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디아 고(한국명 고보경)가 30일 제주공항에서 축하를 받고 있다.

햇볕에 잔뜩 그을린 피부에 천진난만하게 웃는 얼굴로 등장했다.

지난 30일 오후 10시 45분, 제주국제공항에 등장한 리디아 고(15·한국명 고보경)다.

리디아 고가 입국대에 나타나자 한호성이 울렸다. 한 시민은 한국 이름인 '고보경'을 연호하기도 했다. 관광객들도 휴대전화로 리디아 고를 촬영하느라 바빴다.

4명의 이모가 나란히 서서 반기자 리디아 고는 순서대로 이름을 부르며 화답하기도 했다. 리디아 고의 어머니 현봉숙씨는 다섯 자매 중 막내라고 했다.

기념촬영 세례도 이어졌다. 기념촬영은 "공항 문 닫아야 한다"는 소리가 나온 후에야 끝이 났다.

우승 소감을 묻는 질문에 리디아 고는 "제가 우승할 줄은 몰랐다"며 "아주 좋았다"고 했다.

리디아 고는 이어 롤모델을 묻는 질문에 "미셀 위"라는 대답이 단숨에 튀어나오기도 했다.  

리디아 고는 지난 27일(한국시간)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의 밴쿠버 골프장(파72·6천427야드)에서 열린 캐나다여자오픈에서 합계 13언더파 275타를 적어내 올해 에비앙 마스터스 챔피언 박인비(24)를 3타차로 따돌리고 우승했다.

15세 4개월 2일의 나이인 리디아 고는 이번 대회 우승으로 지난해 9월 나비스타 클래식에서 알레시스 톰슨(17·미국)의 최연소 우승 기록(16세 7개월)을 갈아치웠다.

또 아마추어 선수로서는 다섯번째이자 1969년 조앤 카너(버딘스 인비테이셔널 우승) 이후 43년만의 우승이다.

아마추어 선수는 상금을 수령할 수 없어 우승상금 30만달러는 2위를 기록한 박인비가 차지했다.

리디아 고는 올해 1월 호주 뉴사우스 웨일스오픈에서 프로대회 세계 최연소 우승을 차지해 이름을 알렸다.

지난 13일엔 세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US여자아마골프대회에서도 정상에 올랐다.

리디아 고의 아버지 고길홍(50)씨는 학창시절 테니스 선수로 활동했는데 제주대학교 체육교육학과를 졸업했다. 어머니 현봉숙(49)씨도 제주대 영어교육과를 졸업한 후 영어교사로 재직했다.

서울에서 출생한 리디아 고는 6살 때 뉴질랜드로 이민갔다. 가족들이 리디아 고의 천재성을 확인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어머니 현봉숙씨는 뉴질랜드에서 캐디 역할을 하며 딸의 성장을 지켜보았다고 했다.

리디아는 '리디아 펀드'에 모인 돈으로 대회 출전을 한다. 뉴질랜드에서는 아마추어에게 후원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리디아 고의 스윙코치인 가이 윌슨이 아이디어를 내 리디아의 성장 가능성에 투자해 펀드에 가입하면 리디아가 프로 골퍼로 성공해 갚는 형식의 '트러스트 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뉴질랜드 오클랜드의 파인허스트 스쿨 11학년에 재학중인 리디아 고에게 스탠퍼드 대학에서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리디아 고의 아버지 고길홍씨는 제주시 조천읍 신촌리, 어머니 현봉숙씨는 조천읍 함덕리 출신이다.<제주투데이>

▲ 리디아 고가 제주투데이 독자들에게 보내는 메시지를 적고 있다.
<강정태 기자 / 저작권자ⓒ제주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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