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연을 들으면서 솔직히 부끄러웠다.
 
일본에서 우리말로 쓰는 작가는 나 혼자뿐이라면서 자부하며 한글 사랑을 역설해 왔던 필자로서는 더욱 그랬다.
 
2월 28일 오후 두시부터 효고현<兵庫縣> 타카라쓰카<宝塚>에서 열린 노마 히데키<野間 秀樹.59> 교수의 "한글의 탄생 강연회"에는 평일인데도 불구하고 380명의 객석이 꽉 찼다.
 
막연하게 알았던 한글의 우수성을 다각도로 분석하여 과학화한 논리에 필자만이 아니고 강연을 들었던 모든 청중이 납득했다.
 
인구 약 22만 7천명의 타카라쓰카시에 약 2,156명의 재일동포가 사는 곳에서 "한글의 탄생"이라는 강연 기획 자체부터가 파격적이었다.
 
저화자찬으로 끝나버릴 가능성이 많은 모국의 교수나 동포 교수의 강연도 아니고 외국어로서 배우고 연구해온 일본인 교수의 강연이기 때문에 더욱 빛났다.
 
청중 대부분이 일본인들이었지만 그들만이 아니고 필자를 비롯한 동포들까지 객관적으로 들을 수 있는 강연이었다.
 
15세기 조선 왕조 당시 태어난 문자 체계 훈민정음은 단순한 문자 체계만이 아니었다.
 
한반도에는 약 천년에 걸쳐서  <쓰여진 언어>는 모두 한자 한문이었다.
 
조선어로 <말했던 언어>로서 쓰여진 적은 없었다.
 
국민들이 소중히 여긴 모어<母語> 조선어는 다만 말하는데 지나지 않고 쓰여진 적이 없었다.
 
조선왕조 제4대 세종대왕은 지금까지 누구도 본 적이 없는 조선어의 <쓰여진 언어>를 창제한다.
 
이것에 놀란 당시의 지식인들은 목숨을 걸고 왕에게 직소하면서 훈민정음의 창제를 반대한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당시 반대했던 집현전 학자 최만리 등을 사대주의자로서 매도하고 부정했지만 노마 교수는 생명을 걸고 정면으로 반대한 그들의 학자 혼도 인정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도 인상적이었다.
 
또한 이러한 움직임은 한국 국내 학계에서도 일어나고 있다고 들려주었다.
 
훈민정음이라고 불리웠던 문자의 창제와 성장은 한만도의 "지<知>"의 개념을 근본적으로 변혁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했다.
 
지구상에 약 3천 이상의 언어가 있고 약 40여개의 글자가 현재 사용되고 있지만 1446년에 반포된 훈민정음은 탄생의 의미와 언어의 과학화가 명백하고 이것을 훈민정음 속에 넣었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예는 언어학 사상 처음 있는 일이라고 했다.
 
전문가들끼리 모여서 개최하는 언어학 심포지움도 언어학이라는 개념이 주는 테마성으로 때로는 진부하고 따분할 때가 있다.
 
전문성이 전혀 없는 일반 청중을 대상으로 강연할 때는 더욱 그렇다.
 
그러나 노마 교수는 이 점을 여유 있게 극복하고 장내의 웃음까지 자아내게 했다.
 
글자만의 영상화가 아니고 그림과 사진과 때로는 자신의 사진까지 영상 속에 곁들여서 청중을 즐겁게 했다.
 
한때 금진곡이었던 임진강이라는 노래를 일본 가수가 부른 곡과 양희은 가수가 부른 것을 삽입 시켜서 자신의 대학 시절의 사진을 영상 속에 넣고 청춘 시절을 회상하면서 한글과 겹붙이는 노련함에는 머리를 숙였다.
 
노마 히데키 교수는 현재 일본 국제교양대학 객원 교수이며 1996년부터 일년간 서울대학교  문화연구소 특별연구원을 지냈고 전문은 조선언어학, 일한 대조언어학, 학국어교육이다.
 
2004년부터 2년간 엔.에취.케이 텔레비한글강좌 감수, 라디오 한글강사를 역임했다.    
 
2005년 대한민국 문화훈장 수상. 2010년 일본 아시아.태평양상을 수상했다.
 
저서로는 <한글의 탄생> <한국어 어휘와 문법의 상관 구조> <지복至福의 조선어> 편저에 <한국어 교육론 강좌> 전4권등이 있다.
 
강연회는 타카라쓰카시. 타카라쓰카시 국제교류협회. 타카라쓰카시 외국인시민 문화교류협회 주최로 열렸다.
 
강사 소개를 한 김예곤 타카라쓰카시 외국인시민 문화교류협회 상담역은 노마 히데키 교수와의 교류와 노마 교수가 한국의 유명한 한국어학 교수들과의 교류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해 주셔서 강연을 듣는데 많은 참고가 되었다.
 
또 이 강연회에는 <주코베 한국총영사관>에서 공관을 대표하여 교육 담당의 김인국 영사도 참가하여 강연회의 관심도를 높였는데 필자도 최근에 들은 강연들 중에서 질 높은 강연이었다.<제주투데이>


▶1949년12월 제주시 삼양출신,  1973년 병역마치고 도일, 1979년「현대문학」11월호 단편「오염지대」초회추천, 1980년<오사카 문학학교>1년 수료(본과52기), 1987년「문학정신」8월호 단편「영가로 추천 완료,  중편「이쿠노 아리랑」으로 2005년 제7회 해외문학상 수상, 2006년 소설집 <이쿠노 아리랑>발간, 2007년 <이쿠노 아리랑>으로 제16회 해외한국 문학상 수상, 1996년 일본 중앙일간지 <산케이신문 주최 <한국과 어떻게 사귈 것인가> 소논문 1위 입상. 2003년 인터넷 신문「제주투데이」'김길호의일본이야기'컬럼 연재중, 한국문인협회,해외문인협회,제주문인협회 회원. 현재 일본 오사카에 거주하면서 집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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