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민들이 실시한 전국 최초의 주민투표에서 혁신안이 확정되던 27일 오후 9시 25분.

우리나라 대표 공영방송 KBS TV에서는 방송 사상 초유의 사건이 벌어졌다.

KBS2 일일 시트콤 ‘올드  미스 다이어리’ 170회 분 방송 가운데 며느리가 시어머니의 뺨을 내 갈기는 장면이 생생하게 방영된 것이다.

제주도민들은 개표과정을 지켜보느라 이 방송을 시청하지 못한 이들이 적었는지 모르기에 대충 요약하면 이렇다.

맞벌이 하는 아들 내외를 위해 손자를 보던 시어머니가 화장실에 잠깐 다녀오는 사이 손자가 식탁 위 국그릇을 엎지러 손에 가벼운 화상을 입고 병원으로 실려갔다.

이 소식을 듣고 병원으로 달려온 며느리는 사정을 들으려 하지도 않고 “애를 어떻게 봤느냐”며 화를 내며 시어머니의 뺨을 때렸다.

어머니가 눈물을 쏟으며 아들에게 하소연 했지만 아들은 “어머니가 잘못 했잖아요”하면서 외면한다. 바꾸어 말해 ‘맞을 짓’을 했다는 것이다.

미디어의 역기능과 순기능 등 거창한 이론적 설명을 하지 않더라도 공영방송의 황금시간대 드라마가 이 정도라면 ‘막가는 방송’ 바로 그것이다.

제작자의 변명도 가히 수준급이다.

폭행장면을 넣어야 요즘 세태를 제대로 보여줄 수 있기에 이 장면을 삽입했다는 것이다.

이 또한 바꾸어 말하면 뺨 때리는 며느리와 맞는 시어머니가 흔하다는 말이 된다.

우리사회는 TV 드라마를 흉내내고 모방하는 범죄가 수를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다.

오래 전 TV에서 젊은 엄마들의 모임에 한 친구가 아이들 때문에 참석하지 못 하자 “걔네 엄마와 시어머니는 애도 안보고 뭐하느냐”며 나무라는 장면을 본적은 있지만 시어머니의 뺨을 때릴 만큼 우리의 며느리들이 무섭게 업그레이드 된 줄은 몰랐다.

우리의 미풍으로 자신의 어머니는 ‘어머니’라고 부르지만 장모나 시모는 ‘어머님’이라는 ‘님’ 칭호를 붙혀 부르는 것이 일반화 돼있다.

요즘 주부들은 파출부나 가정부를 ‘상전’이라고 부른다. 때문에 상전 모시기 싫어 바빠도 직접 가사를 챙기는 이들이 많다고 한다. 그런 주부가 시어머니의 뺨을 때렸다.

만약 아이가 상처를 입는 등 앞과 유사한 일이 있어도 애를 보던 가정부나 파출부에게는 속으로 섭섭하지만 뺨을 때리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의 공영방송 KBS는 감히 시어머니에게 뺨을 때렸다.

뺨을 때린 며느리도 화상을 입은 아들이 성장해 결혼하면 시어머니가 될 것이다. 그때 손자를 잘 못 보면 뺨 맞는 것보다 더 심한 폭행을 당하지 말란 법이 없다.

다른 상업방송은 혹 시청률을 높이기 위해 이 같은 드라마를 제작한다 해도 공영방송인 KBS는 따라가지 말아야 한다.

한류 열풍으로 우리 TV 드라마가 뜬다니까 정신을 못차리는 모양이다. (한 시청자는 미쳤다는 표현까지 했다.)

진짜 뺨 맞을 이는 시어머니가 아니고 이 같은 드라마를 제작한 KBS제작진이다.

그래도 우리는 이 같은 방송을 위해 시청료를 전기요금에 합산, 매달 꼬박 꼬박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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