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들은 한 번 결혼했던 여자를 헌 물건(?)이라는 관념으로 본다. 그래서 남자의 눈으로 사물을 보는 것에 익숙해진 여자들은 자기 스스로 ‘헌 물건’이라고 생각하고 자신을 잃는다.

여자의 이혼자(또는 미망인)가 헌 물건이라면 남자의 그런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여자의 헌 물건만이 값이 떨어지고 남자의 헌 물건은 값이 내려가지 않는 것은 어떻게 된 일인가. 이해가 안 간다.

얼마 전 어느 모임에서 한 남자가 내게 말했다.

“김가영씨도 이제 적은 나이도 아니고 이혼한 경험도 있고, 재혼하기는 그렇게 쉽지는 않을걸요. 특히 한국에서는 …. 그러니 어디 기둥서방이라도 하나 정해서 …. 하하하”

무례한 그 남자는 물론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얘기를 하다 도중에 나의 독기 품은 표정을 보고는 말을 중단했다.

그런 것을 보고 걱정도 팔자라고 한다. 그리고 내 인생은 내가 정하는 것이다. 내 인생에 관심을 갖고 조목조목 상관할 시간이 있으면 자기 마누라한테 신경 쓰는 것이 훨씬 현실적일텐데.

어째서 인간은 자기 마음대로 만든 이미지로 모든 것을 정하려고 하는지 모르겠다.

인간이라는 것은 결코 숫자처럼 정할 수가 없다. 예를 들어, 눈꼬리가 올라간 사람을 두고 신경질적이라고 하는데 눈꼬리가 처진 사람이 신경질적인 사람도 얼마든지 있다.

오늘 부자라고 해서 내일도 부자일 순 없다. 또 부자라고 해서 돈을 자유롭게 쓸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돈 없는 사람이 쓸 데는 미련 없이 쓰는 경우도 얼마든지 있다.

사람은 선이든 악이든 무한의 가능성을 갖고 있다. 그것이 인간의 훌륭함이다. 또한 그래서 재미가 있는 것이다.

인간의 옳고 그름이라는 것은 그 나름대로의 입장과 살아가는 방법에 의해 나름대로의 모양이 있다.

때문에 내게 있어서의 옳음이 상대방에게 반드시 옳다고만은 할 수 없다.

자기의 자로 모든 사물을 재려고 하는 것은 위험한 습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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