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실 속에 곱게 자라는 꽃들은 좋겠다.
 여린 싹을 뒤 흔드는 성난 바람에
 맞서 싸울 일이 없으니 좋겠다.
 뜨거운 햇살 아래 애타게
 물 한 모금 구걸할 일도 없으니 좋겠다.

 그래도 나는.
 진흙 속에 핀 꽃이 좋더라.
 언 땅을 뚫고 힘겹게 피어난
 꽃이 더 좋더라.
 가뭄 속에 끝끝내 긴 긴 생명줄을 지켜 낸
 꽃이 눈물겹도록 좋더라.

 웬만한 바람은 몸으로 받아들이고
 아픔을 견뎌 아름다워 질 줄 아는
 그런 진흙탕 속에 핀 꽃들이
 난 정말 좋더라.

 
 <제주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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