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부터 실시되고 있는 이집트 대선서 '사라지는 잉크'를 둘러싼 소동이 일고 있다.

선거에 참가한 운동원들이 상대편 후보에게 기표할 것으로 보이는 유권자들에게 그런 잉크의 펜을 주어 만약 그것으로 기표를 하면 그 표는 몇 시간 뒤에 백지가 되고 만다는 것이다.

그런 소동으로 16일 카이로 부근 기자에서 전통적인 이집트 복장을 하고 투표에 참가한 한 노인은 참관인에게 "이 펜은 진짜냐?"고 묻기도 했다.

이 루머에는 아무런 구제적 증거가 없지만 일부 유권자들은 기표를 하면서 이를 걱정하고 있었다.

그런 루머는 지난날 호스니 무바라크 전 대통령의 독재 시절 각종 투표에서 행해졌던 더러운 술수가 지난해 이 정권을 혁명으로 타도한 지금도 존립하며 그들로써는 어찌 할 수 없는 세력들이 이를 조종하고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이번 루머는 투표 이틀 전인 14일부터 나돌았다. 군부 정권을 지지하는 것으로 유명한 우익 TV 호스트 타우픽 오카샤는 이날 무슬림형제단이 인도로부터 18만 개의 사라지는 잉크 펜을 수입해 왔다고 비난했다.

그는 무슬림형제단 선거운동원들이 투표소 부근에서 그 펜을 무바라크 시절의 총리였던 아메드 샤피크 후보에게 투표할 것으로 비치는 유권자들에게 나눠주려 하고 있다고 선언했다.

그는 "그 펜을 받아 든 유권자는 그것으로 기표하지만 4시간 뒤면 그것으로 쓴 것은 사라져버려 개표 과정에서 무효표가 되고 말 것이다"고 고함쳤다.

형제단 측의 대변인 마무드 고지안은 이를 부인했다.

그러나 이 루머는 관리들이 이를 두고 형제단이나 특정 세력을 지칭하지는 않은 채 그런 음모가 있다는 것을 시사함으로써 점차 파문이 커졌다.

이집트 보안군 책임자는 16일 기자들에게 그런 펜들이 해외에서 수입돼 왔다고 말했다.

이에 파루크 술탄 선관위원장은 그런 루머가 나돌아 내무부에 5만 개의 펜을 투표소에 공급하도록 요청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카이로에서 한 여성 투표자는 관료들이 주는 펜도 믿을 수 없어 집에서 펜을 가져 왔다고 말했으며 다른 한 유권자는 자신이 투표한 용지를 밖으로 가지고 나와 표시가 사라지지 않는가 확인하기도 했다.

한 선거 참관인은 "이런 루머들은 국민적 의식을 마비시키고 있다. 그것은 국민들로 하여금 투표 자체에 대한 신뢰를 잃게 하려는 더러운 술책이다"고 말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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