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8개월에 접어든 박모(27·여)씨는 임신 초기에 내원하던 산부인과에서 옮겨 현재 대형 산부인과에 다니고 있다.

박씨의 집 인근에 있던 동네 산부인과에서는 분만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현재 박씨가 다니고 있는 인천의 A 산부인과에는 매일 임신부와 여성 환자들로 북적인다. 예약을 해도 30분~1시간씩 기다리기 일쑤다.

많은 임신부들이 분만이 가능한 A병원을 찾기 때문이다.

박씨는 "집 인근 산부인과에 다닐때는 가까워서 편리하고 안심이 됐는데 매번 대중교통을 이용해 먼 곳까지 병원을 다니는 지금은 불편한 점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출산일이 점차 가까워지면서 돌발상황엔 어떻게 대처해야할지 고민하며 하루하루를 보낸다"고 덧붙였다.

아이를 낳기 위해 분만 병원을 찾아 다니는 임신부는 박씨 뿐만이 아니다.

실제 산부인과 전문의 4분의 1 정도가 과도한 스트레스와 의료소송 위험성 등으로 인해 분만을 기피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한산부인과학회가 지난 6월1일부터 8월15일까지 산부인과 전문의 55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전체 조사 대상의 4분의 1 정도가 분만을 아예 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나마 박씨처럼 수도권에 거주하는 임신부들은 사정이 낫다.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전국에서 분만 산부인과가 없는 시·군·구는 50여곳이다. 분만 산부인과가 없는 곳에 거주하는 임신부들은 인근 지역으로 힘들게 병원에 다녀야한다.

임신부들이 겪는 불편은 이 뿐만 아니다.

초기 임신부 A씨는 매일 치르는 출퇴근 전쟁이 버겁기만 하다.

지하철을 타고 출퇴근을 하는 A씨는 가끔 자리가 없으면 노약자석에 앉지만 아직 배가 부르지 않은 A씨는 주변 사람들 눈치보기 바쁘다.

A씨는 "임신 초기에 입덧이 심해 출퇴근 할때마다 어지럽고 속이 안좋아 어쩔수 없이 노약자석에 앉으면 눈치가 보인다"며 "몇몇 분들은 젊은 사람이 여길 왜 앉냐며 화를 내기도 한다"고 토로했다.

임신부 중에서도 특히 직장여성의 고충은 더하다. A씨처럼 출퇴근부터 곤욕이다.

직장에서 받는 정신적 스트레스와 출산·육아 휴직에 대한 고민까지 더해 임신부들은 임신한 순간부터 고민이 끊이질 않는다.

전문가들은 전사회적으로 출산을 장려하고 있는 만큼 정부가 책임지고 임신부들을 위한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삼식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저출산고령사회연구실장은 "산모들이 분만을 할 수 있는 병원 만큼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책임지고 공공시설화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이 실장은 "현재 전국에서 분만 산부인과가 없는 지역이 50여곳에 달하는 만큼 취약지역에 대한 지원을 우선적으로 해야한다"며 "정부가 취약지역에 대한 다양한 정책을 추진중이지만 고육지책이지 완벽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찾아가는 산부인과의 경우 임신부가 안정된 상태라면 한달에 한번 정도 진료받는 것도 괜찮지만 불안정한 상태의 산모들은 돌발상황에 제대로 대처하기 어렵다"며 "인근에 병원이 없다면 수시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에 제대로 대처할 수 없으므로 국가와 지자체가 책임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공공시설화를 추진할 때는 인프라를 운영하는 데 드는 비용, 우수한 인력이 안정적으로 근무할 수 있는 조건 등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뉴시스>

저작권자 © 제주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