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처음 제주학사에 오고 인생에서 할 인사는 거의 다 하던 때가 있었다. 바로 처음으로 한라산을 등반할 때였다. 한라산을 처음으로 올라갔기에 정상에 올라가면 어떤 경치가 펼쳐져 있을지, 또 얼마나 힘들지 걱정과 기대를 동시에 가지고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래서 처음에는 정상에 도착하는 것에만 초점을 두고 있었는데 가면서 뜻밖의 것을 얻게 되었다. ‘안녕하세요, 힘내세요’와 같은 인사가 다른 사람들에게 큰 힘이 된다는 것이다. 올라가며 마주치는 분들마다 “안녕하세요!” 하며 올라가고 그분들은 “힘내세요! 거의 다 올라왔어요!” 같은
요즘 시대에 사람들은 요리를 하나요? 대부분 그렇지 않습니다. 주로 밖에서 사 먹거나 배달 음식을 시켜 먹습니다. 어느샌가부터는 밀키트가 나와 정말 간편하게 음식을 먹을 수 있게 됐습니다. 모두 바쁘다는 이유로 이것들을 사용하고 요리할 시간에 개인 여가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됐죠.하지만 이런 생활에선 중요한 몇 가지 잃는다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먼저 자기 삶의 주체성입니다. 앞에서 말했던 것처럼 이런 간편식품만 사용하며 지낸다면 결국 음식을 만드는 기업, 사람들에게 의지하며 자기 삶의 주체성을 잃게 됩니다. 다음은 요리로 인한 뿌듯함
지난해 3월 초, 육지에서 다니던 볍씨학교 본교를 졸업하고 제주도에 있는 학사로 내려왔다. 제주도라는 낯선 환경과 활동, 밭일, 달리기 등 모든 것이 처음엔 어색하고 힘들었다. 그중에서 가장 특별했던 하나가 있다. 바로 ‘템페 사업’이다. 템페란 콩을 발효시킨 인도네시아의 전통 식품이다. 식물성임에도 불구하고, 단백질 함유량이 많아 최근에는 비건인들 사이에서 뜨고 있는 음식이다. 선배들은 그 템페를 가지고서 현재 심각해지고 있는 기후위기, 공장식 축산 문제에 직접적인 ‘환경 운동과 실천’이라는 비전을 가지고서 템페 사업을 하고 있었
10월 2일부터 3일까지 100km를 걸었다. 학사 식구들은 단합을 위해 24시간 안에 걷는 것을 제안했다. 처음에는 좋은 기대가 가득했다. 내가 상상한 이미지는 새벽에 기분 좋게 해안도로를 걷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멋있게 그 길고 긴 길을 완주한 후 다 같이 기뻐하는 상상. 너무 뿌듯할 것 같았다. 그래서 적극 찬성했다.기다리던 행진 당일이 됐다. 다같이 힘차게 노래 부르며 성큼성큼 걸어 나갔다. 하지만 100km는 쉽지 않은 거리였다. 다리는 점점 아파 오고 졸음이 찾아왔다. 그래서 자정 이후부터 해뜨기 전까지는 졸면서 걷는 '
안녕하세요. 저는 제주볍씨학교에 2년째 다니고 있는 18살 박은유입니다. 이번 7월에 방학을 보내며 읽은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라는 책은 우리 인간이 어떻게 진화할 수 있었는지, 그 결정적 요인이 친화력이라는 것을 알려줬습니다. 책을 읽고 나니 이제는 우리에게서 떨어질 수 없게 된 미디어가 청소년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인간의 특출난 능력들을 얼마나 무의미하게 만드는지 고민하며 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제 또래 친구들이 이 글을 읽고 미디어가 본질적으로 어떻게 문제가 되는지 경각심을 가지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브라이
볍씨학교 제주학사에서는 ‘가족사’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그 프로그램은 부모를 자신의 부모님으로 보는 것이 아닌 독립된 한 사람으로 보며 그 사람의 인생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시간이다. 가족사프로그램을 하게 되면 지금까지 같이 살아왔던 부모의 성격이나 행동을 이해할 수 있게 되고 이해함으로써 자기 자신도 돌아볼 수 있다.이번 년도 역시 가족사프로그램을 진행했다. 먼저 부모님들께 궁금했던 것들을 질문으로 뽑아서 정리했다. 자신의 터닝포인트, 학창시절이야기, 직업등 살면서 물어보고 싶었던 것들 또 궁금했던 것들을 정리해서 각 부모님들
안녕하세요. 저는 볍씨학교에 다니는 제주학사 1년차 16살 배재우입니다. 이번에 제주학사에서 제주 투데이 글을 처음으로 써보는데, 올해 8월, 저희가 생명평화 자전거 대행진을 갔다 오게 되어서 대행진에 관한 글을 써보려고 합니다.처음에 ‘생명평화 자전거 대행진’에 관한 얘기를 들었을 때, 마냥 좋았다. 자전거 타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육지에서 자전거를 많이 타고 다녔는데, 제주학사에 온 뒤부터는 거의 타지 못했다. 타는 감각을 잃어버린 건 아닐까 우려가 됐다. 내 머릿속은 온통 자전거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차서, 본래 취지인 ‘
제주학사의 아침 일정 중에는 인생이란 무엇인가라는 책을 읽는 시간이 있다. 몸과 마음을 깨우는 시간 중 마음을 깨우는 활동이다. 책에는 세계의 여러 철학자들의 말과 예수님의 가르침 등 깨달음을 얻게 하는 글귀들이 단락으로 적혀있다. 챕터는 365일로 나뉘어져서 하루에 한번 그 날짜에 맞는 글귀들을 읽는다. 6월3일인 오늘도 역시 6월3일 챕터를 펼쳐 읽어보았다.첫 단락에서 나온 말은 이것이다.“그들이 그것을 알고 있든 모르고 있든 모든 존재는 때어놓을 수 없이 서로 굳게 맺어져있다.”이 말은 우리 모두는 자기만 살아서 되는 존재가
얼마 전 처음 가본 제주 돌문화공원은 다른 평범한 공원들과는 분위기부터 달랐다. 늠름한 오백장군상들, 웅장한 방사탑들, 수많은 돌하르방들이 풍기는 신성한 기운이 나를 경건하게 만들었다.설문대 할망과 오백장군 신화를 표현한 예술적인 돌들, 연못들, 초가집들이 제주의 돌문화를 완벽하게 표현해주었다. 정말 잘 만든 공원이라 생각하며 걷고 있는데 공원의 분위기를 깨는 뜬금없는 것들이 눈에 띄었다.저 멀리 보이는 빨간 하트 포토존은 공원의 분위기를 깨는 것으로 모자라 눈에 너무 잘 띄었다. 돌한마을 가는 길에 있는 웃는 얼굴 항아리도 분위기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은 한 번씩을 자신에게 던지는 질문인듯하다.나는 이 세상에 왜 태어났고 무엇을 위해서 사는가. 이 질문은 사는 것이 너무 힘들어서 자신에게 묻기도 하고, 그냥 궁금해서 자신에게 답을 찾으려고 하기도 한다. 하지만 주로 답을 찾지 못하고 끝난다.나도 그 질문을 나에게 여러번 던져보았다. 하지만 역시 찾지 못했다.내가 답을 찾으려고 했던 이유는 사는 것이 너무 힘들고 우울했기 때문이었다. 나는 어릴 때 반려동물을 떠나보냈고 그 이유를 내 탓으로 돌려 속상해하고 자책했다.또 내가 잘 해내지 못하는 것과 한번에 잘
올해는 세월호 8주기이다.우리는 '세월호를 노랑노랑해 위드청소년'이라는 세월호 8주기 행사에 참여했다. 이 기회가 없었더라면 그냥 넘어갔을 수도 있었지만, 이 행사를 참여하며 우리는 세월호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나에게 세월호는 초등학교 2학년 때 일어났던 사고에 불과했다. 그 당시에는 그 일이 어떤 일인지도 모르고 그 사고의 심각성을 인지 하지 못했다. 시간이 흐르고 학교에서 세월호 공부를 하고, 행사에 참여하며 세월호에 대해 더 알게 되었다. 그렇다고 해도 이 사건은 나에게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다고 생각했기에
안녕하세요! 제주투데이 [볍씨살이 들어봅써] 구독자 여러분! 볍씨학교입니다. 벌써 새해가 밝았습니다. 저희도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시작하기 전에 휴식시간을 가지게 되는데요. 그래서 잠시 연재 하던 글을 멈추고 쉬어 가기로 하였습니다. 그래서 글을 마무리 하고자 또 새로운 시작을 기약하면서 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우리는 지금껏 해온 활동들 속에서 많은 성장과 배움들을 얻어갔다. 모든 상황에서 오는 갈등과 격정 속에서 각각의 성장을 가져왔다. 심지어는 졸업식을 준비하면서도 그런 배움의 과정들이 있었다.우리는 지난 15일 제주에서
나의 올 한해 가장 큰 성장과제는 끈기였다. 육지에서는 잘 드러나지 않았지만 제주에서 생활하며 드러나게 됐다. 나의 끈기부족이 가장 잘 드러났었던 부분은 달리기다. 달리기는 힘듦을 참아야 해서다.우리는 매일 아침 2.7㎞ 거리의 동백동산을 달린다. 볍씨학교 제주학사에서 달리기를 하는 이유는 아침을 활기차게 열고 또 자신의 한계를 이겨내기 위해서다. 그렇기 때문에 걸으면 안 되는 것이 규칙이다.달리기는 6시40분에 출발한다. 각자 자신의 목표가 있고 그 기록 안에 들어오기 위해 열심히 달린다. 목표보다 늦게 달리거나 출발시간에 지각하
나는 제주에서 2년을 지내면서 책을 많이 읽었다. 1년 차를 지내면서 '녹색평론' 선집, '진화와 혁명', '총·균·쇠'를 읽었다. 우리는 그저 책만 읽는 것이 아니라 책을 같이 소리 내서 읽은 뒤, 한 장을 가지고 5줄로 요약하고 새로운 생각을 하면서 궁금한 것이나 새로운 아이디어 등을 문제의식으로 질문을 뽑아서 다같이 나누고 토론한다.나는 책을 싫어했다. 소설책은 좋아하지만, 과학 역사 등 우리가 생각해야 하는 것은 싫어한다. 작년에도 여러 책을 읽고 요약과 문제의식을 했지만 나는 책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았다. 항상 지루하다고
현재 기후위기 환경파괴는 사회의 큰 이슈다. 제주에도 점점 더 많은 난개발이 일어나고 있고 우리가 사는 선흘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우리가 매일 아침 달리기를 하며 만나는 동백동산이 제주 자연체험파크라는 사업으로 일부 파괴될 위기에 놓여있다. 그렇게 된다면 야생의 노루, 개구리들이 살아갈 터전이 줄어든다. 가끔 동백동산을 산책하다 보면 만나는 노루를 보며 신기함을 느끼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노루들이 살아갈 터전이 없어진다니 나와 더 가까이 연결된 문제라고 느껴졌다.그래서 이 자연체험파크를 반대하는 입장을 내세우기 위해 지난 15일
내가 올해 제일 큰 책임을 맡고 있는 것은 오두막 짓기이다. 사실 작년에 오두막을 지을 때 내가 뒤로 빠져 있다는 코멘트를 받아서 오두막 책임자를 하기로 했었다. 하지만 별다를 것 없이 책임자라는 것을 모를 정도로 일을 했다. 올해 그때 생각이 났고 또 내가 하나를 맡아서 책임을 지겠다고 다짐을 하게 되면서 솔직히 내가 할 수 있을까? 라는 부담감에 망설이기도 했지만, 오두막 반장을 하게 되었다.반장은 제원이 오빠와 함께 했다. 초반에는 오빠가 아는 것도 많고 내가 배워야 할 것들이 많다고 생각을 해 한 발자국 물러나 있었다. 그때
나는 제주 1년 차를 마무리하고 내년 제주 학사 2년 차를 선택하게 되었다. 대부분의 친구들은 2년 차를 결정하는 데 있어서 오랜 고민과 시간이 필요하지만 나는 오래 고민하지 않았다. 나에게는 제주에서 해야 할 일, 하고 싶은 일이 있기 때문이다. 바로 템페 사업이다.템페란 인도네시아 전통 콩 발효 식품으로 세계 3대 발효식품이다. 우리는 협동조합을 만들어 제주에서 템페라는 식품을 판매할 것이다. 처음 언니들이 사업을 한다고 들었을 때는 그저 언니들이 대단하다고만 생각했었다. 처음에는 그 이상으로는 생각하지 못했다. 언니들이 이 사
어린 시절 내 기억 속에서 잊혀지지 않는 형들이 있다.초등학교 6학년 여름에서 가을로 접어들 때였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학교를 마치고 친구들과 운동장에서 놀고 있을 때 그 형들이 운동장으로 들어왔다. 야구를 하던 낯선 세 명의 형들에 대해서는 지금까지도 아는 것이 없다. 이름도 나이도 모르지만 그때 당시 교복과 덩치를 떠올려보면 옆 고등학교 형들이었을 것이다. 형들 모두 즐겁게 야구를 하고 있었는데 그 중 한 명은 다리를 절었다. 그때 당시 우리학교 안에는 중고등학생 형들을 무서워하는 분위기가 있었기에 나와 친구들은 선뜻 다가가지
우리 받침반은 16일부터 18일까지 진행된 여수YMCA 아기스포츠단 친구들의 졸업여행 캠프를 기획하고 진행했다. 이 캠프를 진행했던 목적은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 친구들과 재미있게 놀 수 있도록 해주고 볍씨 언니 볍씨학교에서는 성별 관계없이 연령자의 호칭을 언니로 통일 들의 삶을 배워보자는 의미에서 진행했다.이번 프로그램에는 전체 컨셉이 있었다. 도깨비가 등장해 돌하르방이 쓰고 있던 모자를 빼앗아가게 되는데 그 모자는 제주도와 연결돼 있어 그 모자를 찾지 못하면 제주도가 바다 밑으로 가라앉는다는 것이었다. 그러니 여수에서
지난 3월, 제주에 와서 개인여행 이야기를 하던 게 생각난다. 4박 5일 동안 오롯이 혼자 떠나는 개인여행에 대해 엄청 궁금했던 나와 많은 친구들은 선생님과 선배들에게 이것저것 물어보았다. 나는 개인여행을 가면 정말 집은 구할 수 있긴 한 건지, 밥은 먹을 수 있는 건지, 길을 모를 땐 어떻게 해야하는지 등 여러가지가 걱정되었다. 그래도 처음으로 혼자서 여행을 간다는 게 기대되기도 하고, 궁금한 것도 많았다. 하지만 그때는 3월이었고, ‘지금도 너무 힘든데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지?, 1학기가 끝나기는 할까?’ 이런 생각들이 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