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의미있는 날은 오늘뿐이다. 수십년 많은 세월을 살아가긴 하겠지만, 우리가 살 수 있는 날은 오늘뿐이다. 오늘이라는 하루하루가 모여 우리의 삶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과연 우리는 오늘을 살고 있는지. 이미 지나가 버린 ‘어제’와 아직 오지 않은 ‘내일’에 지나치게 집착하고 있지는 않은지.
어제가 아무리 고통스럽고 후회된다 하더라도 그것은 가버린 시간이다. 가버렸기에 어제는 의미 없는 날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오늘의 많은 부분을 이 어제에 얽매인다. ‘이렇게 했다면, 저렇게 했다면 …’ 하는 헛된 가정으로 쓸데없이 시간을 보내기도 하고, 혹은 자신이 행한 좋지 않은 일을 들추어내어 마음을 헐뜯으면서 후회하고 괴로워한다.

내일이 아무리 찬란하고 영광스럽다 하더라도 그것은 오지 않은 시간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오늘을 가리거나 회피할 목적으로 내일에 지나치게 매달린다. 내일만을 생각하는 것은 실제가 아니기에 허상의 삶을 살아가는 것이다. 내일은 그것이 오늘이 될 때에만이 의미를 갖는 것이다.

분명한 것은 어제와 내일이 생각 속에만 존재하는, 있지않은 시간개념이라는 것이다. 그것은 실제 우리가 살 수 있는 날들이 아니다. 우리가 살 수 있는, 그래서 의미를 갖는 날은 바로 오늘 하루인 것이다.

우리의 삶을 우리 스스로 살아가는 것으로 하려면, 이 세상에 온 이 삶이 나름대로 의의를 가지려고 하면, 그래서 비로소 그 소중한 ‘인간’으로서 제대로 서려고 한다면, 우리는 오늘 이 하루를 주목하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다.

오늘 하루를 주시하라. 이제는 어제의 괴로움과 내일의 망상을 과감하게 떨치고 오늘 하루, 그 하루로 일어나라. 우리에게 오직 의미있는 하루, 그 오늘을 도피하지 말고 용기있게 마주하라.

오늘만이 의미있음은 개인뿐만 아니라 사회로서도 마찬가지다. 사회가 직시하고 직면해야 하는 시간개념도 바로 오늘인 것이다. 그러기에 사회문제를 다루는 정책 또한 오늘의 문제에 우선권을 부여해야 한다. 정책은 사회적 대응이고 사회란 우리 개개인이 모인 곳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의 지역정책이 우리 사회의 오늘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어제와 내일에 지나치게 경도되어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국제금융지역이다 자유무역지역이다 하는 국제자유도시 정책들이 그렇고 무슨 무슨 최첨단 산업단지들이 그러하다. 지역정책이 온통 고단한 주민들의 오늘 생활고를 외면한 채 찬란한 환상의 내일만을 그려내려 하고 있다.

물론 내일의 비전을 만들고 그것을 준비하는 것은 오늘 할 일이다. 아무리 그렇다 하더라도 그것은 오늘 우리가 겪고 있는 이 삶의 어려움을 먼저 해결하고 난 뒤의 일이다. 오늘의 어려움을 고려하지 않고 어제의 구실과 내일의 환상만을 좇는 정책은, 극단적으로 말하면 사기극이다. 그것은 우리의 삶 자체가 어제와 내일이 아니라 오늘 하루에 달려있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감히 바라건대 지역정책은 지역이 처한 바로 그 오늘, 그 지역에 터잡아 살고 있는 바로 그 인간들이 마주하는 현실(생존)의 문제로 돌아오라. 이제는 더 이상 지나간 과거의 구실들만 나열하고 집착하지 말며, 내일의 장밋빛 환상만을 말하지 말라.

부디 있는 그대로의 오늘을 주시하라.

(송재호님은 현재 제주대학교 관광개발학과 교수로 재직중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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