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을 단순한 상품으로 바라보아선 안됩니다. 단적인 예로 감귤과 유채꽃이 사라진 제주를 생각해 보십시오. 제주도도 지방정부라는 측면에서 기본적으로는 농업살리기를 위한 의지는 강하나 실행이 안되고 있습니다."

4일 1600명에 달하는 제주농민들의 모임인 한국농업경영인제주도연합회 문시병 회장은 오는 19일로 예정된 전국농민대회를 앞두고 비장한 결의를 내비쳤다.

그는 "지난번 도하개발 아젠다(WTO체제하의 첫번째 다자간 무역협상)협상 재논의는 국가차원에서 실리가 있을 때 가능한 것"이라며 "농민단체 등의 반대로 국회에 계류중인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역시 칠레가 공산품 시장이 작은 나라란 점을 감안하면 우리나라 농업 전반에 손해만 끼칠 뿐이며 이는 감귤에도 간접 피해를 미칠 것"이라고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또 공산품의 수출을 위해 농업은 어쩔 수 없이 희생되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농업도 농민의 입장에서 보면 하나의 사업이고 삶의 목적"이라고 전제하고 "제주의 경우에도 유채밭에서 일하는 농부의 모습이 훌륭한 관광자원의 역할을 하고 녹색공간이 자연계 순환에 도움을 주는 것을 생각하면 유·무형으로 도민들에게 혜택을 주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늘어나는 농가부채와 청년층 이탈로 시름에 빠진 농촌의 현실에 대해서는 "전면적 밭작물직불제 도입 등 일선 농어가에 직접적으로 혜택이 돌아가야 한다"며 "우리의 주장은 단순히 돈을 달라는 것이 아니라 농어촌의 직·간접 피해에 대해 의료보험이나 학교급식법 등의 방법으로 지원하고 어려움을 덜어달라는 것 뿐"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16일 전격적으로 결정된 가공용 감귤 수매가에 대해서도 "밀실결정이며 가격 결정 이전에 어떠한 사전통보도 없었다"고 비난하고 "토론회 등을 거쳐 충분히 공감대를 형성한 뒤 가격을 제시했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제주의 생명산업인 감귤에 대해 "우리나라에서 쌀이 중요한 만큼 제주에 있어서 감귤이 중요하다"고 전제하고 "그러나 국가적 농업이 붕괴되면 지역 농업 역시 붕괴될 것이 자명한만큼 주곡인 쌀마저 지켜내지 못한다면 감귤 역시 타격을 받게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와 함께 그는 "우리 농업을 지키기 위해 싸운 고 이경해씨의 희생이 헛되어서는 안된다"며 "오는 19일로 예정된 서울 여의도 전국농민대회에 각 지역별 농민들이 연대해 궐기할 것이며 제주지역 역시 300명 이상이 상경투쟁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제주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