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제주군 김녕리에 있는 만장굴이 세계에서 가장 긴 용암동굴이 아니라는 주장이 제기돼 관심을 끌고 있다.

이는 10일 애월읍 토비스콘도에서 열린 제주도 자연유산지구 국제학술세미나에서  제주도동굴연구소 손인석 박사에 의해 제기된 것으로 , 손 박사는 구체적인 실측 결과와 함께 만장굴의 길이가 현재 알려진 길이의 절반 보다 조금 긴 7416m라고 밝혔다.

또 ‘제주도용암동굴과 화산지형의 세계유산적 가치’라는 주제발표에서 크리스 우드(영국) 교수도 만장굴의 길이가 세계 11위에 그친다고 주장했다.

▲  '만장굴 길이 세계 11위 그쳐'

 제주동굴연구소 손인석 박사는 이날 세미나 ‘제주도 천연동굴분포-제주도 동북사면을 중심으로’라는 주제발표에서 만장굴의 길이는 13.422km가 아니라 7.416km라고 주장, 만장굴의 길이가 현재 알려진 길이보다 짧다고 주장했다.

손 박사는 제주동굴연구소에서 지난 2월부터 3월까지 측량조사를 벌인 결과 제1구역 2426m, 제2구역 1000m, 제3구역 1230m, 제4구역 640m, 5구역 1130m, 제6구역 990m 등 전체길이는 7416m(GPS범위에 의한 오차범위 15m)였다고 주장했다.

손 박사는 “만장굴에 대한 길이는 발표시기와 발표자마다 틀리게 보고되고 있는데 대부분 실제 길이보다 과대 포장된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만장굴 길이는 조사자마다 다른 모습을 보여, 한국동굴학회가 학회지 ‘동굴’(1981년 8월)에서 밝힌 만장굴의 길이는 1만3422m., 똑 같은 ‘동굴’ 회지에 일본학자 소천효덕(小川孝德)씨가 밝힌 만장굴의 길이는 1만3268m로 조사됐다.

1993년 북제주군이 발간한 ‘만장굴 학술보고서’에는 “만장굴의 길이는 1만3422m이며, 세계에서 가장 긴 동굴이라고 인정됐다”고 기록, 북군과 제주도 등에서 이를 그대로 홍보해 왔다.  

하지만 이 보고서의 다른 쪽(142쪽)에는 8928m로 표기돼 있어 신빙성에 적쟎은 의문을 던져주고 있다.

영국 버네마우스대학 우드 교수도 세계에서 가장 권위있는 밥 굴덴(Bob Gulden)의 동굴 리스트(2003년 7월)를 인용, 세계 용암동굴 중 가장 긴 것은 미국 하와이에 있는 카주무라동굴(65.5㎞)이며 만장굴은 길이 8.928㎞로 세계 11위에 그친다고 밝혔다.

만장굴은 지난 93년 일부 학자들이 길이를 13.422㎞로 세계 최장 용암동굴이라고 주장한 이후 제주도 등이 이를 그대로 홍보해 왔다.

하지만 사람이 들어갈 수 없는 지류까지 동굴 길이에 합산하는 등 멋대로 측량치를 부풀렸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말썽을 빚어왔다.

▲ “세계유산 신청 앞서 세밀한 준비 필요”

제주화산지형과 용암동굴이 세계적 가치가 크지만 세계자연유산 지정을 위해서는 보다 세부적인 관리계획 등 체계적인 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우경식 강원대(제주도 자연유산 세계유산 등록 기획. 총괄팀장) 교수는 “2004년 제주도 세계자연유산지구 지정신청이 전략적 홍보와 자료 조사가 부족해 최소 1년 이상 연기한 후 신청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우 교수는 기조연설을 통해 “세계자연유산 지정은 유네스코에서 세계적으로 보호할 가치가 있는 유산을 지정 보호하는 제도로 세계문화유산은 석굴암, 불국사, 창덕궁 등 7개가 지정됐으나 세계자연유산은 우리나라에 하나도 없는 실정이다”고 말했다.

우 교수는 “1996년 설악산이 지정 신청을 냈으나 인접 국가의 다른 산과 차별성이 없다는 이유 등으로 철회 됐다”며 “도내에서도 만장굴, 당처못굴, 성산일출봉, 송악산, 산굼부리 분화구지역은 세계 자연유산지구로 손색이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지정 신청에 앞서 세계적으로 비슷한 지형과의 비교 분석하는 준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 제주 자연유산 조사활동 결과 토론의 장

이번 국제학술세미나는  '제주도 자연유산지구의 세계유산적 가치'라는 주제로 문화재청과 자연유산보존협회 공동 주최로 열렸다.

이번 세미나는 제주도를 유네스코의 세계자연유산지구 지정을 위해 지난해부터 관계전문가들이 동굴과 화산지형, 식물, 동물, 경관, 등에 대한 조사활동을 벌인 결과를 보고하고 토론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노태섭 문화재청장은 개회사에서 "우리나라는 7건의 세계문화유산과 6건의 세계무형유산이 있지만 아직 한건의 세계자연유산도 없다"며 "제주도의 자연유산을 유네스코의 세계자연유산지구로 지정될 수 있도록 모두가 노력하자"고 말했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제주도 자연유산지구 학술조사의 개요 및 제주도 자연유산의 세계유산 등록의 의의'에 대한 제주도 자연유산 세계유산 등록 기획총괄팀장인 우경식교수(강원대)의 기조연설에 이어 각 주제발표가 이어졌다.

'제주도 자연유산지구 지정을 위한 부문별 보고로 천연동굴분포(손인석 제주도동굴연구소장), 화산지형 및 지질(이문원 강원대교수), 제주도 식물의 가치(김문홍 제주대교수), 제주도 동물의 가치(김원택 제주대교수), 한라산의 인문환경(정광중 제주교대 교수) 등의 발표가 이어졌다.

이어 세계자연유산의 의의와 제주도 (앤디 스파테 옵티말 카르스트 대표) 제주도 용암동굴과 화산지형의 세계 유산적 가치(크리스 우드 영국 버네마우스대학교수) 세계유산의 지정을 위한 관리수립전략(브레인 D. 클락 말레이시아 세계자연유산 물루공원소장) 등 외국의 자연유산지구 관계자들이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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