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형택시(1600cc 미만) 도입으로 시민들의 선택 폭이 넓어진다는 제주도의 기대는 공염불에 그칠 전망이다.

시행 6개월이 지났지만 2대에 불과하고 앞으로도 늘어날 기미가 없는 것.

제주도는 지난해 8월 22일 소형택시 운임료를 결정 발표한 뒤, 같은 해 12월부터 본격적인 운행이 시작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시민들의 선택 폭을 넓히고, 연료비 절감·배기가스 저감 등을 기대했다.

소형택시는 중형택시에 비해 요금이 300원 싸다. 기본요금 이후 적용되는 주행요금에 의하면 100원당 25m를 더 달릴 수 있다.

당시만 해도 소형택시가 많아지게 되면 택시업계에서도 치솟는 LPG 가격에 대응할 수 있는 윈윈전략처럼 보였다.

하지만 제도가 시행된지 6개월여가 지났는데도 늘기는커녕 오히려 줄어들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현재 제주도에 등록된 택시는 모두 5441대. 소형택시는 단 2대만 운행되고 있다. 지난 2009년엔 4대가 운행됐지만 오히려 줄어든 것이다.

도에 등록된 소형택시 2대 중 1대는 소형 LPG차량으로 등록된 택시며, 다른 1대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변경에 의해 소형택시로 분류된 차량이다.

그나마 소형 LPG차량으로 택시를 등록한 운전자는 한부모 가정으로 사회복지사업법의 혜택을 받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중형이 아닌 소형을 선택한 경우다.

소형택시가 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보다 택시기사들이 선호하지 않기 때문이다.

제주도 교통항공과 관계자는 "장시간 운전해야 하는 택시업계 입장에선 연료비가 적게 들어간다고 하더라도 몸이 편한 중형택시를 원한다"며 "처음엔 소형택시 운행을 권유하기도 했었지만 이젠 더 말할 수도 없는 상태"라고 밝혔다.

제주도법인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관계자는 "소형택시 요금으로 인해 수입이 줄어들기 때문에 연료값이 절약된다 하더라도 선호하지 않는 것"이라며 "더구나 관광객 등 손님이 승차감이 좋은 중형택시 이상을 원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소형택시가 늘지 않는 이유는 지난 2009년 개정된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이 한몫 했다는 분석이다.

중형차량 기준이 기존 1500cc에서 1600cc 이상으로 상향조정된 것. 문제가 여기서 발생했다. 기존 아반떼급(1500~1600cc미만) 택시가 이 법에 의해 중형택시에서 소형택시가 된 것이다.

그러자 소형택시 요금제를 위한 미터기를 바꿔야 하는 입장에 처한 택시업계는 기존 차량을 1600cc급 이상 중형차로 대거 교체했다.

결국 2011년 8월까지 제주도에 남은 소형택시는 4대였지만 이후 3대가 중형차로 바뀌고 1대만 남게 됐다.

소형택시 증가를 위해 제주도는 택시업계를 대상으로 설득작업에 나섰으나 쉽지 않았다. 연비효율이 좋다고 한들 중형택시에 비해 싼 요금에 따른 수입 감소와 경형택시의 실패 경험 때문이었다.

도외지역서 경형택시가 등장했을 당시만 해도 운전자와 시민들이 선호했지만 이내 경형택시를 기피했기 때문이다.

개정된 법에 따라 장애인과 국가유공자에게만 판매하던 소형LPG 차량을 택시로 구입할 수 있게 됐지만 택시업계에선 달가워하지 않았다.

법인택시연합회 관계자는 "그러한 내용은 이미 알고 있다"며 "하지만 공항 등지에서 택시를 타려는 손님들도 가급적이면 보다 고급승용차를 타려는 경향 때문에 택시운전자 입장에선 중형택시를 선호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제주투데이>

<김명현 기자/저작권자ⓒ제주투데이/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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