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마을에 전해 내려오는 신화들, 그 중 먼지에 쌓여 존재감이 희미해진 이야기들을 다시금 햇살 아래로 끌어내고자 하는 마음에서 [꼬닥꼬닥_마을신화]연재를 시작한다. 구술 채록된 제주 마을의 신화 가운데 서사를 갖춘 이야기를 중심으로 동료 연구자들과 토론도 하고 답사도 진행했다. 마을에 전해오는 신화를 공유하고 보전하는 것은 공동체의 정체성을 확보하고 자연의 신성성을 되찾는 작업이 될 것이라 믿는다. 중문이 하로산또가 진궁부인과 부부 연을 맺은 후 딸아이가 태어났다. 딸아이는 천하일색으로 얼굴이 고왔지만 행실이 궂어서 부모 속을 썩
초록이 가장 아름다운 계절 하늘 전체를 위세 떨치는 초록빛 베일 장대같이 내리던 굵은 빗줄기는 힘을 잃어가고 연이어 찾아온 습한 폭염 자연스레 산바람이 있는 계곡의 숲을 찾게 된다.이방인을 반겨주는 새들의 청아한 노랫소리와 물의 화음, 생명을 끌어안은 섬의 물줄기, 계곡의 물은 제주의 기운을 모아 사방으로 흘러 보낸다.햇빛이 잘 들지 않는 어두운 숲 속, 계곡 따라 오르는 길에 젖은 낙엽 위로 노란 입술을 내밀고 유혹하는 하얀 요정 '버어먼초' 나무 그늘 밑 습한 곳에서 잘 자라는 부생식물은 광합성을 하지 못하여 부엽토에서 양분을
문주란은 수선화과의 다년생풀이다. 제주에서는 예반초·개반초·인반초라고도 한다. 뜨거운 여름햇살 아래 하얀꽃을 피우는 문주란은 문씨 성에 '주란'이라는 예쁜 이름을 가진 식물이다. 예전 7080년대 노래하던 유명 가수와도 같은 이름을 가진 제주 야생초다.둥근 원기둥 줄기는 대파줄기 처럼 비늘 줄기로 돼 있다. 다년생 비늘줄기는 오래될수록 어른 팔목굵기정도로 굵어진다. 뿌리는 알뿌리로 되어있고 알뿌리밑으로 양분을 빨아올리는 수염뿌리가 뻗어있다.길고 넓은 이파리는 두껍고 반들거리며 아래로 휘어진다. 줄기의 키높이는 30~50cm인데 비해
요즘 제주도의 주요 사안 중 하나는 ‘행정체제 개편’이다. 행정체제 개편 관련 연구 용역에 따르면, 특별자치도 이전과 같은 기초자치단체의 부활로 가닥을 잡아가는 듯하다. 현 제주도지사의 공약과 인터뷰를 보면, 제주도 행정체제 개편을 통한 기초자치단체의 도입은 풀뿌리 민주주의를 살리고 정치인의 역량을 강화할 것이라고 보는 도지사의 인식을 엿볼 수 있다. 한 예로, 도지사는 한 청년 도의원의 비리를 두고 그 원인이 정치인 성장 시스템의 부재에 있으며 곧 기초자치단체의 부재 때문이라고 얼마 전 언론을 통해 밝힌 바 있다. 여기서 정치인의
제주 마을에 전해 내려오는 신화들, 그 중 먼지에 쌓여 존재감이 희미해진 이야기들을 다시금 햇살 아래로 끌어내고자 하는 마음에서 [꼬닥꼬닥_마을신화]연재를 시작한다. 구술 채록된 제주 마을의 신화 가운데 서사를 갖춘 이야기를 중심으로 동료 연구자들과 토론도 하고 답사도 진행했다. 마을에 전해오는 신화를 공유하고 보전하는 것은 공동체의 정체성을 확보하고 자연의 신성성을 되찾는 작업이 될 것이라 믿는다. 제석천황 승려관음 승려선생 여래화주님은 나주영산 금성산에서 솟아났다. 굴송낙(고깔) 둘러쓰고 장삼자락 휘두르며 한라영산에 유람을 왔다
프롤로그새로 시작하는 잡지의 막내기자를 구하느라 아내를 처음 만났다. 아내를 소개해준 또 다른 후배까지 대동하고 광화문의 김치찌개 식당으로 향했다. 그게 나의 면접이었다. 그때의 아내는 이제 사회에 막 나온 X세대였고, 집단 속에서의 조직이나 위계 따위를 크게 의식하지 않는 부류였다. 요즘으로 치면 MZ세대 사회 초년생이랄까. 샛노랗게 물들인 머리, 바닥을 쓸고 다니느라 밑단이 다 헤진 통 넓은 청바지, 그리고 오버핏 야상 차림. 그나마 짙은 화장이나 타투 같은 게 없어서 덜 무서워 보였다.사는 곳은 경기도고, 노는 곳은 주로 강남
“약과 음식은 근원이 같다.”음식이 몸에 미치는 영향과 문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말이다. 그래서인지 수험생들의 체력증진과 두뇌활동을 돕는 음식, 임신 기간에 따라 임산부와 태아에 좋은 음식, 각종 암환자를 위한 음식 등등, 먹거리의 힘으로 어려움을 이겨내고 특별한 효과를 기대하는 관습이 많다.삼복더위를 이겨내기 위해 우리 조상들은 전통적으로 개장국, 삼계탕, 소고기국 등을 즐겨 먹었다고 전해진다. 단백질 보충원이 부족하던 시절의 복날은, 함께 특별한 음식을 먹으며 으쌰으쌰 서로를 다독이며 뙤약볕 속 노동에 지친 동료와 가족들을 격
지난 10일, 제주도 전체가 예민하고 조심한 날이었다. 제6호 태풍 카눈의 이동 경로에 제주의 동쪽 지역이 직접적인 위치에 있었기 때문이다.미디어를 통해 실시간으로 예보되는 태풍의 경로를 예의주시했다. 혹시라도 발생할지 모르는 피해에 대해 염려와 걱정의 마음이 가득했던 이날. 다행히도 태풍은 제주 바다에 거친 으르렁거림을 살짝만 보여주고 사라졌다.이날 태풍으로 인한 염려와 걱정이 극한에 달했을 사람이 평대에 있었으니, 그 주인공은 뮤지션 태히언님이다.그는 올해 첫 여름 7월 6일부터 8월 17일까지 그 주의 목요일 오후 6시에 평대
안녕하세요. 저는 제주볍씨학교에 2년째 다니고 있는 18살 박은유입니다. 이번 7월에 방학을 보내며 읽은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라는 책은 우리 인간이 어떻게 진화할 수 있었는지, 그 결정적 요인이 친화력이라는 것을 알려줬습니다. 책을 읽고 나니 이제는 우리에게서 떨어질 수 없게 된 미디어가 청소년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인간의 특출난 능력들을 얼마나 무의미하게 만드는지 고민하며 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제 또래 친구들이 이 글을 읽고 미디어가 본질적으로 어떻게 문제가 되는지 경각심을 가지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브라이
밭담이 아름다운 '진드르(넓은 들판)' 곧게 뻗은 도로는 마치 고속도로를 연상케 한다.가을소풍 장소였던 원당봉으로 가는 길은 초등학생에겐 멀고 버거웠지만 빨갛게 익어가는 볼레낭과 멩기낭 앞에서는 힘든 것도 잊은 채 정신없이 따먹던 친구들과의 추억이 있는 곳이다.진드르의 여름 풍경은 사라졌지만 예전의 기억을 더듬으며 원당봉으로 가는 길은 늘 설렌다.원당봉으로 향하는 진입로에는 불탑사 오층석탑, 불탑사(조계종), 원당사(태고종), 문강사(천태종) 굵직한 서로 다른 3곳의 절이 모여 안내를 한다.'애절한 기황후의 역사가 깃든 원당봉이 가
우리 사회는 새로운 것이 나타나면 그것을 규정하고, 기준을 만들어 질서를 구축하려 한다. 질서에 맞지 않을 경우 '비상식적'이라는 말로 거부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규정과 기준, 그리고 질서는 주로 2030 청년들이 아닌 기성세대의 역할이다. 이 또한 우리 사회가 규정한 질서였다. 그렇기에 2030세대는 우리 스스로가 아닌 누군가에 의해 규정되는 것에 거부반응을 나타낸다.비례도의원 후보자, 제주녹색당 운영위원, 평화인권연구소 청소년연구가. 20대 초반의 건웅님은 평범하지 않은 20대의 삶을 사는 중이다. 그를 응원하는 많은 사람들
지난 8월 5일 토요일 저녁 7시 서귀포 칠십리야외공연장에서 스카밴드 사우스카니발의 데뷔 15주년 기념 콘서트가 있었다.사우스카니발이라는 이름은 이젠 제주도민들에게 더 이상 생소하지 않다. 데뷔 15주년 기념 콘서트라는 타이틀로 서귀포의 대형 야외공연장에서 단독 콘서트를 감행했다는 사실만으로도 도민에게 있어 존재감의 의미와 설명을 다한 것이 아니겠나?사우스 카니발은 15년이라는 짧지 않은 연속의 시간을 활동하며 제법 무게감 있고 굵직한 행보를 보여왔다. 일찌감치 제주 인디 씬에서 '스카(ska)'라는 색이 분명한 음악 장르와 제주방
연일 30도가 넘는 폭염이 계속되고 있다. 제주도만 그런 게 아니다. 대한민국 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끓고 있는’ 중이다. 유럽의 경우 지난 7월 온도가 기온관측을 시작한 이래 역대 최고를 기록하였다. 아르헨티나·칠레·페루 등 남미 국가는 한겨울임에도 기온이 30도 넘게 치솟는 무더위가 덮치고 있다.바닷물 온도도 마찬가지로 역대 최고치를 계속 갱신 중이다. 바닷물 온도의 상승으로 바닷물 흐름이 멈춰서서 2025년쯤이면 기후재앙이 닥칠 것이란 경고도 들려온다. 남극의 바다얼음(해빙) 면적도 관측을 시작한 이래로 최소치를 기록하였고
제주 마을에 전해 내려오는 신화들, 그 중 먼지에 쌓여 존재감이 희미해진 이야기들을 다시금 햇살 아래로 끌어내고자 하는 마음에서 [꼬닥꼬닥_마을신화]연재를 시작한다. 구술 채록된 제주 마을의 신화 가운데 서사를 갖춘 이야기를 중심으로 동료 연구자들과 토론도 하고 답사도 진행했다. 마을에 전해오는 신화를 공유하고 보전하는 것은 공동체의 정체성을 확보하고 자연의 신성성을 되찾는 작업이 될 것이라 믿는다. 어느 날부터인가 북촌 마을에 변고가 생기기 시작했다. 밤에는 신불이 타오르고, 낮에는 연불이 피어올라 사방에 연기가 자욱했다. 난데없
수업이 끝나자 마자 소년은 강둑을 향해 달렸다. 숨을 헐떡 거리며 색소폰을 꺼내곤 쉬지 않고 연주한다. 비가 와도 눈이 내려도 뜨거운 태양빛 아래서도 단 하루도 쉬지 않았다. 오늘도 땀범벅이 된 채 소년은 중얼거린다."난 세계 최고의 재즈 연주자가 될거야!" 이시즈카 신이치의 작품 만화 는 평범했던 소년이 재즈에 대한 열망을 안고 프로 연주가로 성장해 나가는 이야기를 담았다.주인공 미야모토 다이는 중학교 시절, 우연히 가게 된 재즈클럽에서 엄청난 에너지의 색소폰 소리에 감동한다. 그 이후
시로미는 제주어와 표준어가 따로 없을정도의 전국민이 같은 이름으로 쓰는 말이다.진달래과의 상록 소교목으로 한라산 해발 1500 고지 이상 아고산대부터 자생하는 고산식물이다. 일교차가 크고 햇볕이 잘 드는 높은 산에서만 자생할수 있다.옛날 옛적, 진나라에 시황제는 군웅할거하던 주변국들을 모두 평정하고 대제국으로서 하늘아래 모든 나라를 통제하게 된다. 제국의 황제밑에는 금은 보화를 잔뜩 챙겨 모은 제 2인자가 있었으니, 그가 바로 서복이다.서복은 간사하면서도 지략이 뛰어난 인물이다. 그는 곧 다음 권력자들에 의해 처단될 위기에 있음을
제주시 최서단인 한경면 중산간에 위치한 '조수리'는 물이 귀해서 마을 사람들이 물통을 파서 식수와 가축이 먹는 물을 마련해서 붙여진 이름이다.지금도 마을 곳곳에는 예전에 파 놓았던 물통들이 남아 있는 것을 볼 수 있다.일주도로와 중산간 마을을 연결하는 교통의 중심지에 위치하고 예로부터 손님들을 접대하던 송이동산인 '빈천당'이 있는 마을이기도 하다.교육열이 높아 학식 높은 분들도 많았고, 젊은 학자들도 많이 배출된 문촌이기도 하다.조수1리는 2013년 베스트특성화마을로 선정되었다.제주올레가 새롭게 지은 이름 '뒷동산 아리랑길' 저지수
장마가 끝났다. 이제야 말로 진정한 2023년의 여름인 것이다. 해가 바뀔 때마다 맞이하는 여름 계절이지만 여름은 어떻게 된 것인지 해마다 폭염이라는 심술을 한층 더 업그레이드하여 나타난다. 올해는 또 얼마나 더울 것이고 또 습할까?개인적으로 나는 여름을 좋아하지 않는다. 여름이 호흡하는 덥고 후끈한 공기가 싫다. 아니면 배 나온 중년의 몸뚱이는 반팔 셔츠로 좀처럼 가려지지 않는다는 서글픈 현실에서 도피하고 싶어서일지도. SNS를 통해 새연교 콘서트 소식을 접했다. 피하고 싶은 여름 계절의 심술이 싫어 방문 걸어 잠그고 에어컨 바람
제주 마을에 전해 내려오는 신화들, 그 중 먼지에 쌓여 존재감이 희미해진 이야기들을 다시금 햇살 아래로 끌어내고자 하는 마음에서 [꼬닥꼬닥_마을신화]연재를 시작한다. 구술 채록된 제주 마을의 신화 가운데 서사를 갖춘 이야기를 중심으로 동료 연구자들과 토론도 하고 답사도 진행했다. 마을에 전해오는 신화를 공유하고 보전하는 것은 공동체의 정체성을 확보하고 자연의 신성성을 되찾는 작업이 될 것이라 믿는다. 아주 오랜 옛날, 가시리의 한 여자아이가 오름 너머 한라산 골짜기로 홀연히 사라졌다. 당남우영할망당에 전해오는 신화를 읽으며 소녀의
'장마'라는 개념이 사라질 수 있다고 한다. 전통적인 장마의 특징과 형성이 깨지고 여름 내내 잦은 집중호우가 발생됨에 따라 한국형 '우기'라는 개념의 도입을 검토하는 듯하다. 앞으로의 여름엔 수백 년 한국의 여름 기후를 상징해왔던 '장마'보다는 호우나 우기 같은 개념이 보편적으로 사용될지도 모른다고 한다.시간이 흘러 새로운 세대에게 '장마'란 경험을 통해 취득한 단어가 아니게 될지도 모른다. 학창 시절 교과서에 나왔던 '윤흥길'의 소설 나 가수 정인의 가 이름 지어진 배경도 낯설게 받아들일 것이다.요즘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