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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가영의 사랑이야기] 영웅이 없는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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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가영의 사랑이야기] 영웅이 없는 시대
  • 제주투데이
  • 승인 2003.11.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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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가 명예랑 체면이랑 이상에 가치를 뒀을 때 남자의 인생은 괴로운 일이 많았다.

명예도 체면도 이상도 방치해 두는 게 허용되는 현대에는 남자의 인생은 훨씬 편해졌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은 인간으로서의 명예랑 체면보다도 먹는 걸 우선으로 하고 있다. 먹기 위해서 살아야 한다라고 하면 대개의 경우 통용된다. 용서받는다.

예전에 우리들은 단순히 먹기 위해서 사는 것만은 아니라고 배웠다. 인생의 목적을 갖지 않으면 안된다고, 그걸 향해 전진해야 한다고, 산다는 것은 그런 것이라고 배워준 것은 그 때의 어른들이었다.

그 어른들은 청소년이었을 때 그 시대의 어른들에게 그걸 배우고 또 그들은 그 전의 어른들에게 배웠다.

지금 현대의 어른들이 무기력한 평화주의자가 됨에 따라 그 사상은 단절되려고 하고 있다.

의사는 왜 의사가 되려고 하는지, 작가는 왜 작가가 되는지, 교사, 사업가, 정치인, 상인….

그 모두가 나름대로 품고 있었던 의미와 목적이 모두 하나로 일관됐다는 인상이 든다. 돈을 버는 일, 평화롭고 즐거운 가정을 만드는 일, 그래서 즐겁고 평화스럽게 생활하는 게 인생의 목적이 됐다.

현대인은 저항, 고난, 불가능에 대응하는 힘이 소멸된 게 아닐까. 저항하는 것보다도 그걸 우회해서 살고 있다.

아니 우회가 아니라 타협해 버리는 게 훨씬 현명한 방법이라고 말할지 모른다. 사회가 나쁘다, 세상 탓이다, 자본주의의 희생이다 라고 푸념을 하면서.

‘인간은 진다는 걸 알면서도 싸워야 할 때가 있다’라는 바이런의 얘기가 있다.

요즘 우리들에게는 거의 소멸된 사상이고 요 수년 동안 완전히 모습을 감춰버린 말이다.

지금은 질게 뻔한 싸움을 하지 않는 주의다.

그들은 모두 평화주의자로 자기 인생의 투쟁조차도 하려 들지 않는다.

참 이상한 시대가 됐다.

영웅을 기다리는 사람은 있어도 영웅이 되려는 사람은 없다.

나폴레옹이 남긴 최후의 말은 ‘진군(進軍)’이라는 한마디였다.

어떤 고난과 만나도 나폴레옹은 후퇴하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물러설 것도 말 것도 없다. 처음부터 고난의 근처까지 가지 않으니까.

영웅이란 반드시 무력 권력으로 천하를 정복한 사람이라고는생각하지 않는다.

지금은 여기에 없는 것의 가치를 향해 전진해 가는 인간이야말로 영웅이라고 불러야 할 사람이 아닌가.

범속의 인간은 지금 여기에 있는 것의 가치는 믿지만 없는 것의 가치는 믿지 않는다.

지금처럼 인간이 현상에 휩쓸려 가는 시대는 지난 시대에도 없지 않았을까.

인생의 가치는 실패했는지 성공했는지에 있는 게 아니다.

지금 자기가 이렇게 하고 있다고 하는 신념에 차 있는가 어떤가가 그 가치를 인정하는 것이다.

성공이라는 것은 여로에 있다고 한 사람이 있다. 목적지가 아니라 그것을 진정 알고 있는 사람이 현대를 가장 매력적으로 살아가는 사람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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