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환경 조형물'로 일컬어지는 '상징 조형물'을 둘러싼 시비가 그간 관행처럼 여겨지던 문제를 한 커플씩 벗겨내며 지역 사회를 달구고 있다.

소위 '공공미술'의 하나로 여겨지는 '상징(환경) 조형물'은 비단 문화예술인만의 문제로 치부되기 쉽지만 시민 모두가 도심 공간속에서 함께 느끼고 나누는 공공적 성격을 띤다.

하지만 정작 제작 과정에 참여하는 예술인이나 관계 당사자가 아니면 그 속내를 제대로 들여다 보기가 쉽지 않다.

 21세기 문화판을 '휘젖는 관행들'

선정을 위한 사전 '로비' 관행, 제작비의 일부는 떼어주는 '답례' 관행, 심지어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스승이 제자의 작품을 선택해 주는 '보은' 관행 등 숱한 특혜와 관례들이 오늘날 21세기의 문화예술판을 휘젓고 있다.

제주4.3평화공원에 세워질 '4.3 조형물' 사업이 그렇고, 도내 미술단체의 반발을 불러온 제주문화예술재단의 '노래비 조형물' 선정사업 역시 자유롭지 못하다.

최근 제주평화포럼이 열린 제주국제컨벤션센터는 또 어떤가.

조형물 제작을 맡은 교수출신 모 조각가가 몇몇 작품을 선점했다가 일부 '제작권'을 반납하는가 하면, 반납한 작품비용에 따로 예산을 보태 다시 몇몇 작품에 대한 공모를 시행하는 등 숱한 우여곡절을 겪었다.

결국 '밀실 선정'이라는 의혹과 반발속에서도 문제의 작가가 제작한 조형 작품은 현재 컨벤션센터 정문 앞을 굳건히 지키고 있다.

표절 시비까지 겪으며 논란을 빚어온 40억원대의 '4.3 상징조형물' 사업 경우 '4.3'이 갖는 역사성과 중대성에 비춰볼 때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이 역시 4.3관련 단체에서 뒤늦게 문제를 제기, 새판짜기에 돌입하며 '사후약방문'에 나섰으나 원초적 문제 해결을 위한 뾰쪽한 대안을 찾지 못한 상태다.

무한한 책임속에  '각인'된 부끄러움

지난 4일 열린 '4.3 평화공원 상징조형물 보완회의'에 참석한 한 문화예술인이 "함량미달의 작가를 선정해 놓고, 우리 모두가 머리를 맞대 그 작가의 모자라는 부분(컨셉)을 채워달라는 것은 비극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인 것은 그래서 더욱 씁쓸하다.

최근 불거진 문화예술재단의 노래비조형물 선정 문제와 관련, 재단측이 "오히려 공모시 심사위원들에게 로비를 잘하는 특정 미술인이 당선되는 등의 비리가 발생할 수 있다"며 공모 방식의 한계를 거론한 것은 궁색하지만 되려 역설적으로 들린다 .

그렇지만 '구더기 무서워서 장 못 담그는'식의 재단측 논리는 옳지  못하다.

'상징 조형물'은 제 의미와 취지를 잘 담아내면 맘껏 드러내고 보여주고픈 자랑거리지만 그렇지 못하면 감추고 싶고 부끄러움으로 각인되는 '양면성'을 지닌다.

그리고 조형 예술품에 이름이 새겨지는 관행에서 볼때 제작에 참여한 작가가 평생 세인의 '입에 오르내리는' 무한의 책임성이 뒤따른다.

우리가 별 생각없이 지나치고, '처세'와 '관행'으로 만들거나 세워지는 '상징 조형물'이 바로 우리의 '자화상'일 수 밖에 없는 사연들이 거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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