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재호 제주대 관광개발학과 교수

▲ 송재호 교수
제주의 미래는 우리에게 주어진 자원을 어떻게 잘 활용하느냐에 달려 있다. 제주의 지역개발 역사가 이를 말해준다. 제주인들은 한국에서 제주만이 가진 아열대성 기후를 활용해서 감귤산업을 일궈내고 한동안 독점적 지위를 누렸다. 천혜의 자연자원을 활용하여 관광을 이 땅의 주요 산업으로 올려놓았다. 새로운 세기의 제주비전 역시 하늘이 우리에게 준 자원을 찾아내는 통찰력에서부터 시작된다.

예를 들어 요즈음 상종가를 기록하고 있는 제주의 먹는샘물 ‘삼다수’가 그러하고 한라산에 자생하고 있는, 1,800여종이 넘는 식물자원이 그러하다. 제주물이 돈이 되고 여기저기 자라고 있는 식물이 생명공학의 주요 원료가 될 줄이야 예전에는 상상도 못하였다.

모름지기 제주의 미래가 환경에 달려있는 것이다. 제주의 환경은 평가할 수 없는 가치를 가지고 있다. 제주의 새로운 산업을 개척할 수 있는 기반이요, 마지막 보루이다.

그러나 제주의 환경이 개발의 미명아래 내팽개쳐진 것 같아 안타깝다. 오늘의 작은 이익에만 집착한 나머지 내일의 큰 혜택을 외면하고 사장시키는 몰상식을 범하고 있다.

무리한 해안도로의 건설 현장에서, 하천정비라는 명목으로 특이한 건천들을 시멘트로 덮어버리는 현장에서, 그리고 항생제가 포함된 양식장들의 배출수로 허연 색을 드러낸 해안에서 환경훼손의 안타까운 모습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환경의 훼손은 생태계의 순환작용을 위협할 뿐만 아니라 ‘환경이 돈’인 시대에 우리의 경제잠재력 또한 저하시키는 행위이다.

환경은 발전(development)을 위해서 개발(development)로부터 보호되어야 한다. 더 이상 환경병이 심각해지기 전에 적절한 조치가 취해져야 한다. 손으로 만지고 느낄수 있는 후에는 이미 늦은 것이다.

무지한 개발로부터 자연을 보존하고 관리하기 위해서는 주의깊은 메카니즘이 요구된다. 환경영향평가제도만 갖고는 제주자연을 지켜내기가 어렵다. 섬의 환경은 육지의 그것과는 달리 매우 깨지기 쉬운 민감성을 갖고 있음을 주목해야 한다.

보다 엄격한 조건들을 포함하는 환경보호관리제도를 세팅해야 한다. 환경관리 시스템을 우선적으로 세팅함으로써 개발가능지역만 개발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환경관리 시스템 구축은 GIS를 활용한 지하수·생태계·경관 보전지구의 명확화, 환경정책 기본법상의 사전검토제도의 충실한 이행, 협의권자와 개발허가권자의 분리를 통한 환경영향평가의 실질적 시행, 환경용량의 지속적 관리, 지역 환경기준 달성을 위한 지역배출 허용기준 설정, 개발지구의 오염물질 배출기준 강화, 해안·해양의 보호관리제도의 도입, 하수·쓰레기처리시설의 확대, 풍력발전·저공해버스 등 오염예방시설의 적극 도입 등을 법제화하는 것이 기본적으로 요구된다.

여기에 그쳐서는 안된다. 체계적인 환경표준코드와 보호구역의 설정, 환경대차대조표의 작성 등이 추가적으로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이러한 일들을 하자면 무엇보다 돈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 제주의 자연을 수익의 원천으로 활용하는 기업으로부터 개발이익의 일정 부분을 환경관리에 투입되도록 장치할 필요가 있다. 환경은 공공재로서 우리 모두의 소유이지 기업의 소유가 아니기에 하는 소리이다.

환경 보호관리의 토대가 마련되면 다음으로 개발과 보전을 통합하는 지속가능한 발전철학을 정립하고 실행해야 한다. ‘지역의 자원을 이용하고 지역공동체의 지도와 통제를 받으며 자연의 환경용량 내에서 지역의 문화와 전통을 반영하는 생산방식’이 세계시장을 향한 제주개발의 출발점으로 자리매김돼야 하는 것이다.

*송재호님은 청와대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 및 균형발전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사단법인 '곶자왈사람들'과 이재수기념사업회의 공동대표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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