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3사건 관련 첫 공식 사과하는 노무현 대통령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31일 제주 4.3사건과 관련해 "국정을 책임지고 있는 대통령으로서 과거 국가권력의 잘못에 대해 유족과 도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정부차원의 첫 사과를 공식 표명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오후 12시께 라마다프라자호텔 제주에서 열린 '제주도민과의 대화'에서 먼저 "4.3사건에 대해 지난 봄 정부의 공식 입장을 표명하려 했으나 4.3 진상조사위원회 조사가 미처 마무리가 안돼 하지 못했다"며 "내년 4.3 기념식때 입장을 발표할 생각했으나 제주도민의 마음도 급하고 그때는 총선이 임박한 시점이어서 적절치 않은 듯 싶어서 오늘 4.3에 대한 정부의 입장을 공식으로 표명하겠다"며 사과 지연에 대해 도민들의 이해를 구했다.

대통령은 이어 "제주도민들은 국제적인 냉전과 민족 분단이 몰고 온 역사의 수레바퀴 밑에서 엄청난 인명피해와 재산손실을 입었다"며 4.3 관련 사과에 대한 의미를 명백히 했다.

이어 대통령은 "정부는 4.3평화공원 조성,신속한 명예회복 등 제주4.3사건진상규명위원회(4.3중앙위원회)의 건의사항이 조속히 이뤄질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며 "무고하게 희생된 영령들을 추모하며 삼가 명복을 빈다"고 말했다.

대통령은 또 "과거 사건의 진상을 밝히고 억울한 희생자의 명예를  회복시키는 일은 비단 희생자와 유족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며 "이는 대한민국 건국에 기여한 분들의 충정을 소중히 여기는 동시에 역사의 진실을 밝혀 지난날 과오를  반성하고 진정한 화해를 이룩, 더욱 밝은 미래를 기약하자는 데 그 뜻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통령은 "우리는 4.3사건의 소중한 교훈을 더욱 승화시킴으로써 평화와 인권이라는 인류 보편가치를 확산시켜야 할 것"이라며 "폐허를 딛고 맨손으로 이처럼 아름다운 평화의 섬을 재건해낸 도민들께 진심으로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이어 "화해와 협력으로 이땅에서 모든 대립과 분열을 종식시키고 한반도의 평화, 나아가 동북아의 세계평화의 길을 열어야 한다"며 "제주도는 인권의 상징이자 평화의 섬으로 우뚝 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통령은 이와함께 "오늘 정부의 이 사과가 모든 과거의 매듭은 아닐 것이다"며 "다만 이제 과거를 정리해 나가는 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생각한다"고 앞으로 4.3사건 같은 인권유린 사건에 대해 정부의 역사세우기 작업이 계속될 것임을 시사했다.

한편 정부는 지난 4월 제주4.3 제55주년 기념식에서 대통령이 정부의 공식 입장을 표명할 것을 검토했으나 4.3진상조사보고서 확정이 6개월 유예기간을 거치면서 내년으로 미뤄졌었다.

당시 고건 국무 총리가 제주4.3평화공원에서 열린 기념식에 참석, 추도사를 통해 "가족이 희생된 아픔을 반세기가 넘도록 가슴 속으로만 안고 살아온 유가족과 도민들에게 간절한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4.3사건 해결에 특별한 관심을 갖고 있는 대통령도 간절한 위로의 말씀을 전해달라고 했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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