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출판계에 ‘아픈 아이들의 세대’(뿌리와 이파리, 256쪽, 1만2000원)란 책이 화제다. 저자는 경제학 박사이자 초록정치연대 정책실장인 우석훈씨다. 미세먼지 PM10((Particulate Matter 10)에 덮인 한국의 미러라는 부제가 달린 이 책은, 결론부터 얘기하면 환경오염, 그 중에서도 미세먼지 오염 문제의 심각성을 부추기는 건설업 중심주의와 ‘한국형 뉴딜’을 비판하며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

그는 ‘이미 유럽 권고기준의 두 배를 넘어선 서울의 미세먼지 지수를 보면 서울은 이미 '재난지역' 혹은 '긴급대피지역'“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PM10은 10㎛ 미만의 미세한 먼지입자들을 가리킨다.

더욱이 더 큰 문제는 서울 탈출이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점이다. 그는 전국 곳곳에서 일어나는 아파트 짓기 열풍, 골프장 건설 붐은 ‘전국의 서울화’를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뉴달 정책이 어떤 정책인가?

적극적인 재정확대 정책, 다시 말해 시장에 돈을 많이 풀어 구매력을 증가시킴으로써 경제연착륙을 도모하는 정책이다. 미국의 루즈벨트 대통령은 총수요에 중점을 둔 케인즈 이론에서 파생된 뉴딜정책을 통해 대규모 토목사업-건축, 토목, 교량 등등 을 벌이고 노동자와 빈민의 복지정책(의료보험, 연금, 산재보험)을 실시했다.

그만큼 이 정책은 효과가 즉각적이고 효율적이다.

그러나 일시적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각종 공사가 마무리되면 대량 실직상황이 발생할 수 밖에 없다. 또 빌린 돈에 대한 만기일이 도래하면 필수 지출을 하지 못한다. 미국을 대공황의 위기에서 구한 것은 오히려 2차 세계대전으로 봐야 한다.

게다가 외국의 언론들도 "한국은 지금 제조업이 아닌 건설족들이 장악하고 있다"라고 비판하고 있듯 제조업과 건설업의 GDP 구성비를 더욱 왜곡시킬 수 있다.

제주도 예외는 아니다. 건설 경기를 통한 경제 성장을 주창하고 있다. 골프장을 짓고 우회도로를 개설하고 하천을 복개하거나 직선화하고 있다. 미분양 공공주택이 남아도는 데도, 도심 공동화현상이 심각한데도 대단위 택지개발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경기부양을 위한 공공공사 조기발주’가 아주 공식화됐다.

자연경관과 도시미관의 훼손은 우리 모두의 문제다.

지난해 12월 녹색연구소 회원들과 천미천 일원을 둘러본 적이 있다. 그게 하천인가? 마치 거대한 인공수로를 보는 것 같았다. 한천 직강화와 콘크리트 제방설치 …. 단순히 물의 이동통로 구실밖에 할 수 없는 하천이 천미천이다.

이뿐인가? 제주지방국토관리청은 주민들이 반대를 하는 데도 신촌-함덕 신설 우회도로를 개설하려 한다. 주민들은 “조천 우회도로가 신설되면 침수피해, 생태계파괴, 지하수 오염 등 피해가 클 것”이라며 “우회도로가 신설되도 ‘단 2분 단축효과’를 거둘 뿐 사회기반시설로 기능하기보다는 생태계 파괴 등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자연 속에 직선은 없다. 직선은 곡선을 이길 수 없다. 특히 하천이나 해안의 경우 더욱 그렇다.

최근 모 언론에 제주판 ‘쓰나미’라며 지난 설 연휴 때 한림읍 옹포리지역의 해일현상을 소개한 바 있다. 지진에 의한 것이 아니라며 공유수립 매립에 따른 월파현상은 아닐까? 구부러진 해안을 매립해 조류의 흐름을 인위적으로 막아 버렸으니 자연이 화가 날만 하다.

필자는 어렸을 때 제주시 서문통에서 살았다. 그곳에는 지금은 복개된 병문천이 있고 배고픈 다리가 있었다. 다리 한복판이 갑자기 꺼진 듯 오목하게 들어갔고, 다리 밑도 옴팍하게 파여 흡사 배곯는 사람 홀쭉한 배처럼 들어갔다고 해서 붙인 이름이다.

그리고 여름이면 탑동과 ‘버렝이깍’이며 ‘용수’에서 헤엄을 치던 기억이 새롭다. 그러나 이제는 개발시대에 묻혀 흔적도 없이 쓸어져 간 추억일 뿐이다.

지금 눈앞에 펼쳐진 제주시는 한심할 정도로 무미건조하고 들쭉날쭉한 거대한 콘크리트 숲으로 변모하고 있다. 제주 관덕정과 목관아 앞 12층 아파트를 본다. 흉물스럽다.

그동안 우리는 물이 오염되고 숲이 잘려지고 흙은 콘크리트로 뒤덮여도 돈이 되기만 하면 그 것이 정상적인 삶인 것처럼 알고 살아왔다. 또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가려고 한다.

후손들은 그래서 억울하다. 콘크리트 숲이나 물려줄 것인가? 산지천을 복원하듯 탑동을, 천미천을, 제주의 곶자왈지대를 되돌릴 수 있을까?

한 평의 녹지를 만드는 데 100년이 걸린다면 한 평의 녹지를 훼손하는 데 하루도 안 걸린다.

거듭 말하지만 자연이야말로 우리의 희망이다. 이 다음에 후손들에게 무지에서 오는 욕은 먹지 말아야 할 게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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