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에 관한 불편한(?) 진실자본주의란 말 그대로 재물(資)이 으뜸(本)인 사회다. 모든 게 ‘돈’이란 재물을 기준으로 가치가 매겨지고 상품으로 거래된다. 이른바 ‘보이지 않는 손’에 감춰진 시장이란 정글은 본디 부조리로 가득하다.아무리 쓸모(사용가치)가 있어도 값어치(교환가치) 없는 물건은 시장에서 외면받기 십상이다.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일이지만 이윤이 생기지 않으면 ‘그림자 노동’처럼 무시당하기 일쑤다. 창고에는 물건이 쌓였지만 소비할 사람은 없고, 일할 능력이 있는 사람이 넘쳐나지만 정작 써줄 데가 없다.애당초 돈이란 필
"영화 같은 삶 속으로 혹은 흥미진진한 미래로 데려다줄 것 같은 입구. 살면서 가끔씩 이런 입구를 만나면 얼마나 좋을까." - 이애경 p. 17섬에서의 시간섬타임즈는 ‘섬에서의 시간’과 ‘때때로 찾아오게 되는 섬 제주’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두 가지 모두 ‘섬’은 ‘찾아가는 곳’이란 뜻이 깔려있다. 즉, 여행지라는 의미다. 섬타임즈는 위 문장같은 입구다. 무료한 당신이 잡아서 열기만 하면 흥미진진한 미래로 데려다줄 문. 애경씨는 그 문을 만들어 놓고 정성을 다해 책을 선정해서 진열한다. 세상에
장맛비가 한바탕 퍼붓고 지나간 자리...온난화와 기후변화는 장맛비라고 하기에는 차라리 여름 소나기가더 어울릴 듯 짧게 지나간다.소나무 산책길을 따라 걷다 걸음이 멈춰 선 곳 하늘을 향해 쭉쭉 뻗은 곧음과 푸르름의 상징 소나무 아래에는 이름을 알 수 없는 고사리류들의 자람 터가 되어주고 묵은 솔잎 위로 홍자색 흰 테를 두르고 얼굴을 내민 한 무리의 '대흥란' 한 해도 거르는 일 없이 도도한 모습으로 반겨준다.연일 푹푹 찌는 불볕더위에 나뭇잎이 무성 해지는 칠월의 여름 숲 오래된 여름 숲에는 나뭇잎이 쌓여 만들어진 부엽토에 뿌리를 내려
해리 포터Harry Potter의 potter는 도자기공, 앨버트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의 einstein은 벽돌공, 리즈 테일러Liz Taylor의 taylor는 재단사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도자기공이 마법을 부리고, 벽돌공이 상대성이론을 가르치며, 재단사가 보라 빛 눈으로 사랑을 고백하는 장면은 상상만 해도 유쾌하다. 상상은 Farmer 가문이 밀을 수확하면, Miller 집안이 방아를 돌려 밀가루로 만들고, Baker 가문이 그 밀가루를 반죽하여 빵을 굽는 장면으로 이어진다. 성씨를 통해서도 밀이 서양의 제1
한국 해안에도 서식하고 있는 국제적 멸종위기종 바다거북의 산란 기록이 있는 곳은 국내에서는 제주도가 유일하다. 바다거북은 해안 개발문제, 기후위기, 쓰레기문제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는 지구의 지표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바다거북과 서식지 보전은 개별종의 보전을 넘어서 제주도 해안을 보전하는 길과 직결된다. 제주자연의벗(공동대표: 제주고사리삼·강영식)은 바다거북에 주목했다. 제주자연의벗은 제주의 다양한 생태환경 문제를 심층적으로 들여다보기 위해, 8월 한 달 동안 4회에 걸쳐 기획 시리즈를 연재한다.연재
덩굴성목본 콩과식물인 칡은 잎이 지는 다년생 식물이다. 칡을 제주에서는 ‘끍’ 또는 ‘끍 줄’, ‘끍넌출’ 등으로 불리운다. 끍은 끈에서 변이된 듯하며 넌출은 넝쿨을 뜻하는 말이다.칡은 거의 토양을 가리지 않으나 부엽토가 쌓인 비옥한 땅에서는 생장 속도가 매우 빨라서 봄부터 가을까지 땅바닥을 기어가며 거침없이 뿌리내리고 자란다. 꽃은 8~9월에 붉은 자색으로 피는데 총상화서이다.나무를 감고 오르는 칡은 세월이 흐르면서 팽팽히 당겨지면서 칡에 감긴 나무는 점점 조여들어 죽게 되는 경우도 있다. 세월이 가면서 칡의 섬유질이 점점 질겨지
우연히 식당에서 옆 좌석의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개 사육장을 운영하는 분이었다. 이제 더이상 돈이 되지 않아 접을까도 생각했지만 의외로 요즘은 돈이 되기 때문에 접을 수 없다고 한다. 개 식용이 점차 줄어들고 있는 때에 그게 무슨 말인가 싶었다. 그들의 얘기에 귀를 기울였다.개들의 먹을거리로 예전에는 잔반을 '얻어다' 먹였지만 요즘은 잔반을 처리해 주면서 돈까지 받으니 그 재미가 쏠쏠하다는 것이다. 놀랄 수밖에 없었다.생활환경과에 문의를 해보았더니 음식물쓰레기는 시에서 관리하지만 개별적으로 처리하는 곳들은 개 식용농장으로 보내진다
지난 수요일에 한림에 있는 황우럭만화카페에 갔다. 그곳에서는 한림에 사는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듣고 만화로 만드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구술 채록이 최근 꽤 활발히 이루어지는 편인데, 그 인터뷰 내용을 바탕으로 만화를 그린다는 점이 흥미롭다.이야기를 전하는 어르신 중에서 고창훈 농부는 1939년 한림2리에서 태어났다. 제주대학교 농학과를 졸업했다. 대학에서 배운 농업 기술을 실제 농사에 적용하여 큰 성공을 거두었다. 참외 농사를 지을 때는 참외가 덩굴에 가득 열려 발 딛을 틈이 없었다고 한다. 그는 일찍이 스타 강사였다. 농업 관
여행을 떠나요 태양이 머리 바로 위에 있는 듯 몹시 뜨겁다. 어느덧 8월. 여름의 한가운데에 들어섰다. 뜨거운 태양과 이글거리는 도로. 그 위를 달려 소길리에 닿았다.제주에서 나고 자랐지만 나는 아직도 못 가본 마을이 꽤 된다. 소길리도 그 중 한 곳이었다. 구불거리는 좁은 시골의 도로가 오랜만이었다. ‘이곳은 이런 매력이 있구나!’ 또 한번 고향에 반하며 주변에 흠뻑 빠지니 방금까지만 해도 뒤를 쫓아오던 업무 스트레스는 사라졌다. 초행길은 언제나 여행길이다.책방 섬타임즈는 제주시 애월읍의 중산간 마을 소길리에 자리해 있다. 마을회
얼마 전 김지하 시인이 타계했다. 그의 시를 나는 기억한다. 가령 의 한 대목 같은 것들.“내 머리는 너를 잊은 지 오래/내 발길은 너를 잊은 지 너무도 너무도 오래/오직 한 가닥 있어/타는 가슴 속 목마름의 기억이 /네 이름을 남 몰래 쓴다 민주주의여”내 책꽂이를 뒤져보면 김지하 시인이 살아생전에 펴낸 책 대부분(아마 80% 정도?)이 있을 것이다. 읽은 것도 있고, 그저 사두기만 한 것도 있다. 아마 시인이 앞으로도 100년을 더 살며 책을 낸다면, 그 책들까지도 사 모으기 위해 나 역시 100년을 살고 싶었을
말 모양 등대로 유명한 이호테우해변이 집 근처에 있다. 이 해변에 종종 들른다. 커피를 마시거나 담배를 피우면서 한 두 시간 시간을 때우곤 한다. 몇 년 전부터일까. 이 해변에도 서퍼들이 등장했다. 그 전에도 서퍼들이 있었을 수 있다. 소수인데다가 관심을 갖지 않았기 때문에 내 기억에 없는 것일지도. 최근에는 서퍼들의 수가 많이 늘었다. 굉장히 많이 늘었다.의아했다. 이호해변은 그리 높은 파도가 이는 해변이 아니다. 그런데도 많은 서퍼들이 파도를 타기 위해 해변으로 찾아 든다. 어떤 날은 잔잔한 바다 가운데에 설탕을 잃은 개미처럼
초여름 우리 수박은 아직 밭에 적응도 못하고 있을 때 오일시장에서 혼자 들기에 버거울 정도로 무거운 수박을 샀다. 다들 수박값이 비싸다고 아우성이었던 즈음이다. 친구들 모임에서도 커피잔을 사이에 두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수박값 비싸다 이야기 하길래 “수박 한 덩이에 1만5000원이 비싸냐?”고 되물었다. 커피 한잔에 5000원은 비싸다 하지 않고 서슴없이 지갑을 열면서. 왜 수박은 하나에 1만5000원 받으면 안 되나? 2만원은 받아서 안 되는 법이 어디 있기라도 한 거냐구? 수박값은 그렇다 치고 올해 유난히 수박이 크다 느
7월의 마지막 주~한여름이 계속되는 뜨거운 날씨 밤낮으로 푹푹 찌는 30도를 넘나드는 찜통더위가 기승을 부린다.자연스레 계곡의 시원한 물과 숲을 찾게 되지만 신천 바다목장을 시작으로 새롭게 단장한 벽화 마을 신천리로 향한다.파란 하늘에는 구름이 제멋대로 회색으로 덧칠을 하고 우아하고 멋스러운 '카나리아야자' 시원스럽게 하늘로 솟아 오른 '와싱톤야자' 오래전부터 공원의 화단이나 길가에서 많이 보았던 '홍초'는 한여름 정열의 꽃처럼 돌담 밖으로 얼굴을 내민다.평지가 대부분인 신풍과 신천은긴 해안선을 가지고 있어 해안지대가 넓게 차지하고
요즘 한수풀도서관에서 수필 교실을 진행 중이다. 시 창작 교실은 몇 번 해봤는데, 수필은 처음이다. 그래서 수업을 준비하면서 수필의 특성을 다시 살피는 중이다. 수필은 쉽게 생각해도 될 정도의 갈래인 건 맞지만 수필 또한 결코 쉽지 않은 글이다.내 인생의 책, 유년의 원풍경, 비 등 제재를 정해 글을 쓴다. 자신이 쓴 글을 발표하는데, 하나같이 사연이 아릿하다. 세 번째 수업 시간에 이 책을 선보였다. 이아영의 『애기 해녀, 제주 일기』(미니멈, 2021)이다.수필은 자신의 체험을 통한 깨달음을 전하는 글이다. 이아영은 제주 색달
2010년에 씌어진 이 책은 2013년에 한국에서도 출간됐다. 2022년까지 3쇄를 찍었다. 1쇄에 1,500부를 찍었다고 하면 지금까지 4,500부쯤 나왔다. 굳이 9년 동안 3쇄를 찍은 사실을 거론하는 이유는 이 책을 여러 사람들이 읽었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다. 아무리 좋은 책도 팔리지 않으면 목숨을 다한다. 인문사회과학 책들은 1쇄로 끝나는 일도 흔하다. 이제 이 책 내용을 보자.사람이 살면서 은행에 돈을 빌리지 않은 일은 거의 없다. 이 책에서 말하는 것을 한마디로 말하면 은행이란 곳은 처음에는 돈을 빌려주면서 이자를 내는
‘고용돼 일은 하지만 노동자는 아니다?!’산업구조가 고도화되고 정보통신기술이 발달할수록 기업들은 직접 고용보다는 아웃소싱하기 바쁘다. 그만큼 프리랜서나 플랫폼 노동자가 늘어날 수밖에 없는 것.우리나라에서도 2008년 250여만 명에서 2020년 700여만 명으로 세배가까이 불었다. 이른바 ‘특고’(특수형태고용근로자)라 불리는 이들이다. 국세청자료로는 연간 이들에게 지급되는 세전소득이 106조 7017억 원, 납부세액만도 3조 2651억 원에 이른다.그렇다면 살림살이는 어떨까. 이들 특고의 월 평균 보수는 180만 원 정도, 정규직의
방 한 칸 정도의 이 책방에는 약 300권의 책이 진열돼 있다. 눈썰미 좋은 분들은 바로 알아차리시리라. 그림책의 비율이 상당하는 것을. 김문규 책방지기가 책방을 운영하면서 가장 바라는 점은 ‘책방에 들어왔을 때와 나갈 때 그 사람의 마음이 달라지는 것’이다. 물론, 긍정적이고 생산적인 마음으로 말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눈길을 붙드는 책이 있어야 한다. 이곳의 책방지기는 그림책이 그 역할에 탁월하다고 강조했다. 손님들이 책방에 머무는 짧은 시간에 메시지를 가장 분명하게 그리고 부담없이 전달해 줄 수 있는 것이 그림책이라는 것. 이
지금의 서울 을지로 노가리 골목의 터줏대감이자 시초라고 할 수 있는 40년 역사의 '을지OB베어'는 특정 호프집의 끝없는 욕심으로 비롯된 만행으로 인해 지난 4월 강제집행으로 철거 '당했다'. 그곳에서 멀지 않은 평양냉면의 강자 '을지면옥' 역시 재개발로 인해 37년의 역사를 뒤로하고 지난 6월 영업을 끝냈다.자본논리에 휘둘려 그 역사를 더더욱 지속할 수 없다는 것에 마음이 아프고 불편하다. 두 곳 모두 내가 좋아하는 음식과 술을 마시며 많은 추억을 남겼던 곳이었기에 더욱 그렇다. 그리고 최근 을지OB베어 자리에 새롭게 달린 간판
윤석열 대통령은 서울대를 나와 사법고시를 패스한 첫 대통령이다. 윤 대통령은 자신과 같이 서울대를 나온 고시 출신으로만 국정원장·금융위원장·공정위원장·국세청장·대통령비서실장을 지명했고, 서울대[11명(57.9%)]와 고시 출신[9명(47.4%)] 위주로 내각을 꾸렸다. 윤 정부의 인사는 대한민국에서는 시험만 잘 치면 부와 명예는 물론 높은 지위를 쉽게 얻을 수 있음을 확실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를 알기에 좀 산다는 부모들은 자식들의 하늘 입장권을 사기 위해 온갖 수단을 활용하고, 때로는 편법과 반칙까지 저지른다. 반면에 그 축에 끼
운향과의 개탕지낭은 탱자나무를 가리키는 제주말이다. 원산지는 남중국이며 우리나라에는 제주도의 곶자왈 숲과 자연 목초지의 경계에서 띄엄띄엄 자생하는 것을 볼 수가 있다. 나무는 2~ 3 미터 크기의 관목이며 잎지는 낙엽수다. 어린줄기와 가지는 진록색으로 이파리와 가지와 어린 열매의 색깔이 같다. 이파리의 크기는 어른 손가락 한 마디 정도로 매우 작다. 열매에는 복숭아털처럼 잘고 보드라운 털이 촘촘하고 가을에 노오랗게 익었을 때는 그 향이 매우 짙다.동글동글한 열매는 골프공 크기이며 씨가 가득 들어있다. 익은 열매의 맛은 매우 시고 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