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후 2시 제주시 옛 신성여중 시내버스 정류장. 60대 노인 1명이 텅 빈 정류장에서 연신 부채질을 하며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버스 운행시간표는 이미 검정색 매직펜으로 ‘×’가 그어진 상태. 불볕 더위 만큼이나 대중교통 정책이 겉돌고 있다.

대화여객이 지난달 10일 파업에 돌입함으로써 21일로서 버스운행이 중단된 지 41일째를 맞고 있다. 파업이 장기화되면서 시민들의 고통이 크다. 그들은 서민이다. 중.고등학교가 방학에 들어가면서 대중교통난이 다소 완화될 지 모른다. 그러나 여전히 그들은 시내버스를 이용한다. 정도의 차이일 뿐 시내버스는 여전히 제주시민의 발이다.

그뿐인가. 대화여객 노동자를 마냥 탓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대화여객 조합원 220여명은 일말의 기대 속에 노사합의사항 이행을 촉구하며 아픔과 배고픔과 정신적인 고통을 무릅쓰고 파업의 대열을 지키면서 투쟁하고 있다.

2004년 9월부터 현재까지 19억원의 임금체불로 조합원들은 생활고와 소중한 가정이라는 보금자리마저 해체되는 현실에 직면하는 등 노동자의 인내는 이제 그 한계를 넘어서고 있다

그들도 이 사회가 낳은 약자다.

이 과정에서 제주시는 지난 18일 파업중인 대화여객에 대해 여객자동차운송사업법에 따른 운수사업면허 취소처분을 내렸다. 대화여객에 대해 청문을 벌인 결과 자본잠식이 이미 상당부분 이뤄졌고 최근 1년 동안 3차례 이상 무단결행한데다 회생의 여지가 없다는 의견을 보내옴에 따라 이같이 결정한 것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제주시의회는 게다가 공영버스 29대 추가 취득 승인안에 대한 심사를 보류했다. 이유인 즉, 공영버스가 54대나 보유하면 수십억원의 적자 발생하는 등의 과도한 위험부담을 떠안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제3자 회사설립이 희박하다면 시내버스 공영화를 앞당겨야 할 게 아닌가?

시의원들에게 권유하고 싶다. 당장 무료 환승버스나 공영버스를 타보라고. 일주일만 그렇게 하면 시내버스 운행 정상화가 서민들에게 얼마나 절박한 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 하는 말이다.

이들에게 지금 급박한 것은 시내버스 정상화대책이다.

27일 행정구조 개편 주민투표에서 혁신안이 되든 점진안이 되든, 이들에겐 그리 중요하지 않다.

전국 첫 주민투표를 알리는 각종 현수막이 도처에 걸려 있다. 가로등마다, 건물마다, 가로수에도…. 저 많은 돈은 어쨌거나 혈세일 게다.

각종 현수막을 내걸고 '당신의 제주사랑을 투표로 보여달라'고 요구할 게 아니라 힘없고 돈 없는 서민들을 위해 대중교통만이라도 확실히 해결해 지자체가 먼저 '도민사랑, 시민사랑'을 보여줘야 하는 게 순서다.

“주민투표에는 그렇게 돈을 펑펑 쓰면서 정작 시민들을 위한 대중교통에는 돈을 쓰지 않는 이유가 뭐냐?”

버스 정류장에서 만난 60대 그 노인의 질책이 귓가를 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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