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지자체에서 영화 로케이션 유치경쟁에 뛰어든지 오래다. 영화 한편만 뜨면 순식간에 촬영장소가 관광명소가 되는 효과를 거두기 때문이다. 출연진, 스탭 등 대규모 인원이 수개월동안 머무르는 덕분에  지역경제 파급효과가 만만치 않다는 분석이다. <제주투데이>는 영화 로케이션 장소 취재에 나선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도 있듯이 스크린에서 조명한 제주의 모습을 줄줄이 엮어가겠다. 묵혀진 '영화 속 제주' 관광자원을 하나씩 끄집어 내 '보배'를 만들기 위한 시도다. [편집자 주]

▲ 영화 '어이그, 저 귓것' 스틸컷. <영화사 자파리연구소 제공>
"인생 뭐 있나, 내 맘 알아주는 당신이랑 노래나 한 곡조 부르면 그만일세"

제주출신 오멸 감독(본명 오경헌)의 첫번째 장편 영화 '어이그, 저 귓것'(2009년작, nostalgia) 포스터에 담긴 글귀다.

"귀신은 저 귓것도 안 잡아강 뭐햄시"

개구쟁이 어렸을 시절, 사고 치고 집에 들어오면 할머니께서 호통치며 던지던 말이다.

귓것은 흔히 귀신도 가져가지도 않을 쓸모없는 존재 혹은 귀신이 데려가 버려야 할 바보같은 사람을 일컬을 때 쓰는 단어다.

그런데 이 단어에는 묘한 뉘앙스가 숨어있다.

단어는 부정적 의미를 표출하지만 대상을 증오하는 감정이 아니다. 오히려 그 대상이 친근하게 느껴지는데 안쓰러움이 묻어날 때 '귓것'이라고 부른다.

어원학적으로 따지만 사실 귓것은 귀신의 잘못된 표기다. 하지만 제주도에선 그 사전적 단어에 의미를 부여해 오래전부터 그러한 뜻으로 사용해 왔다.

그렇다면 영화는 그 '귓것'들에 관한 이야기임을 쉽게 알 수 있다. 그런데 포스터 문구 글귀가 심상찮다.

귓것들이 부르는 노래 한 곡조. 무슨 사연이 있는 걸까.

▲ 영화 '어이그, 저 귓것' 스틸컷. <영화사 자파리연구소 제공>
영화는 제주시 애월읍 유수암리 마을 조그만 가게에 모여든 사람들에 관한 내용이다.

술만 마시면 평상에 누워 잠을 자는 하르방과 매일 다투는 점빵 할망, 서울에서 몸과 마음이 만신창이가 되어 고향에 돌아온 노래하는 용필이, 그에게 기타를 배우려고 쫓아다니는 뽕똘과 댄서 김이 등장한다.

일반 상업영화에서나 볼 법한 멋있는 주인공이나 화려한 전개, 기가막힌 스토리, 반전, 이런 것들은 없다.

그냥 이 등장인물들이 하는 얘기가 전부다. 영화는 그들의 소소한 일상과 꿈, 밥 보다는 춤과 노래에 목매며 '귓것'이 될 수 밖에 없는, 우리네 인생의 주인공은 모두 이들처럼 '귓것'이라고 말한다.

오멸 감독 또한 "어쩌면 우리 모두가 '귓 것' 닮은 삶속을 헤메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며 이 영화에 대한 연출의도를 설명하고 있다.

이 영화는 오로지 제주도에서만 찍은, 제주도 사람들에 의해서 만들어진 몇편 안되는 순수 토종 제주영화다.

▲ 오멸 감독의 영화 '어이그, 저 귓것'의 주 촬영무대였던 팽나무터. 나무 사이로 유수암리 점빵이 보인다.
영화의 주 촬영지인 유수암 마을엔 이들 주인공들처럼 삶의 위안을 얻기 위해 다른 지방에서 살다가 들어온 사람들이 꽤 많다.

꿈을 쫓아 서울이나 대도시로 갔으나 사람에 대한 관심이 그리워 다시 고향찾아 내려온 이들은 전원생활을 즐기기 위해 이곳 제주도 중산간 지역에서 집을 짓고 산다.

특히 이곳 유수암리 일대가 인기가 많다.

형형색색 유럽식 주택부터 아기자기한 모양의 집들, 초가집까지 다양한 집들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또한 유수암리는 해발 200∼250m에 위치한 마을로 큰노꼬메오름을 비롯해 여러 개의 오름이 마을을 감싸고 있어 자연경관이 일품이다. 지리적으로 시내와도 가까워 생활환경이 매우 좋다.

▲ 제주도 기념물 제6호로 지정된 무환자나무.
유수암리는 애월읍에서도 손꼽히는 강씨·이씨·변씨 집성촌으로 감귤 농사를 많이 짓는 전형적인 제주도의 산간마을이다.

마을 이름의 유래가 된 유수암천이 바위틈에서 솟아나 오랜 세월동안 주민들의 식수원이 됐다. 제주도 기념물로 제6호 지정된 무환자나무 및 팽나무군락지는 유수암의 자랑거리다.

올리브 TV 마스터쉐프 코리아 시즌 1의 우승자인 김승민씨가 운영하는 일본식 덮밥집 '아로요'도 자리를 잡고 있다.

유수암엔 사설 캠핑장도 둥지를 틀고 있어 캠핑족들의 발길도 잦은 곳이다. <제주투데이>

▲ 제주시 애월읍 유수암리 소재 팬션. 중산간 마을에 위치한 팬션들은 이 같이 작고 아담하다.
▲ 유수암리 마을 주택들은 하나같이 자연과 잘 어울린 채 조성돼 있다.
▲ 영화 '어이그, 저 귓것' 스틸컷. <영화사 자파리연구소 제공>

<김명현 기자/저작권자ⓒ제주투데이/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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