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립의 잡기노트] <186> = 6월11일 2010 남아공월드컵이 막을 올린다. 동시에 빨간 응원복이 한동안 세상을 빨갛게 물들인다. 이북의 빨간색도 더 짙어진다. 매를 맞고도 선물을 내놓은 만만한 ‘기빙 트리’ 대한민국이 예전같지 않기 때문이다.

이처럼 애매한 시점에 축구와 북을 한 데 묶은 새 영화 ‘꿈은 이루어진다’(감독 계윤식)가 27일 개봉한다. 휴전선 어느 감시초소의 국군과 인민군이 2002년 월드컵을 계기로 그들만의 ‘작은 통일’을 이룬다는 이야기다.

온통 남자들 뿐인 이 영화에서 눈길을 붙드는 미녀가 있다. 북의 군인 역을 맡은 최지현(32)이다. 정면 클로즈업에 이어 뒤돌아서는 그녀의 옆모습을 카메라가 작심하고 잡아냈다. 순간의 임팩트와 카리스마가 관객을 강타한다.

최지현은 새빨갛다. 빨갱이 군대의 경무(헌병)답게 빨간 별도 선명한 군복차림이다. 극중에서만 빨간 것이 아니다. 시사회 현장에 출현한 최지현의 발렌티노 원피스도 빨갰다. 가장 따뜻한 색이 빨강이다. 생명과 활력, 열정의 심벌이다. 외향·사교적인 사람이 좋아할 수밖에 없다. 용감하고 역동적인 이미지를 선보이고 싶을 때도 주효하다. 전쟁 신 마르스의 별인 화성의 고유색이기도 하다. 그거나 저거나, 메치나 엎어치나 빨강 최지현은 매일반이다.

상투적이지만 최지현은 팔색조다. 무표정과 웃는 얼굴이 판이하다. 평소에는 범접이 어려울 지경으로 도도하다. 유쾌해지면, 요염하게 변한다. 배우에게는 매우 유리한 면면이다.

강한 눈빛과 좋은 이마 그리고 낮은 목소리를 종합하면 역사 드라마 속의 여인이 떠오른다. 174㎝ 52㎏이라는 하드웨어로 시선을 돌리면 액션스타가 감지된다. 본인은 아니라고 하지만, 홍콩스타 양쯔충(48·미셸 여), 린칭샤(브리지트 린·56) 분위기를 상당부분 풍긴다. 영화사상 최고의 액션 헤로인으로 통하는 양쯔충은 1983 미스말레이시아 1위다.

최지현도 미스코리아 출신이다. 98년에 미스코리아 진으로 2차례 뽑혔다. 당시 대회를 생방송한 MBC TV의 전산집계 오류 덕 혹은 탓이다. 전국적인 스포트라이트를 두 번이나 받고, 이듬해 트리니다드토바고에서 열린 미스유니버스 선발대회에도 참가한 최지현은 정해진 절차처럼 스타덤을 향했다. MBC ‘특종 오늘의 토픽’, SBS ‘도전 100곡’ ‘밀레니엄 특급’ 등의 MC로 자리를 잡아갔다.

그러나, 어린 아마추어였다. 연예인이라는 직업이 도무지 절실하지가 않았다. 최지현은 그렇게 스르르 연예계에서 사라졌다.

이후의 세월은 우여곡절이다. 지난해부터는 늦깎이 대학생이다. 고등학교에서 미술을 익히고 캐나다 밴쿠버의 대학에서 호텔경영학을 배운 최지현은 중앙대에서 연극을 전공하고 있다.

재데뷔한 셈인 최지현은 제반 상황을 긍정한다. 자기 또래 여배우들이 대개 이미지가 고정됐다는 점을 특기한다. 뜯는 곳만 일부 열고, 내용물에는 아직 손도 안 댄 상태라는 자가진단이다. 보여줄 것, 드러내고 싶은 것들이 첩첩이다.

당장은 ‘꿈은 이루어진다’로 집중한다. “휴머니즘이나 감동을 바란다면 아주 재미있는 영화다. 코미디를 기대한다면 재미가 없을 것이다.”/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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