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이 탄생하고 문명은 생존을 위해서라도 기후 변화에 기민했었다. 날씨와 관련된 수많은 전설과 신화만 살펴보더라도 인류는 단 한 번도 태평하지 않았으나 요즘 더 유난해졌다. 특히나 재앙에 가까울수록 기록을 남겼던 인류 아닌가. 그 기록이 잦고 있다는 것을 탐지하고 이에 관해 쓰고 말하는 사람이 급속도로 늘어나는 풍경은 비 내리기 직전 새의 지저귐만큼이나 요란하다. 이 요란함은 인류가 단 1만여 년 만에 새로운 지질학적 명칭을 스스로 부여할 만큼 달라진 시대를, 간빙기/홀로세에 이어 인류는 대가속의 시대, 대멸종의 시대에 살게 되었기
온 국민에게 제주는 각별한 곳이다. 제주로 향하는 사람들이 가진 공통된 기대는 무엇보다 자연 속에 있다는 평온함을 느끼는 것 아닐까. 옥빛 바다와 검은 돌담에 둘러싸인 푸른 밭, 오름과 숲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절로 마음이 고요해질 수 있다.그러나 머릿속 그 풍경과 달리 제주의 실상은 전쟁터이다. 넘치는 관광객으로 인한 쓰레기와 하수 문제, 교통 체증과 대기 오염, 상수도 자원의 고갈 등 섬 전체가 몸살을 앓고 있다. 당장 쓰레기 소각장과 하수처리장 증설 문제로 주민들의 고통과 갈등이 첨예하다. 곳곳이 도로 증설과 개발사업으로 파헤
제주 제2공항 문제가 다시 제주 섬을 흔들 것으로 보인다. 국토교통부가 전략환경영향평가서를 다시 환경부에 제출했고 전략환경영향평가서 협의 법정 처리기한에 따라 요청일로부터 최대 40일 이내 즉, 3월 6일까지 답변해야 한다. 정말 기한이 코앞이다. 만일 환경부에서 ‘동의’로 결정을 내린다면 제주사회는 어떻게 될 것인가?시간이 되돌아간 듯하다. 제주도지사 시절처럼 다시 원희룡(현 국토부장관)과 제주도민의 시간이 되었다. 도민사회의 갈등은 그때처럼 극에 달할 것이고 애써 지켜낸 사회적 공론의 결과와 약속마저 공권력 맘대로 파기할 수 있
오영훈 제주지사의 3·1절 기념사에 대 일본 관련 메시지는 없다. 후쿠시마 핵발전소 오염수 방류 시점이 다가오고 있는 만큼 그와 관련된 입장 표명을 할 법도 했다. 하지만 오염수 관련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라는 정도의 메시지조차 없었다.이날 오 지사는 하루 만에 낙마한 정순신 전 국수본부장 아들의 학교폭력 사건을 꺼내들었다. 정순신 전 본부장의 아들이 제주 출신 동료를 상대로 '빨갱이' 운운하는 말을 내뱉은 것으로 알려졌다. 오 지사는 그 개별 사건의 의미를 확대해석 하면서("일부 특권 세력과 일부 세력들은 제주를 이렇게 폄훼하고
전 세계적으로 챗GPT(오픈AI사의 대화형 인공지능) 열풍이 거세다.챗GPT 출현은 2016년 알파고 등장보다 훨씬 더 실생활에 파장과 충격이 크다.챗GPT는 논문쓰기, 에세이·소설·시 등 창작물, 프로그램 코딩까지 전방위적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출시 5일 만에 사용자 100만 명을 돌파했고 두 달 만에 1억 명을 넘겼다고 한다.챗GPT가 미국 로스쿨 시험, 의사면허 시험을 통과했다는 뉴스 등 수많은 기사가 쏟아지고 유트브에는 사용꿀팁부터 챗GPT로 돈벌기까지 다양한 영상이 올라오고 있다.교육현장에서는 챗GPT로 작성한 리포트로 골
더불어민주당 소속 강경흠 제주도의원이 만취 상태로 차를 몰다가 경찰에 적발됐다. 당시 혈중알콜 농도는 0.183%으로 면허 취소 수준으로 알려졌다.강 의원은 27일 사과문 하나 발표했을 뿐, 이날 열린 농수축경제위원회 회의에는 참석하지 않았다. 회의에 앞서 신상발언을 통해 공개 사과를 하고 공적인 업무를 수행하는 대신 '잠수'를 택한 셈이다. 현재 자신의 SNS도 닫아두고 있다. 비슷한 사례가 있다. 고용진 전남 여수시의원. 지난해 음주운전으로 적발된 고 의원은 첫 회의석상에서 신상발언을 통해, 공개 사과를 했다. 그와 대비된다.제
오영훈 제주도정이 노동 부문에서 일자리 ‘만들기’에만 치중하고 고용 안정을 위한 정책 개발에는 소홀한 모습이다. 23일 오전 제주특별자치도는 농어업인회관 대회의실에서 ‘민선8기 일자리관리 전담팀(TF) 회의’를 열어 일자리 창출·관리 대책을 논의했다. 하지만 고용 안정 및 유지를 위한 대책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이 없었다.이날 회의에는 도·행정시 일자리 관련 부서장과 공공기관(공사, 출자·출연기관) 인사부 관계자 등 43명이 참석했다.제주지역 일자리 동향 등 관련 현황에 대한 보고가 있고 나서 오영훈 지사가 부서장들에게 질문을 하는
임보라 님을 처음 알게 된 건 강정 투쟁 개신교대책위원회를 만났을 때였다. 교회를 다니다 그만 둔 나는 당시 교회에 대한 회의감이 컸고 개신교 그룹이 방문할 때면 거리를 두게 되었다. 그러다 개신교대책위의 꾸준한 연대와 방문으로 마음이 열리기 시작했다. 그 때 남성 사역자들 사이에 유일한 여성 목사인 임보라 님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 이후 모임에서 본 임보라 님은 먹을 것을 챙기고 지킴이들의 이야기를 듣는 사람이었다. 그는 말하려고 하기 보다 따뜻한 눈빛과 미소로 답했다.그 뒤 여러 매체를 통해 임보라 님에 대해 더 알게 됐다. 강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는 제주신화월드(람정제주개발)가 도내 한 업체와 호텔 침구 업사이클 및 제품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13일 밝혔다.제주신화월드에서 폐기되는 호텔 침구류와 수건 등 폐린넨 제품을 업사이클링해 호텔에서 사용 가능한 수준의 재생 제품을 공동 개발하는 것이 업무협약의 골자다. 2000여 객실을 보유한 신화월드에서 폐기되는 침구류도 상당하다. 그 폐기물을 재활용해서 수건 등으로 개발하겠다는 것. 나름의 의미가 없지는 않다.하지만 보도자료 내용을 보면 기가 찬다. 신화월드를 추켜세우는 모습에 낯이 간지러울 지경이다
사람 냄새 나는 글도 써달라에 시평을 쓴 게 이제 1년이다. 주변의 다양한 평가를 듣는다. 나를 성찰케 하는 조언도 여럿 있었다. 가장 뜨끔했던 것은 ‘따뜻함 부족’이다. 내 글에서 ‘사람 냄새’가 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심정적 저항이 일었다. ‘오늘날 한국 사회가, 제주 사회가 어디 정상적인 구석이 있어야 말이지요’라는. 사실이 그렇다. 우리 사회 기득권층은 부끄러움을 모른다. 천박한 모습으로 오로지 자신들의 이권 추구에만 몰두한다. 그걸 지적하고 비판해야 할 언론 역시 기득권층으로 편입되어 파렴치를 부추긴다. 그런
‘덜떨어진 지식인의 글’이라는 구절에서 ‘덜떨어진’과 ‘지식인’, ‘글’ 중 핵심적이거나 중심이 되는 단어는 무엇일까. ‘덜떨어진’이다. 이른 아침부터 형편없는 글을 하나 읽었더니 속이 쓰리다. 그 글은 이렇게 시작된다.“‘탁월한 사유의 시선’이라는 구절에서 ‘탁월’, ‘사유’ 그리고 ‘시선’ 가운데 가장 핵심적이거나 중심이 되는 단어가 무엇인지를 물으면 ‘탁월’이나 ‘사유’를 고르는 사람도 적지 않다. 생각하는 훈련이 충분하지 않으면 논리보다는 자신의 감정을 더 믿는다. 그러면 중심이 되는 단어를 고를 때도 문법에 따르기보다는 감
도지사의 한 마디 한 마디는 공적 의미를 갖는다. 도지사는 간담회 등에서 내뱉는 발언과 약속들에 대한 책임이 있다. 이 같은 발언들은 언론을 통해 공식화된다. 그렇지 않으면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잡아떼면 그만이다. 공적 자리에서는 발언의 책임을 져야 한다. 발언과 책임은 언론을 통해 가시화된다.제주도는 2일 오전 제주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와 간담회를 열었다. 지난 2016년 이후 장장 7년만이다. 제주도는 "현안 해결과 더 나은 제주 미래를 위해 머리를 맞댔다"고 보도자료를 냈다. 소통과 협력을 위해서라는 목적도 제시했다.하지만 이날
암울하게 맞이했던 연말연시어둡다. ‘희망찬 새해’라는 덕담들이 오갔지만, 여전히 칙칙하다. 아니 더욱 암울해진다. ‘날리면’ 외교 망신도 참담한데, 선제 타격, 확전 등의 거친 말로 국민을 불안하게 한다. 그렇다고 안보에 내실이 있는 것도 아니다. 북한 무인기가 대통령 경호 구역(P-73)까지 진입할 정도다.국내 정치도 말할 게 없다. 가족, 측근들의 비리 의혹은 덮고, 정치 반대 세력에겐 무분별한 압수수색으로 일관한다. 추락한 경제는 회복 전망이 보이지 않고, 이태원 참사에서 보듯 국민 안전에는 무심하다. 국정 운영에 대한 긍정
2003년 당시 한 고등학생이 청소년 할인혜택을 받기 위한 증명을 학생증으로만 국한해 비학생 청소년이 할인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것은 명백한 차별이라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내는 일이 있었다.이를 계기로 학교에 다니지 않는 청소년에 대한 할인 혜택을 받지 못하는 차별적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2004년 도입된 청소년증은 만 9세 이상 18세 이하 청소년에게 발급하는 신분증으로 학생 여부와 관계없이 청소년 본인임을 확인할 수 있는 신분증이다.만 17세 이상이면 의무적으로 발급하는 주민등록증과 달리 청소년증은 신청한 사람(청소년)만 발
언제부턴가 인터넷을 통해 기사를 접하면 어느 신문사, 어느 기자인가를 일단 보고 기사를 보기 시작했다. 가짜뉴스가 넘쳐나기 시작하면서부터 그랬던 것 같다.가짜뉴스, 진실을 가리고 전혀 다른 포장으로 덮어서 건강한 시민들의 눈과 귀를 막는 언론이 넘쳐난다. 주류를 차지하는 언론과 비주류인 언론들, 유투브와 팟캐스트의 1인 미디어들. 이제는 언론과 비언론의 경계가 무엇인지, 묻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 알 수 없게 되었다. 그럴수록 나 대신 나의 취향을 알아서 걸러준다는 포털은 어느 언론권력보다 막강하게 느껴져서 때로는 포털에 올리지 않는
우리는 지금 인공지능과 정보통신시대에 살고 있다. 그런데 눈이 돌아갈 것 같은 최첨단사회에서 아직도 수천 년 전 방식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해녀들이다. 해녀는 산소탱크와 같은 기계장치 없이 바다 속으로 들어가 해산물을 채취하는 여성을 말한다. 그러니까 아직도 기계문명과 동떨어진 작업방식을 이어오고 있다. 왜 세계인들은 이런 해녀에게 열광하는 것일까?해녀의 삶이란 결코 낭만적이지 않았다. 조선시대 진상품중 특히 전복은 인기가 계속 치솟아서 결국 제주 사람들이 감당할 수 없을 지경이 되었다. 원래 전복을 따서 바치는 의무를
오영훈 제주도지사는 말로는 도민의 자기결정권이 중요하다면서도 국토부의 선택에 따른 시나리오 별 대응 전략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 자기결정권이라는 말만 앞에 내세울 뿐 정작 도민 자기결정권을 확보하고 행사하는 방안은 제시하지 않고 있다. 도민 자기결정권이라는 말이 오 지사의 혀끝에서 달랑거리고 있을 뿐이다.오 지사는 지난 2일 새해 시무식에서 "공항 인프라 확충 문제에 있어서는 도민과 충분한 협의를 거친다는 원칙, 도민의 자기결정권을 통한 최종 결정 원칙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고 말했다.자기결정권은 오영훈 지사가 즐겨 쓰는 표현이다
정치인이라면 주요 현안에 대한 결단과 분명한 메시지를 내놓아야 한다. 하지만 오영훈 제주지사에게서는 그런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다. 특히, 제주 지역 최대 현안인 제2공항과 관련해서는 메시지도 의지도 보이지 않는다. 은퇴를 코앞에 두고 시간만 흘러가기를 바라는 무기력하고 노회한 관료의 모습마저 엿보인다.원희룡 전 제주지사와 크게 대비된다. 원 전 지사는 제2공항 관련해 주요 변곡점마다 여러 차례 제주도지사 명의의 공식 입장문 혹은 건의문을 발표해 왔다. 도민 의견을 거스르면서까지 제2공항에 대한 정치적 의사 표명을 분명히 해왔다. 여
강병삼 제주시장은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시내 일방통행로 정비에 나서겠다며 의견을 구했다.행사 참여 인증 사진을 찍으면서 그것을 소통이랍시고 내세우는 다른 도내 정치들에 비한다면야 긍정적인 면이다. SNS를 활용한 소통행보를 보이고 있다. 부정적인 의견이 댓글로 달릴 수 있지만, 정치인으로서 충분히 감내해야 하는 부분이다.강 시장은 골목길의 주차 문제를 꺼내들었다. 법원 뒤편과 하귀 택지지구 블록에 일방통행과 일렬주차를 도입한 뒤 보행로까지 마련되었다면서 일방통행로 정비에 나서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15분도시를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
“도청 광장은 시위 공간이 되어선 안 됩니다. 이건 불법 상황이죠.”취임 초기부터 ‘소통하는 도지사’를 강조한 오영훈 제주특별자치도지사. 오 지사는 ‘적극 소통’을 위해 현재 청사 내 집무실을 정문 쪽으로 옮기는가 하면 서귀포시에도 별도로 집무실을 마련했다. 이러한 행보에 도민사회의 기대도 높아졌다. 취임 후 5개월이 지난 지금 오영훈 지사에게 ‘소통하는 도지사’라는 수식어가 여전히 유효할까. 19일 오영훈 지사는 도청 소통회의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제주 현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오 지사의 소통 행정 현주소를 엿볼 수 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