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도 너무했다. 사람에 비유한다면 능지처참이었다.
 
며칠 전이었다.
필자가 근무하는 도로변의 가로수에 몇 시람이 달라붙어서 가지들을 마구잡이로 자르고 잎새들을 털어내고 있었다.
 
영문을 모른 필자는 왜 그렇게 자르느냐고 물었다.
<낙엽들이 방해가 되어서 자릅니다.>
제대로 시선도 주지 않고 자르고 털어내기를 익숙한 솜씨로 되풀이 하는 사이에 나무는 뼈대만 남은 앙상한 모습을 드러냈다.
 
십분도 걸리지 않는 순간적이라고 할 수 있는 소요 시간이었다.  누구에게랄 것없는 분노와 쓸쓸함이 복받쳐 올랐다.
 
그냥 방치해버리면 떨어진 낙엽들이 하수구를 막아 버리거나 자동차나 자전거가 미끌어질 위험성이 있어서 언제나 이 시기에 자른다고 했다.
 
인명 피해가 일어날 수 있다는 말에는 어쩔 수없었다. 그러나 천편일률적으로 잘려 나간 가로수들을 바라보니  처연한 감정은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았다.
 
윤회의 섭리로 인한 겨울 나목들을 대할 때도 가슴 아플 때가 있는데 이렇게 인위적으로 무참히 잘리는 것을 직접 목격하니 소름이 끼칠 정도였다.

이러한 환경 속에는 약간 차원은 다르지만 오.헨리의 <마지막 잎새>와 같은 명작은 나오지 않을 것이다.
 
이제 곱게 물들어 미련없이 낙엽이 되어 떠나려는 잎새들을 포용한 나무 곁에 크레인차를 바싹대고 전기톱으로 가지를 자르고 잎새들을 뜯어내는 모습은 처참했다.
 
가로수는 그렇다 하드라도 공원의 낙엽들을 떨어지기가 무섭게 비를 들고 쓰레기 봉투에 쓸어넣는 일본인을 대할 때도 씁쓸하다.
 
청결이라는 개념이 달라서 그런지 몰라도 어떻든 쓸기를 좋아 한다. 필자가 살고 있는 부근에 이쿠노 우체국이 있고 그 옆에 조그마한 공원이 있다.
 
이곳의 은행나무와 다른 나무들은 지금 단풍이 들어서 아주 아름답다. 눈부실 정도의 황금색으로 물든 단풍과 낙엽들을 바라보느라면 메마른 가슴에 서정성 넘치는 풍요로움을 안겨 준다.
 
그런데 매일 아침만이 아니고 잎새들이 떨어질 때마다 주위 사림들이 쓸어 버린다. 길에서 피가 날 정도로 철저하게 쓸고 또 쓴다.

계속하는 비질로 길은 깨끗할런지 모르겠으나 마음의 청결성은 더욱 흐려지는 것을 막을 수없다.
 
지난 11월 22일 요미우리신문 독자란에 이러한 행위에 반기를 둔 기사가 게재되어 즐겁게 읽었다.
 
원예업을 하는 45세의 전문업자가 써서 더욱 설득력이 있었다. 가로수의 단풍든 잎새들과 가지들을 치지 말라는 절실한 내용이었다. 봄,여름,가을 보행자들에게 편안함을 제공하는 나무를 몇 년전부터 낙엽을 줄이기 위해 자르게 되었는데 지나치다고 했다.
 
또 제주에서 우편으로 배달된 한라일보 11월 23일자 강문규 컬럼  <낙엽 지는 늦가을 창밖을 보며>에서는, 낙엽은, 가을은, 평범한  시민들을 경건한 철학자로 만들고 그들의 인격을 키우는 자양분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의 도시는 그런 여유와 낭만조차 허용하지 않는다. 낙엽이 지기 무섭게 쓸어담아 어디론가 갖다 버린다.<중략>
 
낙엽이 도시와 시민들에게 안겨주는 엄청난 문화적 감성을 이해하지 못하는 행정은 안쓰럽다면서 낙엽을 단순히 쓰레기 취급하는 행정을  꼬집고 있다.
 
오래간만에 한.일 양국에서 공감할 수 있는 글을 읽을 수 있어서 즐거웠다.
  
꼭 일년전인 12월 6일 발행한 조총련 문학부 동인지 <불씨>에 기고한 필자의 졸시를 첨부합니다.
 
                                        겨울 나무
 
눈뜬 봄맞이를 지나/짧은 생이 서러워/저주스럽게 울어대는 한여름의/
매미 보금자리를/잎새는 보살핀다
 
서글프도록 파아란 하늘과/그리움의 소슬바람이/옷깃을 스치울 때/
분신은 미련없이 낙엽이 되어/자연으로 돌아가고/겨울의 거친 바람은/
나무가지를 피해 간다
 
욕망을 위해 스스로 한치도/움직이지 않고 뿌리 내린/겨울 나무/
버릴 것 다 버려서/해탈한 스님처럼 고고하고/나래 편 가지 속에 십자가들이/
숨은 그림처럼 걸려있다/가르침이 없던 태고 때부터/부활과 윤회를 알았다.

<제주투데이>


▶1949년12월 제주시 삼양출신,  1973년 병역마치고 도일, 1979년「현대문학」11월호 단편「오염지대」초회추천, 1980년<오사카 문학학교>1년 수료(본과52기), 1987년「문학정신」8월호 단편「영가로 추천 완료,  중편「이쿠노 아리랑」으로 2005년 제7회 해외문학상 수상, 2006년 소설집 <이쿠노 아리랑>발간, 2007년 <이쿠노 아리랑>으로 제16회 해외한국 문학상 수상, 1996년 일본 중앙일간지 <산케이신문 주최 <한국과 어떻게 사귈 것인가> 소논문 1위 입상. 2003년 인터넷 신문「제주투데이」'김길호의일본이야기'컬럼 연재중, 한국문인협회,해외문인협회,제주문인협회 회원. 현재 일본 오사카에 거주하면서 집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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