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스 공사를 막다 경찰에 연행되는 해군기지 반대단체 회원.

3일 개최 예정인 제주해군기지 반대를 위한 평화문화제를 앞두고 강정마을에 긴장감이 엄습해 오고 있다.

대규모 경찰 병력 투입의 후속풍이 휩쓴 지 12시간 여가 지난 오후 6시 현재 강정마을은 여진이 지속되고 있다.

더욱이 평화문화제에는 2000여명이 참가할 것으로 추정됨에 따라 경찰과 행사 참여자간 마찰이 우려되고 있다.

현재 강정마을에는 제주 현지 전ㆍ의경 등 500여명과 지난달 14일 경기경찰청에서 파견된 150여명 외에 지난달 31일 서울경찰청 기동대 4개 부대와 여경 2개 제대(30명 안팎 규모 여경 기동대) 449명이 추가 투입됨에 따라 경찰 1100여명이 배치된 상태다.

경찰은 2일 새벽 600여명의 경찰병력을 투입했고, 이 사이 해군은 중덕 삼거리에 해군기지 건설 현장과 마을주민들을 차단하기 위한 펜스를 설치했다.

중덕 삼거리에 있던 천막이 철거되고 있다.

강정마을 주민 등은 경찰이 3일 평화문화제를 허용하겠다고 밝혀 안심하고 있던터라 기습작전에 '허'를 찔린 셈이다.

1차 충돌이 있었던 것은 2일 오전 6시 30분께다. 해군이 포크레인을 중덕삼거리에 진입시키고, 찰이 삼거리 컨테이너를 장악하면서 시작됐다.

이에 주민들과 반대단체들은 격렬히 항의했지만 경찰병력에 대항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 과정에서 10여명의 주민과 활동가가 연행됐다.

1차 충돌 후 기도를 하는 반대단체 회원들과 주민들.

연행이 끝난 직후 해군측은 펜 공사를 강행했고, 주민들은 속수무책으로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이후 소강상태가 당분간 지속됐다.

그러나 오전 9시께 해군측이 펜스 공사를 마무리하면서 또다시 충돌이 일어났다.  10여분 만에 20여명이 추가로 연행됐다.

경찰에 강제 연행되는 학생.

특히 홍기룡 범대위 공동대책위원장 등 해군기지 반대측 핵심 간부가 대거 연행됐다.

마지막 보루로 여겨졌던 해군기지 공사장 정문 앞 천주교 제주교구의 평화 미사를 위한 천막도 오후 4시 30분을 기해 경찰에 의해 강제 철거됐다.

해군기지 사업장 정문에 있던 천주교 평화미사 천막이 결국 철거되고 있다.

그야말로 강정마을은 경찰에 의해 점령된 상태다. 이렇다 보니 3일 평화문화제의 성공 개최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군사기지범대위와 강정마을회 등은 3일 '평화비행기'와 '평화버스'가 강정으로 결집하는 대규모 평화문화제를 개최할 예정이다.

그러나 공권력 투입으로 인해 평화문화제 개최 핵심인 반대단체 간부들이 대거 연행, 대규모 경찰병력이 배치된 상태에서 평화문화제가 당초 목표대로 진행될 지 미지수다.

해군의 공사강행과 공권력 투입에 반대하며 길 위에서 미사를 진행하는 임문철 신부와 동료 신부들.

반대단체와 주민들은 악조건 속에서도 평화문화제를 강행한다는 방침이다.

이들은 공권력 투입으로 평화문화제가 해군기지 건설 반대 의지를 결집시키는 '기폭제'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조경철 강정마을 부회장은 "경찰의 공권력을 앞세운 해군기지 공사 강행에 주민들은 굴하지 않을 것이다"며 "평화문화제를 성공적으로 개최해 도민을 포함한 전국민을 상대로 해군기지 반대 투쟁에 참여해 줄것을 호소하겠다"고 밝혔다.<제주투데이>

<허성찬 기자 / 저작권자ⓒ제주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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