 한다. 국내 주식시장과 은행권은 초긴장 상태다. 올해 들어 벌써 네 번째다. 이미 예고된 금리인상 소식에 국내 뉴스는 연일 그 후폭풍을 걱정하는 목소리로 가득하다. 금리가 오르면 1년동안 물가인상으로 그 후유증이 나타난다고 한다. 2010년 이후 통계를 보면 뚜렷하게 확인된다고 언론 보도가 나오고 있다. 결국 그 악영향이 서민들의 민생 위기로 떠넘겨지는 것이다. 악순환의 골이 깊고 상처는 크고 민생은 위기에 처해 있다. 지금 경제상황을 ‘3고(高) 시대’라고 말한다. 고금리 고물가 고환율
유난히 무더웠던 여름이 아직도 가기가 아쉬운가 보다. 한낮엔 가벼운 산책에도 땀을 훔치게 된다. 반면, 가을은 곧 더위를 잠재우겠다며 아침저녁으로 쌀쌀맞은 바람을 불어댄다. 아침과 저녁엔 가을과 겨울 사이에 있는 것 같다가 한낮엔 여름과 가을 사이에 있는 듯 세 계절을 묘하게 오간다. 그러고 보니 계절은 늘 맺고 끊음이 명확하지는 않았다. 항상 계절의 한가운데 들어서야만 알게 된다. 시간의 흐름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기준인 ‘계절’의 구분이 선을 그은 듯 명확하지 않은 것처럼 우리의 과거라는 것, 그러니까 추억이라 부르는 것 역시 어
제주4·3기념사업위원회는 2023년 4·3 75주년을 맞아 ‘기억을 넘어 미래로’라는 주제로 4·3에 대한 각계의 목소리를 들어보려고 한다. 첫 번째 순서로 일본에서 4·3운동을 선도적으로 해오고 있는 고이삼 신간사(新幹社) 대표이자 일본 4·3을 생각하는 모임 사무국장의 의견을 일본 현지에서 관련 단체를 통해 청취했다. 제주4·3기념사업위원회로 보내온 인터뷰 내용을 제주투데이를 통해 알린다.1948년 4월 3일 제주도에서 제주도민들의 무장봉기가 일어났다. 우익 세력, 경찰, 군대의 무력 진압 과정에서 약 3만명의 제주도 주민들이
제주투데이는 시민들의 목소리를 직접 전한다는 취지로, 시민이 만드는 뉴스 제주순정TV의 콘텐츠를 소개한다. 제주순정TV는 주체적 참여 시민의 입장에 서서 지역 현안에 대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제주도민 부순정씨가 리포터를 맡은 제주순정TV는 제2공항 건설 사업, 비자림로 공사 문제 등 제주 지역 현안에 대해 참여 시민의 관점에서 분석, 비평하고 있다.
각시가 미소 띤 얼굴로 양파가 들어있는 대야를 가리켰다. 양파를 까라는 무언의 지시다. 머뭇거렸다가는 평화가 깨질 것이 뻔하다. 얼른 칼을 집어 꼭지와 뿌리를 잘랐다. 상처를 입은 양파가 ‘프로페닐스르펜산’이라는 최루가스를 발사하여 눈물샘을 자극했다.프로페닐스르펜산은 수용성이다. 따라서 물에 적신 칼로 양파를 썰면 눈이 덜 따갑다. 그럼에도 굳이 손으로 줄기 비닐을 한 꺼풀씩 벗겨내었다. 이때가 아니면 언제 이렇게 눈물을 질질 짜며 마음껏 울어본단 말인가? 속으로는 부평초처럼 흔들리면서도 겉으로는 큰 바위 얼굴을 하고 살아가야 하는
태풍피해를 호되게 당하고 나서 다시는 콩농사를 짓지 않겠다 다짐을 했건만 어느새 토종콩을 갈무리하고 있다. 올해도 어김없이 태풍이 여러 차례 지나갔고 9월은 가히 태풍의 달이라 불릴 만큼 여러 개의 태풍을 맞이하느라 몸과 마음이 바빴다. 당근을 파종하고 여린 싹이 막 올라온 시기라 직격으로 피해를 줬다. 무는 많이 성장해서 피해가 덜했지만 덜하다는 것이 없다는 것은 아니다. 다행히 콩은 바람 피해로 살짝 눕기는 하였지만 꼬투리가 상하거나 떨어지는 일은 없어서 큰 피해를 면했다. 구좌지역도 김녕 쪽으로는 바람 피해를 꽤 입었으나 종달
1. 귀뚜라미가 우네요. 내일 아침 듣게 될 아나운서의 멘트 같지만, 천고마비의 계절 가을입니다. 가을은 대기가 건조하기 때문에 하늘이 맑아 천고하다고 합니다. 마비는 말이 살찌는 계절이라기보다는 말이 살을 찌워야 하는 계절이란 뜻이겠죠. 추운 겨울을 준비해야 하는 뭇짐승들에게 가을은 에너지 보충을 위한 라스트 챤스이니까요. 너무 따졌나요? 귀뚜라미가 웃네요..가을은 뭐니 뭐니해도 단풍의 계절입니다. 안타깝게도 저의 어린 시절 기억 속엔 단풍이 없습니다. 어릴 때 그림을 곧잘 그렸는데 이상하게도 가을 단풍을 그렸던 기억은 없습니다.
1. 제주도, 학생 인권보장 체제의 선진지 되어야2. 일하는 청소년들을 놓치지 말자3. 학생과 학교는 대립 관계가 아니라 상생 관계다4. 반말이 사라진 학교를 꿈꾼다5. 학교내 갑을 구조를 깨야 한다1. 제주지역 학교 인권기구의 현황헌법과 국제법에 의해 요구되는 국가의 인권의무는 크게 세 가지, 즉 존중(respect), 보호(protect), 실현(fulfil)의 의무로 구분된다.국가의 인권책무를 실현하기 위한 노력은 국가단위를 넘어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구체적인 인권의 현장에 맞는 제도와 규범을 도입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뉴 알레그리아'... 태양의 서커스가 한국에 오다!태양의 서커스(Cirque Du Soleil)가 돌아왔다! 2018년 흥행돌풍을 일으켰던 '쿠자'에 이어 4년 만이다. 지난 20일 막 오른 ‘뉴 알레그리아’. 스페인어로 기쁨, 희망, 환희를 뜻하는 ‘알레그리아’는 지난 10여 년 동안 40개국 255개 도시에서 1000만 명 이상을 매료시킨 대표작이다.‘뉴 알레그리아’는 몰락해가는 가상의 왕국을 배경으로 권력을 다투던 인물들이 진정한 힘은 내면에서 나온다는 깨달음을 얻는 이야기. 다양한 국적을 가진 53명의 아티스트들이 텀블링,
글이 하나도 없는 그림책이다. 하지만 책은 많은 말을 한다.어느 날 강아지는 찻길에서 버려진다. 자동차에서 내던져진다. 강아지는 그 차를 따라서 숨이 턱에 닿도록 뛴다. 하지만 차를 따라 잡을 수는 없다. 그 차를 운전하는 어른은 개가 더 이상 따라오지 못할 것 같으니 차장 밖으로 고개를 내밀어 뒤를 돌아본다. 강아지는 하나의 점이 되어 멀리 떨어졌다. 강아지를 버린 사람 마음은 어떨까.내가 살고 있는 제주 지역에서 유기되는 개가 하루 50마리가 넘는다. 한 달 2000마리쯤 된다. 어떤 사람들은 제주도까지 와서 강아지를 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