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우완 정통파 투수 오봉옥(35)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바로 전무후무한 ‘승률 100%' 기록이다. 오봉옥은 삼성에서 프로에 데뷔한 지난 1992년 38경기에서 13승 무패 2세이브, 승률 100% 신화를 창조하며 승률왕 타이틀을 땄다.

오봉옥은 그러나 올 시즌 4경기에 출장해 승패 기록 없이 방어율 5.79의 저조한 기록을 남겼다. 결국 지난 10월 22일 기아에서 방출됐다.

이대로 추락하고 말 것인가.

오봉옥은 그러나 다시 재기의 칼날을 세웠다. 우선 금주다. 오봉옥은 호주가로 유명하다. 오봉옥은 “술을 마시는 일이 없을 것이다. 만족할 만한 성적을 내고 시즌이 끝난 다음이면 모를까”라며 강도 높은 훈련을 다짐하고 있다.

게다가 대박을 기대할 수 있는 이른바 ‘FA선수’는 아니지만 어느 팀에나 갈 수 있는 자유계약 선수. 보통 방출되면 유니폼을 벗는 경우가 많다. 방출은 연봉에 비해 활용도가 너무 떨어진다는 의미. 오봉옥은 그래도 행복한 편이다. 비록 방출됐지만 한화와 롯데의 러브콜을 받았기 때문이다.

오봉옥은 야구의 불모지, 제주출신 첫 프로야구 선수다. 오봉옥은 2000년 제주에서 열린 프로야구 올스타전을 잊을 수 없다. 제주도의 수퍼스타는 이승엽이 아니라 오봉옥이었다.

국내 프로야구 선수 가운데 유일하게 제주도 출신인 오봉옥은 감독추천 올스타로 선정돼 1986년 제주 남원중학교를 졸업한지 14년 만에 화려한 올스타가 돼 고향 땅을 밟게 됐다.

당시 야구를 하고 싶었던 오봉옥은 제주도내 고교 중 야구부가 있는 학교가 없어 물을 건너 포철공고와 영남대를 거쳐 92년 삼성에 입단했다.

오봉옥은 그 해 13승 무패의 성적으로 승률 1위를 차지하며 스타덤에 올랐고, 남제주군 남원읍 출신이란 게 화제가 되면서 ‘돌하루방’이라는 별명까지 얻게 됐다.

오봉옥은 그러나 선수생활이 순탄한 게 아니었다. 1992년 프로데뷔와 함께 불패신화를 만들어낸 오봉옥은 1993년 2승 7패 7세이브, 1994년에는 단 한번의 승리도 올리지 못하는 등 추락을 거듭했다.

더욱이 오봉옥은 1995년 6승 9패 5세이브, 방어율 2.90을 기록하며 부활의 날개를 펴는 듯 했으나, 교통사고로 중상을 입고 삼성으로부터 방출되고 만다.

오봉옥은 1996년 쌍방울 레이더스로 옮길 때만 해도 재기가 불투명했다. 그러나 오봉옥은 재기에 성공했다. 그의 재기에는 투수출신인 김성근 감독의 기량전수와 꼼꼼한 선수관리가 한 몫하면서 완투용 선발투수로 도약하게 된다.

오봉옥의 쌍방울 입단은 그가 부상으로 입원해 있을 때 김성근 감독이 투수력 보강을 위해 입단여부를 타진하면서 이루어 진 것인데 당시 오봉옥의 연봉은 4000만원이다.

오봉옥은 그러나 쌍방울로 이적한 첫해인 1996년 9승 7패 4세이브로 부활의 조짐을 보였으나 다시 부진, 1999년 4월 기아의 전신인 해태로 이적해 본격적인 마무리 투수로 나서게 된다.

오봉옥은 해태로 옮긴 후 해마다 100이닝을 넘기는 투혼을 발휘한다. “시련은 있지만 좌절은 없다”며 다시 이를 악문 것. 오봉옥은 특히 140km대 후반의 묵직한 직구와 노련한 마운드 운영을 되찾아 비로소 믿음직한 마무리 투수로서 벤치의 신임을 얻게 됐다.

오히려 벤치에서 마무리 때문에 걱정을 해야할 상황이었다. 뒷문 단속을 제대로 못해서가 아니라 너무 잘해서 탈이 날까 걱정하기 때문이다.

큰 점수차이로 앞서고 있어도 뒷문이 불안해 언제 뒤집어질지 안절부절 하던 해태가 박빙의 리드를 지키고 있어도 예전처럼 크게 걱정하지 않게 된 것. 최고 147km의 강속구와 예리한 슬라이더, 포크볼의 위력…. 든든한 마무리 투수 오봉옥이 있었기 때문이다.

오봉옥은 1999년에는 6승 9패 8세이브(방어율 3.40), 2000년에는 4승 7패 8세이브(방어율2.86), 2001년에는 5승 5패 14세이브(방어율 4.74)을 기록하면서 프로데뷔 10년만에 억대 연봉을 돌파했다.

오봉옥은 2002년 연봉 재계약 협상에서 2001년(9200만원)보다 41.3% 인상된 1억3000만원에 도장을 찍었다. 당시 오봉옥은 “해태에서 기아로 바뀐 뒤 운동만 열심히 하면 돈은 얼마든지 벌 수 있다는 것을 절실히 깨달았다”며 만족감을 표시했다.

오봉옥은 그러나 올 시즌 부진을 거듭해 팀에서 방출됨으로써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다. 이대로 좌절하고 말 것인가.

오봉옥은 다시 도약의 날개짓을 한다. 다음 시즌 보직이 무엇이든 팀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것. 훈련에만 열중키로 했다. 무엇보다 정신력이 중요하다는 사실도 새삼 느낀다.

오봉옥은 방출된 뒤 한화로부터 연락을 받고 가벼운 테스트를 거쳤고, 한화 유승안 감독은 “아직 구위가 살아 있다”며 계약의 뜻을 내비쳤다. 롯데도 상황은 비슷했다. 롯데 양상문 감독도 오봉옥의 구위를 본 뒤 곧바로 계약할 뜻을 나타냈고, 롯데측도 계약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느긋한 백수, 오봉옥은 이렇게 말한다. “그저 그런 방출 선수가 아니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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