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점심시간 도쿄의 중심가. 항상 관광객들이나 식사를 하러 나온 회사원들로 북적대던 도쿄의 거리가 한산하다. 구찌 등 유명 브랜드 상점이 밀집한 상점가에서도 쇼핑객들의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다. 후쿠시마(福島) 제1 원자력발전소에서 누출된 방사선 공포가 일본 국민들을 사로잡았기 때문이다.

휘황찬란하던 도쿄의 밤거리도 이제는 옛이야기가 됐다. 계획정전까지 실시하는 전력 수급 비상 속에 정부의 절전 호소에 따라 도쿄의 밤거리는 어두워졌다. 많은 상점들의 쇼윈도도 불이 꺼진 채 어둠 속에 잠겨 있다.

도쿄시는 지진으로 인한 피해는 거의 없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시민들은 이를 믿지 않고 있다. 일본 정부는 도쿄에서의 방사선 수치는 이전보다 조금 높아졌지만 아직 인체에 해로울 정도는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후쿠시마 원전 사태에 대한 정부 발표가 신속하게 이뤄지지 않으면서 시민들의 불만은 커지고 불신은 늘어만 가고 있다.

긴자 거리에서 작은 로또상점을 하는 모리오카 유키코(63)는 “안 좋은 일이 생길까 두렵다”며 “나는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정확하게 무슨 일이 어떻게 일어나는지 알지 못한다. 그게 더 두렵다”고 말했다. 그녀는 또 "지난주에 비해 행인의 80%는 줄어들었다. 매출도 엉망이다. 따로 갈 곳이 없기 때문에 도쿄를 떠나는 것도 비현실적이다"며 울상을 지었다.

도쿄시는 아직 패닉 상태에 빠진 것은 아니지만 언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불확실성 때문에 불안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슈퍼마켓의 생필품은 동난 지 오래고 기름 부족으로 주유소마다 기름을 넣으려는 긴 줄이 목격된다.

 

【리후초(일본)=AP/뉴시스】일본 동북부 강진 8일째인 18일 미야기현 리후초의 임시 영안실에 관들이 들어차있다. 2011-03-18


세계피겨스케이팅 대회와 도쿄국제애니메이션 박람회를 포함연기되거나 취소됐다. 29일 열릴 예정이던 뉴질랜드 축구대표팀과의 자선 경기도 취소됐다.

부분의 도쿄 시민들은 외부로 떠나지 않지만 불안함에 남쪽이나 서쪽으로 떠나는 사람들도 있다. 도쿄 동쪽에 위치한 치바현에서 온 와타나베 사유리는 방사선 오염에 대한 불안으로 남편과 두 아이들을 데리고 오사카로 떠나기로 했다. 그녀는 “일본 방송들이 도쿄 지역은 방사선으로부터 안전하다는 얘기하지만 중국에 사는 내 친구가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큰 편이고 위험하다고 알려왔다”며 일본 방송국과 정부를 믿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저녁시간 회사원들로 항상 북적였던 식당이나 술집들도 대부분 불이 꺼진 채 정적만 감돌았다. 도쿄에서 예술품거래회사를 운영하는 곤도 다케히로(44)는 직원들 몇명에게 도쿄를 떠나 집으로 돌아가는 것에 허락했다. 그는 자신은 이곳에 남을 것이라고 밝히며 “자신의 목숨은 일본의 기술력과 정부의 노력에 달렸다”고 덧붙였다.<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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