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들의 사회참여가 확대됨에 따라 여성들의 의식이 크게 달라지고 있는 데도 사회정책은 제자리 걸음을 면치 못하고 있다.

과거 여성들은 교육 수준도 낮았고 집에서 살림만 잘 하면 된다고 여겨졌으나 요즘은 남성들처럼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으며 적극적으로 사회 생활을 하고 있다.

20∼40대 여성들의 경제활동 인구도 48%(1996년 기준)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나는 등 여성들이 남성들과 대등한 입장에서 사회생활을 하는 것처럼 보여진다.  

정말 여성들의 지위가 향상돼 남성들과 대등한 입장에서 사회생활을 하고 있는 것일까?

'2003년 제주도 여성정책 및 예산 성인지적 분석' 보고서

최근 (사)제주여민회에서는 '제주도 2차 여성정책 4개년 계획'과 '제주도 2003년 예산서'를 중심으로 '정부의 2차 여성정책 기본계획이 제주도의 여성정책에 얼마나 충실히 실현되고 있는지',  '실질적 양성평등 사회 실현을 위한 성주류화 기반수준은 어떤지' 등을 분석한 '2003년 제주도 여성정책 및 예산 성인지적 분석' 보고서를 내놔 관심을 끌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여성의식과 성평등 의식은 빠르게 변화·발전하고 있음에도 여성에 대한 사업과 예산은 전통적으로 해 왔던 사업의 반복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민회는 분석을 통해 여러 가지 문제점을 지적했다.

결과 보고서를 중심으로 제주 여성들의 지위가 어디쯤인지 가늠해 본다.

▲ 하위직에 여성공무원 많다

전체 공무원 1454명 중 여성공무원은 202명(13.89%)으로 기능직(44.21%)-계약직(22.73%)-연구지도직(14.02%)-별정직(12.82%)-일반직(8.36%)-소방직(4.78%)순으로 돼 있다.

전체 일반직 여성 공무원이 8.36%라는 것은 상대적으로 승진·보직의 기회가 적다는 것을 의미한다. 부서 중 여성공무원이 가장 많은 곳은 여성문화센터(60%)와 여성정책과(50.0%)로 여성관련 부서를 제외하면 공무원이 30%이상인 곳은 보건위생과 6명(46.2%), 사회복지과 5명(35.7%), 스포츠산업과 3명(30%), 정보화담당관실(32%) 등 4곳뿐이다.

이에 비해 일반직 여성공무원이 한 명도 없는 곳도 있는데 예산담당관실을 비롯한 20개 부서가 그렇다. 일반직 공무원 중 4급 이상 여성공무원은 한 명도 없으며, 5급 이상 공무원은 3명으로 여성정책과, 여성교육문화센터, 보건위생과에 각 1명씩이다.

그리고 예산, 감사, 인사, 기획 등 주요 4개 부서의 여성공무원은 4개 부서 일반직공무원(76명)의 1.9%(4명)를 차지한다.

이처럼 고위직 여성공무원이 적다는 것은 정책결정 과정에서 여성의 참여나 공직사회에서 여성의 대표성 제고가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 여성 위원 절대 부족

여성을 정책결정과정에 참여시키고 여성의 실질적인 사회참여를 보장하기 위한 제주도의 각종위원회의 여성 참여 현황은 6월 현재 31.1%로 30%목표 달성은 초과했지만 당연직 여성위원을 포함한 전체 여성참여율은 24%에 머물고 있다.

이는 정책결정과정에 참여하는 당연직 위원인 고위직 여성공무원이 현저히 낮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60개 위원회 중 행정심판위원회를 비롯한 4개소에 위촉직 여성위원이 한 명도 없는가 하면 인사위원회와 재정계획심의위원회 등은 당연직 여성위원이 한 명도 없다.

또한 제주도의원 전체 19명 중 여성의원은 2명으로 비례대표직이며 선출직 여성의원은 없는 실정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제주도의회에 여성특별위원회가 구성돼 있지 않다.

▲ 여성발전기금 확보, 구체적이어야

여성발전기금은 여성의 권익향상과 양성평등을 이루기 위해 매우 소중한 재원이다. 제주도는 1998년부터 여성발전기금을 조성하기 시작해서 2001년부터는 그 이자수익으로 여성발전기금을 운용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민선2기는 여성발전기금 목표액을 20억 원으로 정했으나 2002년까지 그 목표액을 달성하지 못했음에도(2002년 현재 약11억) 민선3기 공약에서는 목표액을 50억으로 상향 발표했다.

4년 동안에 약 40억원의 기금을 조성하려면 1년에 10억씩을 적립해야 하나 올해 예산에는 3억원이 편성됐을 뿐이다. 이에 따라 여민회에서는 여성발전기금 50억원을 확보하기 위해 구체적인 방안이 제시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 여성정책은 수혜적 차원의 복지인가

여성정책 전담부서 예산 중 성인지성이 없는 예산을 제외한 예산과 타부서의 여성대상예산, 그리고 여성발전기금 중 전출금을 포함한 예산을 여성정책 총예산이라 한다.

이에 따른 제주도 여성정책 총예산은 209억6807만여원으로 이 중 여성정책 전담부서의 예산은 92.82%를 차지하고 있다.

여성정책 담당부서의 예산 세항은 여성복지, 유아복지, 여성교육문화센터로 구분돼 있지만 실제로 여성정책 담당 부서의 업무는 여성정책, 여성복지, 유아복지, 여성교육문화센터로 구분돼 있다.

이는 여성정책에 관한 예산이 여성복지에 포함돼 있는 것으로 여성정책을 수혜적 차원의 복지개념으로만 사고하고 있음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 여성의 지위 향상을 위한 제안...상대적 평등 추구해야

일반적으로 알려진 제주여성의 활발한 사회·경제적 활동에 비해 사회적으로 제주여성의 지위는 매우 낮다고 볼 수 있다며 몇 가지 제안을 했다.

여성발전기본조례를 조속히 제정할 것과 여성정책을 총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여성백서를 정기적으로 발행할 것을 요구했다.

또한 여성국제교류 사업은 여성단체 임원 중심의 선심성 행사를 지양하고 여성 정책의 선진화를 위한 목적지향적인 사업으로 계획·집행되야 하며 제주도와 소속기관에서 조사·관리하는 각종 통계 및 자료의 성별분리통계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정책결정과정의 여성참여를 위해 여성공무원의 고위직 진출을 확대하고 주요 부서에 여성공무원을 전진 배치시켜 경쟁력 있는 여성공무원을 육성하고 각종 위원회에 당연직을 포함한 여성위원 40%할당제를 도입할 것을 제기했다.

마지막으로 공무원의 양성평등의식 제고를 위한 교육을 강화할 것과 미스코리아 선발대회에 대한 예산 지원을 중단하도록 요구했다.

제주여민회 윤홍경숙 사무국장은 "단순히 숫적으로 똑같이 해 주는 절대적 평등이 아니라 여성과 남성의 차이를 인정한 상대적 평등을 추구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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