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 북부 산호세 광산에 매몰된 광부 33명의 기적같은 생환 드라마가 계속되고 있다. 이들은 자칫 무덤이 될 뻔한 암흑의 갱도에서 전 세계의 주목을 받으며 지상으로 올라오고 있다.

13일 0시10분(현지시간)이 지난 후 플로렌시오 아발로스(31)가 피닉스(불사조)로 명명된 캡슐에 실려 지상으로 구조된 것을 시작으로 이날 광부들이 속속 구조되고 있다. 아발로스는 33명 가운데 최상의 몸 컨디션을 보여 첫번째 캡슐 탑승자로 선택됐다. 아발로스는 구조된 순간 흐느끼는 7살 난 아들, 아내와 포옹하고 이어 세바스티안 피녜라 대통령과 포옹했다.

▷36분 간격으로 구조=칠레 당국은 33명을 모두 구조하기까지는 36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나, 상황에 따라 이보다 더 빨리 구조가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한 명씩 구조하는데 평균 36분이 소요되고 있다.

이들 광부는 지하 700미터에서 한 명씩 가스 마스크와 탈출 해치가 장착된 어깨 너비의 캡슐에 오르고 있다. 캡슐을 타고 '자유' 지상에 도착하기까지는 약 15분이 소요되고 있다. 광부들은 캡슐에 있는 인터콤을 통해 구조팀과 의사소통이 가능하다. 캡슐은 칠레 해군 엔지니어들이 3개를 제조했으며 이 가운데 한 개가 구조에 사용되고 있다.

▷"신의 기적"=지상으로 나온 광부들은 한결같이 무사하게 구조되기를 기다리고 있던 가족들과 얼싸안으며 감격의 눈물을 흘렸고, 환호했다. 아발로스의 가족은 "이것은 신의 기적이다"고 말했다.

광부들은 지난 8월5일 70만 톤 무게의 바위가 무너져 내리면서 700미터의 갱도에 매몰돼 69일 동안 버텨왔다. 지금까지 이 기간만큼 갱도에서 생존한 광부는 없다. 매몰 첫 17일 동안 이들은 사망한 것으로 추정됐다. 이후 생존한 것으로 알려진 광부들은 '그레이프푸르트'만한 크기의 구멍을 통해 수화젤, 물, 음식, 가족의 편지, 축구 비디오 등을 제공받았다.

구조된 광부들은 대체로 건강이 양호한 것으로 전해졌으나 일부는 질병으로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광부 중 가장 고령인 마리오 고메스(63)는 진폐증의 한 형태인 규페증을 앓아, 구조된 뒤 산소마스크를 통해 호흡하고 있다. 고메스는 이날 지상으로 구조되자마자 무릎을 꿇고 감사의 기도를 올렸다.

▷전 세계 생중계=광부의 생존스토리와 경이로운 구조작업은 매순간 전 세계인들의 주목을 받았다. 광산 주변에 전 세계1500명의 기자들이 모여 취재에 여념이 없었다. 북아메리카와 유럽, 중동 등의 모든 뉴스채널은 구조현장을 생중계했다.

구조작업은 밤새 내내 거의 완벽하게 진행됐으며 특히 매몰 현장에서 구조자들과 광부들이 포옹하는 장면이 비디오를 통해 실시간 전달돼 가슴 뭉클하게 했다.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스페인어로 "계속해서 광부들에 대한 신의 가호를 기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민 단합·볼리비아와 관계 개선 계기=광부 33명 중 한 명은 이웃국 볼리비아인으로 그간 태평양 연안 접근을 둘러싸고 갈등을 겪어온 칠레와 볼리비아는 이번 구조노력으로 관계 개선의 계기를 맞았다. 이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은 구조현장에서 자국 광부 카를로스 마나미의 생환을 환영하고 세바스티안 피녜라 칠레 대통령과 정부당국에게 감사의 말을 전했다.

모랄레스 대통령은 이날 피녜라 대통령과 기자회견을 통해 "나와 볼리비아 국민은 이번 위대한 구조 노력을 결코 잊지 않을 것"이라면서 "양국 사이의 더 큰 신뢰감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또 이번 광부 구조는 칠레 국민들의 단합을 이끌어내고 있다. 구조작업을 지켜본 칠레 국민들은 거리와 집에서 크게 환호했으며 수도 산티아고에서는 자동차 경적이 울렸고 카피아포 지역에서는 학교 등교를 중지,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생환 드라마를 시청할 수 있도록 했다.

피녜라 대통령은 이날 구조현장 바로 입구에서 구조된 광부들과 포옹하는 등 생환을 반갑게 맞이한 가운데, 칠레 광산 안전 기준에 대한 전면적인 개혁을 약속했다. 이번 광부 구조로 그의 지지율은 급상승하고 있다.

수세기 동안 라틴 아메리카의 광산은 열악했으나 최근 수십년 동안 크게 향상되고 있으며 지난 10년 동안 지역 경제의 붐믈 일으키는데 큰 몫을 했다. 광업은 칠레 국가소득의 약 40%를 차지하고 있다.<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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