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첫 선을 보인 예술전영화전용관에서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았던 독립영화가 상영된다.

11월 14일부터 프리머스시네마 제주(www.primuscinema.com) 5관 ARTPLUS(예술영화전용관)에서 상영되는 독립영화는 <여섯 개의 시선>(박찬욱 외)를 개봉으로 한 세 작품.

'진정성을 찾아 헤매는 시선들'이라는 테마를 내걸고 부산국제영화제 화제작들을 릴레이 상영한다.

이들 작품들은 개봉스크린수를 많이 잡지 못한 저예산영화나 독립제작방식으로 만든 단편.독립 영화다.

비전향 최장수 장기수 김선명을 다룬 <선택>(감독 홍기선), 한국 인권의 현주소를 여섯 감독의 시선으로 담아낸 <여섯 개의 시선>, 영매의 삶과 굿판의 절절한 사연들을 담아낸 <영매-산자와 죽은자의 화해>(박기복) 등 특별 상영작 모두 쉽게 볼 수 없는 작품들이다.

영화 프로그래머 강희진씨는 "영화매니아로 부터 호평 받은 괜찮은 작품들이지만 흥행성이 없다는 이유로 개봉관을 잡지 못하거나 개봉 1주일만에 내리는 경우가 많다"며 "진정성이 담긴 감독들의 시선과 조우하는 기쁨을 만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예술영화전용관이란?

90년대 중반 이후 한국영화 시장의 확장과 함께 배급 시스템 변화가 일면서 전국에 100개 이상 많게는 200개 이상의 스크린에 동시에 개봉하는 '와이드 개봉'이 일반화됐다.

이로인해 단기간의 흥행에 뒤질 수밖에 없는 예술영화, 저예산영화 등은 관객이 원한다 할지라도 일찍 간판을 내려야 하는 현상이 빚어졌다.

이후 2001년 겨울 관객들로부터 작품성을 인정받았음에도 불구하고 흥행에서 부진하자 일찍 간판을 내려야 했던 <와이키키 브라더스>, <라이방>, <나비>, <고양이를 부탁해> 등 네 편의 영화를 영화인과 관객들이 자발적으로 '다시보기 운동'을 벌인 일명 '와라나고' 운동이 화제가 됐다.

이에따라 영화진흥위원회는 서울의 하이퍼펙 나다, 엠파크, 뤼미에르, 씨네큐브, 광주의 광주극장, 목포 중앙시네마, 포항 아카데미극장 등 7개관에 이어 올해 리머스시네마제주 5관, 서울의 아트큐브, 씨어터 2.0, 부산의 다이아몬드시네마 6관 등 모두 전국 11개 영화관을 예술영화전용관으로 선정했다.

제주지역 최초의 멀티플렉스로 총 7개관 1,245석으로 운영되고 있는 제주시 노형동 뉴월드밸리 5층 의 프리머스시네마 제주 5관은 지난 7월 A등급 예술영화전용관으로 선정됐다.

예술영화전용관은 한국예술영화, 외국예술영화, 소형 및 단편영화, 청소년영화 등을 연간 상영일수의 5분의 3이상 상영하도록 되어 있다.

영화진흥위는 예술영화 전용관 사업의 공동 브랜드 개발을 위해 '아트 플러스 시네마 네트워크’를 구축했고 최근 공동 웹사이트(www.artpluscn.or.kr)를 오픈했다.

한편 지난 8월 아트프러스(Art+) 예술영화전용관에서 보멍(Seeing), 놀멍(Enjoying), 말고르멍(Talking)을 테마로 한 제2회 트멍영화제를 통해 70여편의 단편.독립영화를 상영한 바 있다.

 상영일정

<여섯 개의 시선> 11월 14일(금)~11월 20일(목)
<선택> 11월 21일(금) ~ 11월 27일(목)
<영매-산자와 죽은자의 화해> 11월 28일(금) ~ 12월 11일(목)
관람요금 : 청소년 및 조조 6,000원, 일반 7,000원

▲  다음은 영화 내용 및 시놉시스

<여섯 개의 시선>
2003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작
2003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파노라마
2003 벤쿠버국제영화제 초청작
책임프로듀서=이현승 1992 <그대안의 블루> 1995 <네온속으로 노을지다> 2000 <시월애>
총괄프로듀서=이진숙 2002 <뽀삐>
기획&제작=국가인권위원회
배급=청어람

▲ 2003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작 '여섯개의 시선'.

▶ 첫 번째 여행-<그녀의 무게> 상영시간 20분
'실업고 3학년 여고생의 속마음 훔쳐보기'

감독 임순례  1999 <세친구> 2001 <와이키키 브라더스> 출연 이설희

여상에 다니는 선경은 몸무게도 많이 나가고 얼굴도 그다지 예쁘지 않은 평범한 학생이다.
3학년이 시작되자 취업을 위해 몸매를 관리하라고 닦달하는 선생님들의 성화가 시작되고 학생들도 성형수술을 하는 등의 노력을 한다. 선경은 쌍꺼풀 수술을 하거나 단식원에 가기를 원하지만 무심한 엄마는 선경의 청을 거절한다. 선경은 쌍꺼풀 수술을 하기 위해 고민 끝에 위험한 결단을 내리게 되는데...

▶두 번째 여행 <그 남자의 事情> 상영시간 18분
'가까운 미래, 너무나 획일적인(모범적인) 아파트 구경하기'

감독 정재은 2001 <고양이를 부탁해> 출연 백종학 변정수 전하은

시공간이 모호한 신도시의 주거형 아파트, 4각의 건축모형인 이 아파트는 가운데의 공간이 뚫려 있어 어디서든지 주민들의 행동거지가 한눈에 보이는 신개념의 공간이다. 이 아파트에는 최근, 가상의 성범죄 사이트에서 신상 공개된 남자 A모씨가 살고 있다. 이웃으로부터 심하게 왕따를 당하는 A모씨에게 유일한 관심을 갖는 이웃의 오줌싸개 아이. 밤마다 이불에 오줌을 싸는 아이는 옷을 벗긴 채 소금을 받아오라는 엄마의 형벌을 받는다.

▶세 번째 여행 <대륙횡단> 상영시간 14분
'하고 싶은 게 많은, 웃는 모습이 선한 청년과 거리산책하기'

감독 여균동 1994 <세상밖으로> 1995 <맨?> 1997 <죽이는 이야기> 2000 <미인> 출연 김문주

김문주라는 한 뇌성마비 1급 장애인의 일상적인 사건, 감정, 기록을 열한 편의 짧은 장면으로 구성한 영화. 사랑하는 여자에게 차마 고백을 하지 못하는 장면, 친구와 허심탄회하게 자신들의 처지를 털어놓으며 스스로 무력해진 이유를 더듬는 장면, 장애인 이동투쟁으로 잡혀간 친구를 생각하며 홀로 광화문 네거리를 무단으로 횡단하는 장면은 위의 모든 장면들을 아우르며 다시 한번 장애인의 조그만 외침을 마주하게 한다.

▶네 번째 여행 <신비한 영어나라> 상영시간 12분
'교양 있고 부유한 부모 밑에서 총명하게 자라나는 아이 만나기'

감독 박진표 2002 <죽어도 좋아> 출연 김세동 동효희 김수민

1999년 겨울. 서울에 있는 한 명문 영어유치원에서는 크리스마스 발표회가 한창이다. 여섯 살 종우는 부모들의 바램에 부응하듯 아주 멋지게 영어로 발표하고 있다. 하지만 종우의 엄마는 어쩐지 만족스럽지가 않다. 종우의 영어발음이 외국 아이들에 비해 좀 떨어지는 것 같이 들린 것이다. 그로부터 3년 후 현재. 종우는 한 어린이치과 수술대위에 누워 있다. 약간의 아픔이 따르겠지만 L발음과 R발음을 향상시키기 위함이다. 과연 엄마의 생각대로 종우의 장밋빛 미래는 순탄하게 펼쳐질 것인가?

▶다섯 번째 여행 <얼굴값> 상영시간 12분
'쿨하게 잘생긴 남자와 미스코리아보다 이쁜 아가씨와의 데이트...'

감독 박광수 1988 <칠수와 만수> 1990 <그들도 우리처럼> 1991 <베를린 리포트>
            1993 <그 섬에 가고 싶다> 1995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 1998 <이재수의 난>
출연 지진희 정애연

너무나 흔히 일어날 수 있는, 그렇기 때문에 문제라고 여겨지지도 않는 하찮은 사건으로 차별에 접근한 영화. 서울의 한 병원에 위치한 장례식장의 주차장. 주차 매표 요원인 여자와 출차를 하기 위한 운전자 사이에서 시비가 붙는다. 이 여자의 직업이 외모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남자의 생각에서 출발한 하찮은 실랑이는 결국 '얼굴값 한다'는 말싸움으로까지 이어진다. 뒤에 줄이은 차량들 때문에 할 수 없이 주차장 바깥으로 나온 남자는 마침 영구행렬 중 차안의 영정사진을 보게 된다. 스치듯 지나는 영정 안의 사진은 바로...

▶여섯 번째 여행 <믿거나 말거나, 찬드라의 경우> 상영시간 28분

'평화와 사랑이 끝나지 않은 곳, 네팔로의 여행...'
감독 박찬욱 1992 <달은... 해가 꾸는 꿈> 1997 <삼인조> 2000 <공동경비구역 JSA>
            2001 <복수는 나의 것> 2003 <올드보이>
출연 찬드라 꾸마리 구릉

1990년대의 어느 날, 서울의 한 섬유공장에서 보조 미싱사로 일하던 네팔 노동자 찬드라 구릉은 공장 근처 식당에서 라면을 시켜 먹는다. 뒤늦게 지갑이 없는 사실을 안 찬드라는 계산을 하지 못하고, 식당 주인은 그를 경찰에 신고한다. 경찰은 한국어를 더듬는 찬드라를 행려병자로 취급해, 결국 6년 4개월 동안 정신병원에 수감된다. 찬드라의 시점으로 90% 촬영된 이 영화는 정신병원의 의사, 간호사, 경찰, 같이 일하던 외국인 노동자 등 실제인물 같은 배우들이 출연한다. 박찬욱 감독 등 영화 스텝들이 현재는 네팔로 돌아가 있는 찬드라를 직접 만나 촬영한 엔딩장면이 무척 인상적이다.


<선택>  상영시간 103분

▲ 베를린 국제영화제 출품작 '선택'.

-베를린국제영화제 경쟁부문
-2003 부산국제영화제 관객상 수상
-관람등급 15세 관람가, 제작사 신씨네/영필름, 배급사 청어람, 장르 드라마
-감독 홍기선, 출연 김중기/안석환/최일화/고동업
-각본 이맹유, 제작 홍기선/박건섭, 음악 최윤상, 촬영 오정옥
-감독 홍기선
2002 <선택>
1992 <가슴에 돋는 칼로 슬픔을 자르고>
      산레모 영화제심사위원 특별상
      제13회 영평상 각본상
      신인 감독상
      제29회 한국 백상예술대상 각본상
1989 <오! 꿈의 나라>

 

▶제작의도

'뜨거운 가슴이 품었던 희망을 말하고 싶다'

우리는 <일급살인>, <미드나잇 익스프레스> 등 감옥 속에서 한 인간이 갖는 자유에의 의지와 신념을 그려내는 실화에 바탕한 외국영화들을 보며 큰 감동을 느낄 수 있었지만, 이렇게 실화에 바탕한 내용으로 감동을 전해주는 우리의 영화들을 접한 기억은 많지 않다. 영화 <선택>은, 단지 사상이 다르다는 이유로 감옥에 갇히게 되면서, 교도소 측의 각종 고문과 회유에도 불구하고45년의 긴 시간 동안 자신의 신념을 끝내 지켜낸 김선명이라는 실제 인물의 삶을 통해, 한 인간이 가질 수 있는 순수한 의지와 신념, 그리고 이를 지탱케 만든 그의 뜨거운 희망을 말하는 휴먼드라마이다.

'누군가는 말해야만 한다'

영화 <선택>은 요즘의 한국영화시장에서는 만들려 시도하기도, 만들어지기도 쉽지 않은 내용의 영화이다. 조폭과 코믹 장르만이 흥행의 성공을 보장하는 영화시장의 현실은, 영화진흥위원회에서 제작지원 결정을 받은 시나리오의 높은 완성도에도 불구하고, 영화 <선택>이 제작에 돌입하게 되기까지 각종 우여곡절을 겪도록 만들었다. 하지만 영화 <선택>은 누군가는 반드시 만들어야할 명분과 완성도, 그리고 감동을 지닌 영화로, <엽기적인 그녀>를 제작한 영화사 신씨네가 공동제작을 결정하고, 이에 화답하듯 많은 배우와 스탭들이 기꺼이 참여하게 되면서 영화는 결국 빛을 보게 되었다.

'0.5평에 갇힌 한반도'

남북간의 교류가 많이 활성화되고 있고, 아시안게임에서 남북이 하나의 응원단이 되었듯 그 거리는 좁혀져가고 있는 듯 하다. 하지만 세계 유일의 분단국인 남북의 현실을 보면, 아직도 통일의 가능성은 요원해 보인다. 민주주의를 표방하는 국가에서 아직도 개인의 생각과 사상의 자유를 인정치 않는 국가보안법이 존재하고, 꺼지지 않는 불씨처럼 끈질기게 사라지지 않고 있는 레드 콤플렉스를 곳곳에서 느낄 수밖에 없는 우리에게, 영화 <선택>이 담아낸 김선명을 비롯한 비전향 장기수들의 삶은 바로 분단된 한국현대사의 비극을 보여주는 것이다. 김선명의 삶을 통해 우리는 바로 0.5평의 좁디좁은 독방에 갇혀서 아직도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는 한반도의 현실을 볼 수 있다.

시놉시스

스물다섯 살의 순박한 청년, 김선명.
해방이 되던 해,  모든 사람이 평등하게 잘 살 수 있다는 말에 매료되어 북한을 선택. 그러나 1951년 UN군에게 생포되고 만다.

15년형에서, 사형, 다시 무기징역으로 형량이 바뀌고 서울구치소에서 마포형무소, 대구에서 대전으로 이감되면서 김선명은 새로운 감방 동료들을 만나게 된다.

언제 올 지 기약도 없는 통일에만 희망을 걸고 살아가고 있는 대전교도소 좌익수들.

어느 날, 대전교도소에 새로 부임한 좌익수 전담반장 오태식은 무자비한 폭력과 협박 등 갖은 방법들을 동원해 사상을 포기하고, 전향서를 쓰도록 강요한다.

그의 무자비한 폭력 앞에 하나, 둘씩 전향을 하고...
뜻을 굽히지 않은 사람들을 목숨을 잃거나, 미쳐 버리고 만다.

김선명 또한 전향서 한 장에 인생이 바뀔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폭력과 배고픔을 견뎌내며 마지막까지 신념을 굽히지 않고 저항하는데...

<영매-산자와 죽은자의 화해>

2001 영화진흥위원회 독립영화 제작지원작 선정
2002 부산국제영화제 '와이드 앵글' 부문 상영, 운파 펀드 수상
2002 서울독립영화제 초청
2002 대만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새로운 지평 (New Horizon) 초청
2003 뮌헨다큐멘터리영화제인터내셔널 프로그램 (International Program) 진출
2003 영화진흥위원회 디지털 장편 영화 배급 지원작 선정
감독 박기복
1994 <행당동 사람들>
     <우리는 전사가 아니다>
1999 <냅둬>

제작&배급 M&F, 감독 박기복, 프로듀서 조성우, 기획 박기복/배윤희, 음악 조성우
촬영&편집 박기복, 섭외 박기복/배윤희, 연출부 김희태/채미혜/배수연, 스틸 박득중/오철민, 나레이션 설경구

▲ 2002 부산국제영화제 운파펀드 수상작 '영매'.

시놉시스

죽은 자와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있다.
경외와 천대를 동시에 받으며
살아있으면서도 귀신에 더 가까운 취급을 받는 그들... 영매(靈媒)! 죽은 사람들의 메신저로 살아가야만 하는 운명을 지닌 영매들의 고단한 삶과 그들이 펼치는 굿판에 우리가 살아가며 서로에게 지운 상처와 한, 그리고 화해와 치유의 감동적인 드라마가 펼쳐진다.

△ 영매_1

  '큰언니부터 막내까지...무당 4자매'(진도 씻김굿 - 세습무 채씨 자매)

 "나는 죽어서 태어나면 한번 이쁘게 생겨 갖고.. 가수를 하던 일등 국악인이 되든지..."
팔순을 바라보는 당골(세습무) 채정례는 악사인 남편과 함께 아직도 신을 모시고 있다. 그녀의 어머니는 진도를 들었다 놨다 할 만큼 굿을 잘 놓는 당골이었고 네 자매 모두 무업을 이어받았지만 첫째와 셋째 언니는 벌써 고인이 되었고 지금은 중풍에 걸린 언니 채둔굴(83세)과 둘만 남았다. 그녀 역시 노환에 시달리는 몸이지만 아직도 동네의 크고 작은 씻김굿을 주재한다. 자신은 무업을 정해진 운명으로 받아들이고 평생을 견뎌왔지만 자식까지 이 빈한하고 천대받는 직업을 잇는 것이 두려워 8남매 모두 밖으로 내보냈는데 이제와선 세상이 좋아져 한 명이라도 가르칠걸 그랬다는 후회를 웃으며 말한다. 평생 하대를 받으며 고생스레 살아온 팔순 할머니의 예쁘게 다시 태어나서 가수를 하고 싶다는 소원은 순박하면서도 가슴 짠한 느낌을 전해준다.

촬영 막바지, 언니 채둔굴이 사망하자 고생만 하며 외로운 말년을 보낸 언니를 위로하기 위해 눈물을 흘리며 손수 씻김굿을 준비한다.

△ 영매_2

 '한 맺힌 엄마 몸신이 들어와 괴롭고, 농사일로 고된 시골아낙'(진도 강신무 박영자)
 
  "무당은 내 몸뚱이 갖고도 내 맘대로 못 산다니까..."

강신무로 유명한 그녀는 굿을 하려는 손님이 도시에 비해 적은 농촌의 현실 때문에 농사와 무업을 병행하는 고된 삶을 산다. 진도에선 씻김굿을 해야 돈이 되는걸 알지만 글을 모르는 그녀는 씻김굿을 배울 수가 없어 아쉽기만 하다.
자신의 몸이 자신이 맘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약을 먹으면 오히려 더 아프고, 가끔 굿을 해야 그녀의 몸이 나아진다는 그녀의 말은 어딘가 가슴 한켠을 저리게 한다.
어느 날, 동네 아낙이 의뢰한 굿을 하던 중 갑자기 돌아가신 어머니의 영이 몸에 들어와 당신의 사위에게 딸을 그만 고생시키라고 원통함을 토로한다. 당신 자신도 생전에 한쪽 발이 없는데다 치매에까지 걸려 한이 많았다고 한다. 
그래서 그녀는 가끔 그녀의 몸신(조상)을 위한 굿을 벌인다. 그래야만 그녀도 아프지 않게 지낼 수 있기 때문이다. 역시 모든 근원적인 상처는 가족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영매_3

  '엄마는 갑자기 신통한 손뼉무당,
  딸도 엄마에게 내림굿 받은 장군신의 제자'(인천의 황해도 굿 - 강신무 박미정 모녀)

" 어느 순간, 깨달아 지는 거예요.
 살아 계실 때 어머니가 풀고 가셔야지 원이 쌓여 세상을 떠 내 곁에 오시면
항상 원망하고 ...살아서 화해하는게 훨씬 쉬워요."

스물일곱에 신내림 받아 10년째 점을 치고 굿을 하는 박미정은 그간 자신이 모시는 신과 어머니의 몸신의 티격으로 모녀 사이의 불화가 심했다. 그러나 그녀는 이제 그렇게 한 맺힌 채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화해하는 것보다는 살아서의 화해가 더 쉬운 길임을 깨닫고 눈물을 훔친다.
그녀에겐 돈이 없어 배추를 대신 갖다 주는 노점상서부터 살풀이굿을 의뢰하는 아주머니까지 단골이 많다. 어느 날 그녀는 신들린 상태에서 굿을 하다 얼마 안가 상이 난다고 귀뜸을 해주었지만 제갓집(굿 의뢰인)에서는 설마 하며 한 귀로 흘렸다. 한 달 후, 제갓집 큰아들이 불의의 사고로 약관의 나이에 목숨을 잃자, 자식을 잃은 어미는 회한에 몸서리치며 아들의 원혼을 달래는 진오귀굿을 부탁한다. 강신무 박미정은 이승의 어머니와 저승의 아들이 마지막 만나는 자리를 위해 자신을 내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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