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희대학교 음악대학에서는 요즘 교수와 학생 2명에 대한 징계문제가 불거져 법정다툼으로까지 번질 기세다.

새로 선출된 음대학생회 부회장인 B씨와 전 학생회부회장인 C씨에 대한 징계가 12월7일자로 당사자에게 통보됐다. 새 음대학생회장으로 뽑힌 B씨는 '무기정학', 전임 학생회부회장 C씨는 '90일 유기정학'이다.

이보다 한 달여 앞서 결정된 A 교수에 대한 징계는 '1개월 정직'이었다.

수백 명의 단과대학생 대표로 뽑힌 신임 학생회장에게 무기정학을 내린 것은 과거 권위주의 정권 시절이 아니고서는 찾아보기 힘든 것이어서 더욱 관심을 증폭시킨다. 시국사건도 아닐 텐데 무슨 엄청난 사건이 있었기에, 그리고 왜 비슷한 시기에 교수와 학생이 징계를 받았는가 하는 궁금증이 일어난다.

◇지난 여름에 무슨 일이?

지난 7월 중순에 알음알음으로 입수한 경희대 음대에 관련된 일련의 문건을 보면, 이번사건이 상당한 배경이 있는 것임을 알 수 있다.

경희음대 A교수는 7월초 경기도 과천의 모 중국음식점에서 회식을 마치고 나가기 직전 술자리 합석자 중 한 사람의 머리를 술병으로 내리쳤고, 맞은 사람은 피를 흘리며 기절했다. 구급차로 병원에 실려 간 피해자는 15바늘을 꿰매는 중상을 입었다. 이날 병에 맞아 기절한 사람이 그 중국음식점의 주인이자 경희대 음대에 재학 중인 여학생의 아버지였다.

경희대 음대동창회는 이 사건을 전해 듣고 총장에게 '탄원서'를 냈다. 여기엔 '나름대로' 파악한 술병사건의 전말이 상세하게 묘사돼 있다.

회식자리에서 A교수는 더 나아가 어머니가 보는 앞에서 제자인 여학생에게 "학교 안의 내방으로 놀러 와라, 내 방 문은 잘 안 잠긴다"라는 말과 함께 여학생에게 직접 술을 따르게 하고 독한 '빼갈'을 권해 마시게 했다. 이를 보다 못한 여학생의 어머니가 딸에게 그만 네 방으로 올라가라고 해서 내보냈다는 것이다. 그 후 참석자들이 먼저 자리를 뜨고 교수와 아버지 둘만 있다가 나오면서 폭력사건이 벌어졌다는 것이다.

A교수는 과천경찰서에 입건돼 조사를 받고 고소당했지만, 재학 중인 딸의 장래를 생각해서 사건이 확산되는 것을 원치 않는 학부모와, 고교 동창들의 노력으로 무마됐다는 게 주변인들의 말이다.

◇학생대표, 동창회 탄원서에 '모텔출입설'

동창회의 탄원서는 단순히 술병폭행사건만 거론한 것이 아니다.

여기에는 "7월초 타블로이드 주간지에 게재됐던 A교수와 (여)제자의 모텔 출입을 목격한 제자(음대생)가 있었고, 직접 목격은 못했지만 이러한 일들이 A교수 주변에서 비일비재하다고 주위에서 얘기한다"라는 메가톤급 '비화'도 언급돼 있었다.

그 즈음은 K 국회의원이 Y대 여학생들에게 성추행 발언을 한 사건이 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들고 있었던 때여서 더욱 비상한 관심을 모으기에 충분했다.

음대 여학생이 남자교수와 모텔에 들어갔다니. 과연 이게 사실일까. 경희대가 발칵 뒤집어진 건 물론이고, 전국의 대학사회 전체를 뒤흔들만한 핵폭탄급 파괴력을 가진 소문이었다.

한편 술병폭행사건은 학교에까지 전해져 문제가 표면화돼 음대 제42대 학생회 부회장과 학회장 명의로 A교수의 실체를 알리고 징계를 요구하는 탄원서도 나왔다. 여기서도 문제의 그 '루머'가 기술돼 있었다. 이들이 묘사한 그 루머의 내용은 이렇다.

작년 9~10월께 경희대 후문 쪽 모텔 앞에서 친구를 기다리던 성악과 D학생이 "우연히 동료 여학생 2명과 J대 음대교수, 그리고 경희음대 A교수가 함께 있다가 J대 교수는 택시를 타고 떠났고, 남은 A교수와 여학생 두 명이 모텔로 들어가는 장면을 목격했다"는 것이다. 이 소문이 학교 내에 퍼지자 목격자 D씨는 '소문내고 다니면 가만히 있지 않겠다'라는 협박까지 받았다"는 것이다.

◇구두에 소주 돌렸다는 '엽기적' 소문도

학생들의 탄원서에는 황당하고 엽기적이라고 할 만한 얘기들도 쓰여 있었다. 2008년 1학기 때 학생들 회식자리에 참석해서는 구두에 소주를 가득 부어 고학년 학생부터 신입생까지 먹도록 강요했다고 한다. 이 일이 언론사에 알려지자 교수는 술을 먹은 학생들을 모두 자기 방으로 불러 별일 아닌 재미있는 일이라고 하면서 아무 일이 없었던 것처럼 자술서를 쓰라고 강요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또 돈이 없어 캠프(수련회)에 참가하지 못한 신입생을 무릎 꿀리고는 "왜 참가 안했느냐"고 답변을 강요, 금전적 수치심을 유발하기도 했다고 비판했다.

학생들은 "인간적으로 성숙하지 못한 A교수를 고발한다"며 관련 문건을 국회 교과위, 대학 총장실, 부총장실 등에 제출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신임 학생회부회장이 학생상벌위원회로부터 무기정학 처분을 받은 이유도 탄원서 때문이다. "언론기관 종사자를 포함한 경희언론정보학과 동문들에게 (탄원서를) 이메일로 발송하고, 여학생이 모텔에 출입했다는 사실을 유포해 해당 여학생에게 정신적 피해를 입히는 등으로 학교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는 것이다.

유기정학을 받은 학생의 '혐의' 내용은 좀 다르다. "동창회와 공동으로 법원에 학교법인 경희학원을 상대로 전임교원임용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 학교로 하여금 재판에 응할 수밖에 없도록 하고, 이후에 특별한 이유를 제시하지 않은 채 가처분신청을 취하하는 등 학교의 정상적인 기능을 방해하고 학생본분을 이탈한 행동을 했다"는 혐의다. 학생은 학교 측의 징계 사유를 납득할 수 없다며 변호사와 정식 재판을 청구하는 것을 상의하고 있다. 기말 시험을 며칠 앞두고 징계를 내려 결국 교양과목이 펑크나 한 학기 내지 1년을 더 다녀야 할 처지가 됐고, 무기정학을 받은 3학년 신임 부회장은 학생회 활동 자체가 어려울 상황에 처했다. 학생들은 변호사와 법정투쟁을 하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문제 제기 학생들은 무기·유기정학 받아

한편 A교수는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이러한 일련의 보도 내용과 징계처분 등에 대한 입장을 밝혀달라는 요구에 "이미 지나간 일이고, 사건을 보도한 언론사가 반론문까지 게재했던 것으로 다 끝난 일이다. 새로 얘기할 게 아무것도 없다. 맘대로 쓰라"고 답변했다.

음악대학만의 고유한 풍토 때문일까. 이 부분에 대해 학생들은 "음대의 실기평가는 교수의 자의적 판단이 작용할 수 있는데, 잘못 보였다가는 성적은 물론이고 취업에도 막대한 영향을 받는다"며 복종하게 되는 매커니즘을 설명했다.

일각에선 교수들 간에 벌어지는 파벌싸움의 한 단면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이 상황에서 학교 당국은 확실한 사실이 무엇인지를 엄정히 파악해서 사건의 성격을 명백하게 규명하고, 이에 걸맞은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게 음대 주변에서 들려오는 말이다.<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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