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적인 골프장은 전국 어느 곳에나 있다. 개발업자들은 저마다 '환경친화' '친환경적'을 표방한다. 호텔, 리조트, 콘도미니엄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정작 제주도가 관광 1번지로서 승승장구할 수 있었던 비결은 때묻지 않은 자연임을 두 말할 것도 없다.

이제 '깃발 관광문화’(깃발을 든 가이드를 따라 단체로 움직이는 관광 행태)는 끝났다. 지정된 식당과 기념품점에서만 돈을 써야 하고, 버스에 오르라면 군말 없이 타야 하는 여행은 이젠 관광이 아니라 '고행(苦行)'이다.

그들은 감탄한다. 도로에서 한 발자국 제주 속의 또 다른 제주. 남모르는 제주의 속살을 만날 수 있다. 아득한 옛날 두꺼운 지각을 뚫고 나온 대지의 숨구멍인 368개의 오름, 원시의 날 내음이 물씬 적셔오는 중산간 곶자왈지대에 감탄한다.

그들은 걷고 싶어한다. 뻥 뚫린 해안도로가 아니라 숭숭 구멍이 난 화산 돌 위를 걷고 싶어한다. 무엇보다 때묻지 않은 자연의 힘, 돌과 흙, 청정바다, 그 냄새와 정기를 느끼고 싶어한다.

그들은 말한다. 섬을 한바퀴 도는 데 한나절이면 족하다고 하는 사람들은 한라산이 드리운 깊고 넓은 그늘을 모른다고. 태양 빛의 높고 낮음, 그리고 양에 따라 쪽빛에서 잘 익은 홍옥빛으로 시시각각 변하는 제주바다를 모른 사람들에게 제주관광을 아무리 홍보해봐야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그러나 우리의 관광개발정책은 거꾸로 가고 있다. 환경이 파괴되든 말든 편리함만 쫓고 있다. 실제로 선진국들은 훼손된 환경복원에 역량을 쏟아 붓고 있다.

모래+시멘트+자갈+물= 콘크리트. 회색빛 콘크리트는 자연과 대비되는 인공의 상징이다.

사람들은 물론 콘크리트에서 편의를 얻고 있다. 그러나 이 삭막한 구조물 때문에 우리는 소통(疏通)을 잃고 있다. 성장이란 목표를 향해 화려하고 세련되고 비움보다 채움에 매료돼온 결과 훼손되지 않은 원시의 자연을 잃어버리고 있다.

최근 신화역사공원이 들어서는 서광 곶자왈지대에 다녀왔다. 환경영향평가가 나오기도 전에 굴취허가를 내주고, 또 이 과정에서 4만3930㎡의 곶자왈지대가 불법 훼손된 현장이다. 개발사업시행예정자인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와 남제주군이 묵인하지 않고서는 도저히 일어날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그러면서 그들은 여전히 친환경 개발이라고 부른다.

친환경은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생태 7등급 지역인 곶자왈지대에는 최소한의 산책로만 두자. 이곳에다 굳이 관광호텔 1·2에 가족호텔, 콘도미니엄, 워터파크를 갖출 필요까지 있겠는가?

그만한 규모의 워터파크와 숙박시설은 강원도에도 있다. 왜 관광개발이 이처럼 획일적인가?

차라리 숙박시설을 단지화 할 게 아니라 소규모의 숙박시설을 부지 내 방목지나 농경지를 활용해 자연 생태적으로 조성할 수는 없는가? 누차 강조했듯 제주의 허파, 제주생태계의 보루인 그 곳에다 롯데호텔이나 신라호텔 같은 시설물이 왜 필요한가?

골프장, 리조트, 콘크리트 빌딩은 내륙에도 많다. 풍치미관 훼손, 자연녹지 파괴, 생태계 교란, 수질오염과 공해를 최대한 막으려는 확고한 의지와 대책 없이는 제주도를 지키기 힘들다.

관광객들도 결국 등을 돌리고 말 것이다. 때묻지 않은 아름다운 제주자연이 제주관광의 차별화다.

자연은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어야 아름답다. 당장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가시적 성과가 드러나는 건설·개발 위주의 정책은 장기적으로 파국을 부를 것이다. 그 점을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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