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가 '예술의 천국'이라고? 그건 옛말일 뿐이다. 파리시는 최근 소송을 당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10대의 성을 다룬 한 사진전 관람을 18세 이상으로 제한했다. 이는 '예술의 천국'이란 파리의 명성에 또다시 타격을 가했다고 영국 인디펜던트지가 8일 보도했다.

8일 파리 현대미술관에서 개막한 이 사진전은 미 사진작가 래리 클라크가 1960년부터 2010년까지 미국 10대들의 일상생활을 찍은 것으로 클라크의 작품 활동 50년에 대한 회고전이다. 이 가운데 성생위와 관련된 사진은 약 10% 정도에 불과하다.

프랑스의 리베라시옹지는 이러한 파리시의 결정에 항의, 7일자 신문 1면에 전시회에 출품된 흑백 사진 한 장을 게재했다. 사진 속에서는 젊은 남녀 한 쌍이 차 안에서 나체로 포옹한 채 서로를 애무하고 있다.

클라크는 전시회 카탈로그를 제작하는데도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사진 가운데 6장의 내용이 문제가 있다며 카탈로그 제작이 거부됐기 때문이다. 클라크는 결국 영국에서 카탈로그를 제작해 프랑스로 반입했다. 그러나 문제가 된 사진들 일부는 이미 이전에 파리에서 전시된 적이 있으며 뉴욕에서는 아무 나이 제한 없이 전시됐었다.

이러한 파리시의 나이 제한 관람 결정에 프랑스 언론들과 녹색당은 프랑스의 10대가 미국의 10대에 비해 더 순진하다고 보느냐, 아니면 내숭을 떠는 것이냐며 공격을 가했다.

베르트랑 들라노에 파리 시장은 "현대 예술에 대한 법적 기준은 변하는 것이다. 20년 전에는 가능했던 것도 지금은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보르도 현대미술관이 10년에 걸친 소송에 휘말린 것을 예로 들면서 그런 위험을 부담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클라크는 이 같은 결정을 이해할 수 없다며 전시회를 관람하지 않는 대신 집에서 인터넷으로 사진을 찾아보라고 말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비난했다. 그는 일부 사진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는 우리의 일상생활의 한 부분일 뿐이라고 말했다.

프랑스에서 전시회 관람에 나이 제한을 가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지만 최근 프랑스가 다른 어느 나라보다도 더 많은 예술의 자유를 부여한다는 인식은 크게 후퇴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인간의 존엄을 해친다는 이유로 전시회에 대한 소송 제기도 크게 늘어났다.

클라크의 지적처럼 프랑스의 10대들이 꼭 전시회를 갈 필요는 없다. 인터넷을 통해 클라크의 사진들을 내려받을 수 있기 대문이다.<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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