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후 열린 IUCN 회원총회에서 IUCN 운영위원회가 해군기지 결의안에 대해 심의 삭제할 것을 총회에 요구하자 한바탕 논란이 일었다.
15일 오후 2시에 폐막식을 진행해야 하는 IUCN 측에서는 아직 처리해야 할 발의안이 수북히 쌓여 있었지만 '해군기지 결의안'을 놓고 30분 가량 토론이 벌어졌다.
보통 한 개 발의안에 대해 길어야 5∼10분 가량 소요됐던 것에 비할 때 해군기지 논란은 말 그대로 '증폭'됐다.
왜 갑작스레 IUCN 운영위가 총회 도중에 해군기지 결의안에 대해 심의 삭제할 것을 요구했을까.
의장을 맡아 총회를 진행한 아쇽 코슬라 IUCN 총재의 발언에 따르면 IUCN 운영위는 "지난 48시간 동안 이 결의안에 대해 새로운 정보가 너무 많이 들어왔는데 이 사실들에 대해 진위를 확인할 방법이 현재로선 없으니 심의를 삭제해야 한다"는 이유를 들며 발의안 심의 삭제를 요구했다.
회원총회는 긴급히 해군기지 결의안 심의 삭제 요구 건에 대해 논의를 진행했다.그런데 코슬라 총재가 회의를 진행하면서 IUCN 회원들로부터 "편견에 의해 진행이 올바르지 못하다"는 지적을 받았고, 급기야 코슬라 총재는 의장직을 다른 회원에게 넘기고서 회의를 다시 진행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면서 IUCN 회원들은 IUCN 운영위에서 결정한 것을 철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강하게 쏟아냈다.
결국 임시 의장직을 수행한 IUCN 관계자는 IUCN 운영위에서 결정한 바를 철회할 것인지에 대해 투표를 부쳤다. 찬성하면 운영위의 결정에 따르는 것이고 반대하면 운영위 결정을 철회한다는 표결이다.
투표 결과 정부 기관 찬성 81표, 반대 27표, 기권 35표가 나와 '해군기지 결의안'을 심의 삭제해야 한다는 쪽으로 결정됐다. 반면 다수의 표를 가지고 있는 NGO 측에선 찬성 128표, 반대 302표, 기권 53표가 나와 IUCN 운영위의 결정을 철회해야 한다는 쪽으로 기울었다.
결국 해군기지 결의안은 다수 의결에 의해 논의하는 것으로 결정이 났고, 현재 2차 컨택 그룹을 진행 중에 있으므로 계속 진행하게 한 뒤 회원총회에 상정해서 양 측의 입장을 듣기로 했다.
또한 IUCN은 이례적으로 양 측의 입장을 듣는 시간에 무려 8분씩을 할애하기로 했다. 규정상 발언시간이 3분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특단의 조치다.
국방부 측은 어떻게든 해군기지 결의안을 상정시키지 않기 위해 애쓰는 모습을 보였다. 해군기지사업단 윤석한 대령은 "현재 논의되고 있는 내용들은 대부분 사실확인이 힘든 것이디 때문에 좀 더 논의할 시간이 필요하다"며 이번 총회에서 논의가 되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방부 관계자들은 IUCN 회원들이 저녁을 먹은 뒤 다시 회의장에 들어온 회원들에게 "의제 181번(해군기지 결의안)이 통과되면 안된다"는 내용의 글을 담은 인쇄물을 전부 나눠주는 모습도 보였다.
또 컨텍그룹에선 한 참가자로부터 "시간 끌기를 하고 있다. 차라리 총회에서 논의하자"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IUCN은 이날 컨택 그룹에서 수정안을 도출하지 못했기 때문에 15일 오전 7시에 재개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해군기지 결의안은 15일 오후 8시30분부터 진행될 마지막 회원총회 때 결정하게 될 전망이다. <제주투데이>
<김명현 기자/저작권자ⓒ제주투데이/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