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31일 제주 4.3사건에 대한 공식 사과는 잘못된 과거사에 대해 정부의 공식입장을 처음 표명했다는데 의미가 있다.

또 국정 책임자로서, 한국 현대사에서 최대 비극중 하나로 꼽히는 제주4.3사건에 대해 대통령이 직접 언급한 것 역시 역사상  처음이다.

이는 1948년 정부 수립 이후 정부 차원의 첫 공식사과로서, '공권력 동원에 의한 국민 희생'이라는 점을 재차 공식 확인했다는 상징적 의미도 지닌다.

 정부수립 후 첫 공식 사과

대통령의 공식 사과로서 55년 동안 한(恨)의 세월을 겹겹히 쌓아두었던 제주도민들은 반세기만에 '이념'과 '색깔'에 의해 뒤엉켰던 역사의 매듭을 비로소 풀게됐다.

하지만 노 대통령이 일찌기 대선 후보시절 부터 제주4·3 사건에 대해 과거 정부의 책임을 공식 인정하고 사과하기로 약속한 바 있어 이번 사과는 때늦은 감이 없지 않다.

하지만 제주평화포럼에 참석한 노 대통령이 스스로 "대립과 분열을 종식시키고 한반도의 평화와 나아가 세계 평화를 열어나가겠다"는 발언에 비춰볼때 국가공권력에 의해 자행된 인권유린의 책임을 분명히 통감하겠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담겨있다.

특히 이번 사과는 과거 혼란기에 발생한 4·3 사건에 대한 본격적인 재조명과 함께 제주4.3과 함께 반세기 넘게 드리워진 냉전과 분단의 논리를 극복해내겠다는 의지로도 읽힌다.

이는 대통령의 4.3 관련 발언에서 언급한 '해방직후 정부수립과정에서 발생했던 이 불행한 사건의 역사적 매듭을 짓고 가야한다고 생각한다'는 대목에도  담겨있다.

더욱이 대통령이 왜곡되고 은폐된 참담한 과거사를 고백하고 진실 규명을 통해 유사한 사건의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는 것은 비로소 인권국가의 길로 한단계 접어들었음을 세계 만방에 알렸다는 의미도 내포하고 있다.

 '역사 바로 세우기' 차원

그 동안 도내.외 4.3 단체들은 그동안 세계 각국의 지도자가 인권 유린한 역사적 과오를 인정한 사례를 들며 4.3사건에 대한 정부의 입장 표명을 줄기차게 요구해 왔다.

실제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이 지난 98년 드레퓌스 사건 100주년을 맞아 공권력에 의한 인권유린을 사과했으며, 빌 클린턴 전 미대통령이 98년 아프리카 우간다를 방문해 노예제도의 잘못을 사과한 바 있다.

또 크메르 루주 지도자 키우 삼판과 누온 체아가 70년대 '킬링필드' 학살에 대해 98년 사과한 사례 등 역사의 진보와 함께 국가의 최고 수반이 직접 실천한 사례는 많았다.

따라서 이번 대통령의 4.3에 대한 공식 언급은 시기와 장소의 문제였을 뿐 이미 예견된 절차로 여겨졌다.

그래서 이번 제주4.3에 대한 대통령의 공식 사과 발언은 대통령이 줄 곧 주창해온 '역사 바로 세우기' 차원의 진실규명의 하나로도 해석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공식 표명한 내용을 보면 여전히 사그러들지 않은 보수세력들의 입장을 의식한 대목도 엿보인다.

이는 대통령이 "대한민국 건국에 기여한 분들의 충정을 소중히 여기는 동시에, 역사의 진실을 밝혀 지난날의 과오를 반성하고 진정한 화해를 이룩하겠다"는 발언에서도 쉽게 살펴볼 수 있다.

하지만 4.3의 교훈을 더욱 승화, '평화와 인권'의 화두로 풀겠다는 대통령의 의지는 앞으로 이념의 갈등에 의한 '대립과 분열'을 '화해와 상생'으로 자리매김하겠다는 다짐으로 보여지고 있다.

 '진실 규명과 명예회복'  속도 기대

지난 15일 정부차원의 공식 4.3진상조사보고서가 확정됐지만 진정한 유족과 도민들의 입장에서는 사실상 '선언적 의미' 이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따라서 이번 정부차원에서 이뤄진 대통령의 공식 발언은 역대 정부에 의해 '반란을 일으킨 좌익 소탕을 위한 정당한 공권력 행사'라는 관점에서  50년 넘게 진실이 가려졌던, 제주4.3의 역사적 진실 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한 또 다른 전기가 될 전망이다.

더욱이 제주4.3은 이미 김대중 전임 정부때부터 4.3특별법 제정을 통해 정부차원의 위원회가 구성되면서 '희생자' 규정과 '명예회복',  '보상', '평화(위령)공원 조성' 등의 조치가 진행돼어 온 상태다

이를 계기로 역사적 재평가와 함께 미약하게 진행됐던 희생자의 진정한 명예회복과 배상문제 등에도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통령이 이번 사과에서 "4.3평화공원의 조성과 신속한 명예회복 등에 대한 지원 약속"과 함께 나아가 "되도록 전 국민과 함게 돕겠다"는 발언도 주목할 대목이다.

후보시절부터 '정의가 승리하는 역사를 만들고 싶다'고 한 노 대통령의 역사관에 비춰볼때 대통령이 공언한 정부의 공식 입장 표명은 이러한 흐름에 더욱 기대를 갖게 한다.

 정부 부처 '후속 조치 이행' 촉구

국무총리 소속 4.3사건 진상규명과 희생자 명예회복위원회는 지난 15일 최종 보고서를 채택과 동시에 정부 사과와 함께 4.3 평화공원 조성 적극 지원, 생활이 어려운 유가족들에 대한 실질적인 생계비 지원등 7개 항을 정부에 건의했었다.

따라서 각 정부 부처는 대통령이 제주 4.3사건에 대해 정부차원의 공식 사과를 표명함에 따라 희생자들의 명예회복 등 후속조치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또 집단 매장지와 유적지 발굴사업을 적극지원하고 진상규명과 기념사업등을 지속적으로 지원하는 방안도 전개될 전망이다.

현재 정부의 후속조치 문제는  '대정부 건의 7개항' 가운데 ▲ 첫째항 '제주도민, 사건 피해자에 대한 정부의 사과'와 ▲ 네째 항 '4·3평화공원'조성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 지원' 등 두가지만이 이뤄졌거나 현재 진행형에 있는 상황이다.

나머지 ▲ '정부 차원의 4·3사건 추모기념일 제정'(둘째),  ▲ '4·3진상보고서를 평화와 인권교육 자료로 활용'(세째),  ▲ '생활이 어려운 유족에 대한 생계비 지원'(다섯째), ▲ '집단 매장지 및 유적지 발굴사업 지원'(여섯째) ,  ▲ '진상규명 및 기념사업에 대한 지속적인 지원'(일곱째) 등 다섯가지 항목은 앞으로 정부 차원의 의지와 노력이 절실한 부문이다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당시부터 '국가공권력에 의해 피해를 받은 사람에 대해 전면 재조사해 명예를 회복시키겠다"며 틈틈이 4.3 사건에 대한 '국가차원의 사과와 유족 보상'을 다짐해 왔다.

따라서  제주도민들은 이번 공식 표명이 보다 진정한 명예회복과 보상, 신원을 위해 적절하고 빠른 조치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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