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중동 죽이기가 아닌 신문살리기가 언론개혁

 프레스센터에 위치한 전국언론노조 사무실 앞에는 한겨레신문 장봉군 화백의 만평이 걸려있다. 그 내용은 “언론개혁, 조중동 죽이기란 환상을 버려. 이제 신문살리기야!”이다. 신문살리기는 그 자체만로도 언론개혁의 한 영역이 될 만큼 중요한 과제인 것이다. 불과 5년 만에 한국 전체 가구 구독자의 17%가 신문을 끊었다는 통계가 나올 정도로 신문의 추락세는 가파랐다. 그러다보니 종합일간지를 비롯한 각 매체에서도 신문은 지식산업의 기반이 된다며, 정부와 국민 모두에게 신문에 관심을 가져줄 것을 부탁하기도 한다. 이러다간 조중동까지 포함하여, 돈주고 신문 사보기라는 새로운 언론운동의 실천방안이 나올 법도 하다.
 
 그러나 이렇게 신문 유료 독자들이 급격히 감소하는 와중에 인터넷에서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무려 120여개의 신문사들의 기사가 네이버, 다음, 야후 등 각 포털 사이트에 버젓이 게재되어있는 것이다. 문제는 그 기사들이 모두 공짜는 데 있다. 더 놀라운 것은 이렇게 포털 사이트에 기사를 제공한 측이 바로 신문사 자신들이라는 점이다. 그들은 자신들의 신문을 돈주고 사봐달라고 애원하는 한편, 그 반대 쪽에서는 인터넷 포털 사이트를 통해 자신들의 기사를 무료로 뿌려대고 있었던 것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었던 것일까?

 사상 최대의 무가 언론 포털

  2000년 이후 인터넷 거품으로 종이신문들은 무분별하게 인터넷 진출을 서둘렀다. 그뒤 언론 권력으로 성장하게 된 각 포털 사이트에 기사를 팔면서 수익도 올리고 영향력도 확보할 수 있다는 오판을 내리게 되었다. 각 종합일간지와 스포츠지는 포털 사이트에 많게는 1000만원, 적게는 200만원 정도의 헐값에 자사의 기사 전부를 넘기게 된다. 때마침 다음, 네이버, 야후 등의 포털 사이트는 검색과 메일 서비스에서, 까페와 블로그를 넘어, 복합 미디어를 향후 사업모델로 잡고 있었다. 특히 다음의 이재웅 대표는 수 차례의 강연과 인터뷰를 통해 “다음의 경쟁상대는 인터넷이 아니라 KBS와 조선일보이다. 포털은 조만간 미디어가 될 것이다”라며 포털의 미디어로서의 정체성을 분명히 하기도 했다.
 
 2002년 대선 이후 각 포털들은 언론사들의 기사를 경쟁적으로 끌어들였다. 그리고 그들은 뉴스팀장을 임명하여 서서히 편집을 하기 시작했다. 사설 BBS 시절에 하이텔, 천리안 등이 각 언론사의 뉴스를 시간순서대로 올렸던 것과 비교하면, 이는 사실 상 기사의 취사선택이라는 언론 고유의 기능을 담당한 것이다. 각 포털은 각 언론사로부터 하루에 1만여개의 기사를 받아 자사의 기준에 따라 기사를 배치하고 제목을 정하고, 기사와 연동하여, 인기검색어와 인기기사 등을 정한다. 하루 천만명 이상의 네티즌이 방문하는 포털 사이트의 대중적 영향력에 따라, 그들이 정한 대로 사회적 이슈는 따라가게 된다. 특히 언론사와 달리, 정책이나 이념에 따른 편집기준이 마련되어 있지 않은 포털의 특성 상, 하나의 포털이 이슈를 정하면, 나머지 포털들은 이를 따라가기 마련이다. 기사 하나가 인기를 얻으면 모든 포털의 메인에 배치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포털이 정한 이슈는 대부분 선정적이고 천박하며, 그 소재의 폭도 좁기 마련이다. 연예인 X파일 사건 때, 네이버에는 관련 기사가 첫날에만 180여개가 올라오고, 이은주 사건 때는 각 포털 마다 400여개의 기사가 몰리는 현상이 비일비재하다. 그러면서 포털의 편집에서 배제된 이슈는 묻혀버리는 것이다.

 그러나 언론사 입장에서 가장 큰 문제가 되는 것은 포털의 뉴스서비스 역시 무료라는 점이다. 한 인터넷광고대행사의 조사에 따르면 네티즌들의 87%는 해당 언론사닷컴이 아닌 포털에서 뉴스를 읽는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특히 그들 대부분은 포털에서 읽은 기사가 어느 언론사의 것인지조차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자료도 나온 바 있다. 해당 언론사닷컴도 아닌 포털에서 편집해준 대로 뉴스를 읽는 네티즌들이 돈을 주고 종이신문을 사볼 필요성을 과연 느낄 수 있겠는가?
 
 포털과 종이신문의 윈윈관계는 없다

 미디어다음의 최정훈 뉴스팀장은 언론광장 주최 토론회에서 기존언론과 포털의 윈윈방식이 구체적으로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그는 “아직까지 구체적인 방향은 모르겠지만, 향후 윈윈 관계가 설정될 것이다”라는 취지의 답변을 했다. 그러나 포털과 기존 언론 간에 윈윈관계가 형성되기란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다. 비유를 들자면 이렇다. 조그만 공장이 있다. 여기서 상품을 만들자마자, 이웃에 있는 거대한 백화점에 상품을 보낸다. 자사에서 직접 팔기도 전에 그 백화점은 상품을 공짜로 유포시킨다. 현재 기존언론사와 포털의 관계는 이런 상황이다. 과연 이 관계에서 윈윈의 방향을 찾는다는 게 가능하겠는가?
 
 특히 포털이 언론권력화된 이후, 각 포털의 제휴업체를 기하급수적으로 늘리고 있다. 10여개의 콘텐츠 제휴사로 시작한 네이버가 현재 단 1년 만에 100여개 업체로 늘리면서 콘텐츠 가격은 그와 반비례로 떨어지고 있다. 신문의 질을 비판하는 사람들은 과연 돈을 주고서 구독을 하거나 인터넷유료회원을 받을 만한 컨텐츠를 보유했냐고 반문한다. 대부분의 언론학자들 역시 이제 신문지면을 유료의 가차기 있는 고급콘텐츠로 하루빨리 개편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랬을 때, 무료로 자사의 콘텐츠를 유포하는 포털과 어떤 관계가 설정될 수 있을 것인가? 포털 언론의 성장은 무료이기 때문에 가능했다. 지금이라도 포털이 만약 뉴스서비스를 유료화한다면 그 세는 크게 위축될 것이다. 각 음악 스트리밍 사이트가 유료화를 요구받았듯이, 해당 언론사들은 포털에 뉴스서비스 유료화를 요구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더라도 자사의 뉴스를 헐값에 거대 유통업체에 파는 행위는 경영적으로도 정당해 보이지 않는다. 현재로서는 어떤 방법을 쓰더라도 포털과 기존언론의 윈윈관계는 불가능한 것이다.

 포털과 독립 인터넷언론은 한배를 탔는가?

 한국기자협회의 이상기 회장은 한 토론회에서 오마이뉴스의 정운현 전 편집국장을 상대로 “무가지가 무료이기 때문에 언론이 아니라면, 각 독립인터넷 언론도 무료로 서비스한다는 점에서 문제가 되지 않는가?”라는 반문을 한 바 있다. 종이신문의 온라인닷컴이 모두 무료이듯 오마이뉴스, 프레시안, 브레이크뉴스 등 독립 인터넷언론도 무료이다. 그러나 독립 인터넷언론은 따로 유가 지면매체를 보유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포털로 인한 피해를 그리 크게 입지는 않는다. 오히려 경우에 따라서는 포털과 이해를 같이 하기도 한다.
 
 독립 인터넷언론의 수입원은 구독료가 없기 때문에 광고와 포털로부터 받는 콘텐츠 제공료 등이 전부이다. 특히 포털이 뉴스서비스를 강화하면서, 포털과의 제휴는 매우 중요한 사업 분야가 되었다. 포털로부터 수익을 얻는 것은 물론이며, 대중적 인지도가 떨어지는 자사의 매체를 인터넷 상에서 널리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5대 스포츠신문들이 네이버, 다음 등과의 제휴를 끊고 당시 신생 포털이었던 파란닷컴과 독점 계약을 맺으면서, 포털 공급용 인터넷 매체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났다. 주로 스포츠신문의 영역이었던 연예콘텐츠를 공급하면서, 이들은 수익의 100%를 포털에 의존하고 있다. 포털은 이들과 계약할 때 기자 한 명당 기사 개수를 명시하여, 사실 상 편집에 개입을 하고 있다. 만약 기자 한 명이 하루에 다섯 개의 기사를 쓰기로 포털과 계약한다면, 그 기자는 심층취재기사는 포기하고, 오직 보도자료에 의존하는 베끼기형 기사만 생산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러한 매체는 독립형 인터넷언론이라기 보다는 포털의 하청업체라 규정하는 게 맞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독립형 인터넷매체든 포털 하청업체든 분명한 것은 이들이 지금까지는 포털과 이해관계를 함께 해왔다는 것이다. 그 증거로는 연예인X파일 사건 이후, 각 방송사에서 포털 책임론 및 포털 자정론 등의 기사를 내보낸 반면, 이들 인터넷 매체는 포털에 대한 비판을 데스크에서부터 철저히 차단시켰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마치 조선일보에 의존하던 출판사들이 조선일보 비판을 하지 못했듯이, 포털로부터 이익을 취하던지 혹은 포털에 기생하는 매체들은 포털을 감히 비판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포털과 사업적으로 얽혀있는 인터넷신문협회에서 7월 28일 시행예정인 새 언론법 제정 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한 것은 문제가 있다. 이들은 새 언론법에 인터넷 언론의 범주를 ‘독자적 기사 생산’이라는 기준을 적용할 것을 요구했고, 이것이 받아들여져, 포털은 현재 가장 강력한 언론권력을 행사하면서도, 언론으로서의 법적 책임에서 면죄부를 받게 되었다. 물론 당시에는 포털의 천박한 저널리즘은 언론으로 볼 수 없다는 논리가 있었다. 그러나 지금의 포털이 언론법 제정 토론 당시와는 비교할 수도 없을 정도로 언론권력화되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독자적 기사 생산’이라는 조항은 재검토해야 한다. 이들의 주장을 100번 선의로 받아준다 해도, 만약 포털을 도저히 언론으로 인정할 수 없을 정도로 상업적인 공간이라 인식하고 있다면, 자사의 기사를 팔아넘기는 행위 역시 중단해야할 것이다. 버젓히 기사를 팔아 돈을 벌고 있으면서, 유일하게 포털을 규제할 수 있는 언론법에서조차 빼주면 도대체 무엇을 어떻게 하자는 것인가?
 
 또한 장기적으로 보면 매체의 중심이 포털로 옮겨간다는 점에서 포털 하청업체가 아닌 독립 인터넷언론도 포털의 편집에 종속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독립 인터넷언론 역시 지금부터라도 포털의 권력을 감시하는 일이 필요하다. 다행스럽게도 인터넷신문협회 소속인 오마이뉴스는 무분별하게 자행되는 포털의 명예훼손을 비롯하여, 인터넷 문화 전반을 다루는 기획기사를 내보냈다. 앞으로도 자사의 이익보다는 공익적 관점에서 포털의 문제점을 꾸준히 짚어주기 바란다. 또한 개혁을 말하고 있는 오마이뉴스, 프레시안, 브레이크뉴스 등의 경영진은 하루라도 빨리 포털로의 기사공급의 중단을 결정해야할 것이다.

  포털 때문에 언론시장이 흔들린다

 포털이 뉴스를 무가로 뿌려대는 이상 유가 판매가 주 수익원인 종이신문의 경우 포털과 윈윈관계를 설정할 여지는 없다. 또한 독립 인터넷언론 역시 장기적으로는 포털의 편집에 종속된다는 점에서 하루빨리 포털의 영향력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각자의 영역에서 다양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첫째, 종합일간지와 스포츠지, 그리고 주간지와 월간지 등은 자사의 기사를 헐값에 포털에 넘기는 일을 중단해야 한다. 이는 돈을 주고 자사의 종이매체를 사보는 독자에 대한 예의이기도 하다. 또한 더 나아가, 자사의 인터넷 사이트 역시 기사 검색을 위주로 점차 유료화를 단행해야 한다. 미국의 월스트리트 저널이 검색 유료회원만 80만명을 확보하여 고수익을 올리고 있다는 사실은 많은 점을 시사해준다. 또한 설사 유료화를 하지 않더라도, 자사의 기사를 포털에 팔아넘기는 언론사가 거의 없다는 점도 한국의 언론사들은 참고할 필요가 있다. 유료와 무료는 도저히 함께 할 수 없는 사업모델이다.

 그러나 아직 사업모델이 구체화되지는 않았지만, 한국의 11개 종합일간지와 경제지는 네이버와 네이트로부터 11억원의 돈을 지원받아, 포털과 함께 뉴스 데이터베이스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는 사업 성공 여부도 불투명할 뿐 아니라, 포털의 언론기능을 오히려 강화시킨다는 점, 그 와중에 포털에 대한 비판기사를 제한하고 있다는 점 등에서 매우 위험한 사업이다. 더구나 사업진행과정 역시 투명하게 공개를 하고 있지 않다. 그냥 대충 각 기업의 인트라넷에 뉴스를 팔아 월 900억원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근거없는 장미빛 청사진만이 간간히 들릴 뿐이다. 과연 이 사업 추진자들이 한국 기업의 인터라넷 접속이나 해보았는지 모르겠다.

 필자 개인의 의견으로는, 포털과의 공동사업은 포털로의 언론종속을 더 심화시킬 것이고, 지면의 판매급감으로 이어져, 오히려 종이신문의 멸망을 가속화할 가능성이 99%라고 본다. 물론 필자 개인의 의견이 반드시 옳다고 볼 수는 없으니, 보다 면밀한 검토를 하여, 차후에 상세한 분석글을 올리도록 하겠다.

 둘째, 독립 인터넷언론 역시 부분 유료화라도 단행하여 수익구조를 바꾸어야 한다. 지금처럼 철저히 광고와 콘텐츠 제공료로 수익을 채워나간다면, 광고주와 포털의 영향력에서 벗어날 수 없다. 조중동의 영향력에 대항하여, 언론민주화의 깃발을 든 독립 인터넷언론들이 포털 비판을 사실 상 금기시하고 있다는 것은 언론개혁의 모순이다. 또한 독립 인터넷 언론의 수익 자체도 점차 무료서비스의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 이제는 양적 성장보다는 질적 성장에 집중하여, 단 한 명이 보더라도 돈을 내고 볼 만한 가치있는 기사를 생산할 수 있어야 한다.

 셋째, 종이신문 규제 방식에 관한 논의에 치중하느라 인터넷언론의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새 언론법은 가급적 빠른 시일 안에 개정해야 한다. 비단 포털 뿐 아니라, 인터넷 언론의 특성 상, 자체 취재기사 없이도 얼마든지 언론활동을 할 수 있다. 예를 들면 국제전문 뉴스 사이트를 만든다 했을 때, 각국의 통신사 뉴스만을 제공받아 운영할 수도 있는 것이다. 이런 현실을 무시하고, 단지 공급자 위주로 ‘독자적 기사 생산’이라는 개념에 집착한다는 것은 법이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다.

 포털에 대한 비판은 포털 사이트 전체 사업을 규제하자는 것이 아니다. 오프라인의 대기업마냥 인터넷에서 할 수 있는 모든 사업을 도맡아 하는 포털이 도대체 왜 언론을 하겠다는 것인지 따져묻자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이 반드시 언론을 해야겠다면, 그 행위에 대해서 법으로 규정하여, 책임을 지울 수 있어야 한다.

 그다지 사회적 영향력도 없는 지하철 무가지가 가판시장을 무너뜨렸다고 확신하는 사람이라면, 인터넷 상의 거대 무가 언론 포털 때문에 한국 언론시장 전체가 흔들리고 있다는 인식에 동의하리라 믿는다.


 
2005/07/02 [12:10] 변희재 칼럼니스트 ⓒ브레이크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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