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은 내인생의 적이다 △부모를 모시라고 하면 ‘못해’라고 말해버리자 △미운 사람은 대놓고 미워한다 △나이를 벼슬이나 무기로 삼지 않는다 △이제는 평수를 늘릴때가 아니다 △나 없이도 세상은 잘 돌아간다 △뭐니뭐니해도 마누라 밖에 없다.

지천명(知天命)의 50대 12명이 ‘50대 인생헌장’을 만들었다.

대충 앞에 열거한 것들인데 ‘이제부터 인생은 내가 디자인한다.’는 발상이 신선하다.
환경단체 풀꽃 평화연구소의 ‘빠왕독서회’멤버들이 독서회 게시판에 하나.둘 올린 글로 엮은게 ‘50대 독립선언문’이다.

최근 이 선언을 주도한 ‘빠왕독서회’ 빠짱인 권용철씨(50.강북삼성병원 건진지원팀장)가 신문.인터넷과 인터뷰를 했다.

“속된 말로 하면 ‘꼴리는 대로 한번 살아 보자는 거지요. 자기 감정에 충실해지자는 겁니다. 슬픈 영화를 보면 당연히 울어야 하는데 눈물을 감추려고 애쓰고 주위 눈치보고 그러지 말자는 겁니다”

아파트 평수 늘리는 것을 목표로 살았는데 이제는 그러지 말고 마음의 평수를 늘리며 살자는 다짐이라는 설명이다.

‘우리는 민족 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땅에 태어나야 했던 국민교육헌장 세대’라고 스스로를 표현한 그는 ‘우리세대는 낀 세대’라고 말한다.

전쟁 직후 태어나 4.19, 5.16과 군사정권시대를 거쳐 자랐고 근대화 시대를 따라가면서 개성이나 특기보다는 충성과 효도교육을 받고 자란 세대라는 것. 지천명의 나이에 이제 더 이상은 ‘3등 열차를 타지 말자’는 다짐을 하면서, ‘아버지도 1등은 아니었다’고 털어 놓는다.

“8만원을 투자해 속눈썹 연장시술을 받고 나니 기분이 거짓말처럼 좋아졌다”고 고백하는 이들은 “왜 젊은 그들은 예뼈져야 하고 우리는 자연스럽게 늙어야 하냐”며 ‘남몰래 성형 수술을 하자’고 한다.

사람들이 젊어진 것 같다고들 하면 시침 뚝떼고 “어머, 로션하나 바꿨을 뿐인데”라고 미소 짓자는 것이다.

청년기는 독재에 짓눌려 우울했기에 보상이라도 받으려고 1987년 넥타이를 맨채 거리로 나가기도 했지만 이후 386에 밀려 빛을 보지 못했다.

475세대임을 자칭하는 이들은 ‘네티즌 덕에 권력이라도 잡은 386 어쩌구 하는 세대와는 달리 훈장과도 거리가 먼 세대. ‘자식이 내인생이 적’이라는 선언은 ‘품안에 있을때만 자식’이라는 어른들의 말을 늙어가면서 터득했기에 ‘우리는 이미 자식들로 인해 충분히 행복했고, 불행했다’며 자식들로부터 자유 선언을 하고 있다.

이젠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적은 세대임을 누구보다 잘아는 이들은 ‘웰빙(well-being)’못지않게 ‘웰 다잉(well-dying)’을 고민해야 한다 며 ‘장수만을 목적으로 삼는 지나친 집착’도 경계한다.

그러나 이헌장의 마지막 50번째 항목은 이들의 한계를 읽게한다. “인생이 50 헌장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을 명심한다”는 것이다.

이 헌장을 주도한 권씨도 노모를 모시고 있고 가끔씩 나이를 벼슬처럼 내세우기도 한다는 것이다.

이 헌장은 금과옥조가 아니고 바꾸어 말하면 ‘나이들어도 기죽지 말고 살자’는 다짐쯤에 해당된다.

50 헌장의 하나인 ‘죽을때까지 책을 읽자’는 것처럼 자신들에게 강조하는 스스로의 다짐이다.

반면 ‘더 이상 쉰세대가 아니다’는 선언문(?)이기에 10-40대들에게 던지는 메시지도 함께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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